• 검색

[르포]'떴다 UAM!'…내년부터 현실로 날아든다고?

  • 2024.03.03(일) 11:01

전남 고흥 K-UAM 실증단지서 직접 보니…
헬기 굉음과는 차이 커…이륙후엔 '대화' 수준
상용화 성큼…상반기 세부 로드맵 마련

# 해외 출장에서 돌아온 늦은 밤, 인천공항으로 입국하자마자 스마트폰 앱을 통해 서울행 UAM(도심항공교통)을 예약한다. 공항 근처 UAM 터미널에서 수하물 검사 후 체크인을 마치고 탑승하기까지 20분, 강남까지 20분을 날면 집 근처 버티포트(UAM 이착륙장)다. 착륙하는 동시에 바로 호출된 택시를 타고 집 앞까지 이동한다. 

UAM이 대중교통수단이 되면 이런 일상이 펼쳐지지 않을까. 교통 체증이 심한 지상을 벗어나 4~5인승의 항공체를 타고 도심 하늘을 다닐 날이 머지않았다.  

정부는 내년부터 UAM 상용화(商用化·돈을 받는 서비스)를 시작하고 2035년엔 상용화(常用化·일상 교통수단화)를 이루겠다는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 27일 전라남도 고흥 K-UAM 그랜드챌린지(GC) 실증 단지에서 곧 손에 잡힐 듯한 'UAM 시대'를 미리 엿보고 왔다. 

지난달 27일 전라남도 고흥 K-UAM 실증 단지에서 DT(개발 시험)의 일환으로 오파브(OPPAV) 기체가 소음측정용 비행을 하고 있다./촬영=채신화 기자

UAM, 너 지금 날고 있니?

이날 오후 4시30분경, 거칠게 부는 바람 속 1인용 수직이착륙기(eVTOL) 오파브(OPPAV)가 서서히 뜨기 시작했다. 활주로를 달리지 않고도 수직으로 이륙하더니 이내 시속 170km의 속도로 하늘을 누볐다. 

시연의 목적이 소음측정용이었지만 이륙 소음은 생각보다 컸다. 오파브가 수직 이착륙 기체 개발 및 인증기술 확보를 위해 만들어진 만큼 별도의 소음 저감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탓이라는 게 운영진 설명이다. 그러나 이륙 후 비행할 때는 기체 위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소음이 작았다. 

중량 650kg의 오파브가 130m 상공에서 시속 160km로 운항할 때의 소음은 61.5dbA다. 대화 소음 정도인 셈이다. 일반 도시 소음은 65dbA, 헬기가 80~85dbA 수준이다. dbA(가중데시벨)는 사람의 귀로 듣는 소리의 크기를 더 잘 나타내기 위해 가중치를 붙인 값이다.

기체에 프로펠러가 4개나 붙어 있었지만 헬기 특유의 프로펠러 돌아가는 소음은 들리지 않았다. UAM 기체는 통상 프로펠러를 4개 이상의 짝수로 배치한다. 하나의 프로펠러가 손상되면 대칭을 이루는 프로펠러도 떼어 내고 나머지 프로펠러로 수평을 맞추기 위한 구조다. 

오파브는 드론처럼 내부에 운전자가 탑승하지 않은 상태로 날았다. 정부는 지난해 1단계 고흥 개활지에서의 비도심 UAM 실증사업을 시작으로, 올 하반기 2단계 수도권 실증 사업을 앞두고 있다. 오는 11월께 수도권 유인 비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기훈 한국항공우주연구원 K-UAM GC 운용국장은 "UAM은 조종사가 타는 Crawl(크롤), 하늘길이 생기는 Walk(워크), 무인 비행하는 Run(런) 등 세 단계의 전략으로 추진한다"며 "한국은 Walk에 가까운 상태로 미래에 Run 단계가 되면 조종사가 지상에서 조종하거나 인공지능에 의해 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파브 기체가 수직 이륙하는 모습./촬영·제작=채신화 기자

실증 단지에서는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에 다가가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었다. 단지는 이착륙장, 계류장, 격납고, 사무동, 승객 터미널 등 UAM 운항에 필요한 모든 설비를 갖췄다. 소음측정시스템, 운항통제시스템, 교통관리시스템 등을 실증하는 컨테이너들도 모여 있었다. 

승객 터미널은 흔히 이용하는 버스나 공항 터미널을 연상케 했다. 탑승 절차는 기존 공항에서 밟았던 절차와 유사하지만, 모바일 앱을 통해 예약이 이뤄져 여권이나 신분증을 소지할 필요가 없다. 고주파 수하물 검색기를 이용해 검색 과정도 간편하다. 향후 체크인 소요 시간은 20분가량이 될 전망이다.  

소음측정시스템도 눈길을 끌었다. 활주로에 설치한 80개 마이크로 소음의 수준을 반구 형태로 모사하는데, 반구가 빨간색을 띨수록 소음이 큰 형태여서 파악이 쉬웠다. 정 국장은 "UAM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안전성이고 그다음이 소음"이라며 "고흥 실증 단지의 소음 측정시스템은 NASA(나사·미국항공우주국) 이후 우리나라가 두 번째"라고 말했다. 

버티포트는 공항을 효율적이고 빈틈없이 운용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기체 이착륙 등을 영상으로 패턴화해 경로 등을 벗어나면 조종사에게 알리고, 기상이변 회피 등이 있을 때 항로를 조정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운항통제시스템은 정비스케줄, 승무원스케줄, 운항노선 등 3가지를 모아 운항스케줄을 수립하는 것부터 출발한다. 교통관리시스템은 기본 5세대(5G) 통신망에 위성만 같이 쓰는 하이브리드망을 구축하고 비행 계획에 따라 항로를 제대로 날고 있는지 등을 관리할 수 있는 정보 공유 체계를 만든다. 
내년부터 상용화…로켓 말고 UAM 당일배송? 

정부는 민관합동 실증사업인 K-UAM GC를 거쳐 내년부터는 상용화(商用化)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당장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공공 등에 돈을 받고 서비스를 개시하는 정도를 목표로 삼았다.

국토부 서정석 서기관은 "한국은 2020년 말 UAM 상용화를 국정 과제로 잡고 2025년 말 초기 상용화 준비기에 들어선다"며 "돈 받고 사람을 태우는 커머셜라이징(상업화) 개념으로 2026~2027년엔 지역 확산, 2035년엔 일상 상용화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 고흥 실증단지에 조성돼 있는 K-UAM GC 인프라./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도심에서 공중(300~600m)을 이동하는 UAM이 상용화되면 도심 인구 집중, 환경 문제 등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서 서기관은 "현재 전체 인구의 60% 가까이 도시 지역에서 살고 있는데 2050년엔 70%에 육박할 것"이라며 "2차원 교통망 확장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무한 하늘길인 3차원 교통망이 주목받는 때"라고 봤다.  

연계 교통과 마스(Mass) 서비스 수요가 늘어난 것도 UAM 추진을 앞당겼다. 마스는 대중교통·자가용 등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통합해 하나의 플랫폼에서 예약·결제 등 관련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UAM 버티포트에서 목적지까지 이동할 때도 앱을 통해 연계 교통수단을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항우연 관계자는 "UAM이 부자들의 장난감이 되면 안 되기 때문에 운임은 모범택시 수준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초기엔 다소 적자가 나겠지만 2032년께면 흑자가 날 것이기 때문에 인고의 시간을 버텨야 할 것"이라고 했다. 

UAM은 시장 성장 가능성도 높다. 전 세계적으로 400여개의 기체가 개발되고 있다. 국토부는 2040년까지 약 800조원의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시장 선점을 위해 뛰는 이유다.

UAM은 기체가 전부가 아니다. 운송을 수행하기 위해 연계돼 있는 버티포트부터 솔루션 앱 등 범위가 넓다. 서 서기관은 "기체는 UAM 시장을 여는 첫 열쇠일 뿐 서비스 시장이 기체와 인프라를 합친 것보다 2~3배 크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경쟁이 치열하다"고 설명했다. 

도심 위로 이동하는 UAM 가상 모습./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이 세계 시장에서 앞서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기훈 국장은 "미국은 지난해에 민간협의체가 생겼지만 한국은 2020년부터 지금까지 110개 정도가 참여한 민간협의체를 이끌어오고 있다"며 "오히려 미국에서 한국을 벤치마킹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챌린지(GC) 지원금을 주지 않는데도 자발적인 경쟁 시스템이 이뤄져 있다"며 "GC를 통과하고 안전성이 확인된 기업과 기관에만 초기 상용화 권한을 주겠다는 게 큰 당근이 됐다"고 덧붙였다. 

현재 K-UAM GC에는 대기업과 공공기관 등 46개사가 7개 컨소시엄으로 참여하고 있다. △대한항공·인국공 컨소시엄(대한항공, 인천국제공항공사) △UAMitra(UAM 조합, 드론시스템 등) △K-UAM 원팀(현대차, KT, 현대건설 등) △K-UAM 드림팀(SKT, 한화시스템, 한국공항공사 등) △UAM 퓨처팀(카카오모빌리티, LG유플러스, GS건설 등) △롯데컨소시엄(민트에어, 롯데정보통신, 롯데렌탈 등) △대우건설·제주항공 컨소시엄(제주항공, 대우건설 등) 등이다. 

이들은 무엇보다 '안전'에 방점을 두고 실증 사업을 추진 중이다. 서 서기관은 "GC의 가장 중요한 실증 사업은 통합 안전성 검증"이라며 "오는 11월 수도권 실증을 준비 중인데 1·2단계 상용화로 가는 각각 단계에서 우수사업자는 우선권 등 인센티브를 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상용화가 이뤄지고 나면 우리 일상도 빠르게 바뀔 전망이다. UAMitra 컨소시엄에 속한 버티(VERTY)는 UAM 화물운송 서비스를 미들 마일(판매자~물류센터)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3~5시간 이내 배송 체계를 구축해 익일이 아닌 당일 배송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서 서기관은 "올 상반기 공공수요를 마중물로 해서 UAM 수요 확산을 추진하고 관광, 소방, 의료 등 수요가 맞는 지역 모델도 준비할 것"이라며 "어떤 과정과 일정으로 할지 올 상반기 세부 로드맵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