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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형 공모'로 LH택지 주택공급 속도낸다

  • 2024.03.13(수) 17:04

국토부·LH, '패키지형 공모사업' 추진
공사비 상계처리한 비용만 받고 용지 제공
민간분양 마중물 삼아 공공주택도 확보 

정부가 공공주택 건설용지와 민간분양 아파트 용지를 3~5개가량 묶어서 '패키지'로 판다. 민간사업자는 토지비에서 건설비를 뺀 차액(토지비의 10~20%)만 내고 용지를 사서 민간 아파트를 지어 팔고, 그 수익으로 공공주택을 건설하게 된다.

고금리, 공사비 상승, 부동산 경기 침체 등 '삼중고'를 겪고 있는 주택 사업자들에게 초기 용지비 조달 부담을 덜어주면서 공공주택 공급도 활성화하겠다는 방안이다. 그러나 여전히 분양 환경이 척박해 건설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패키지형 공모사업 개념./그래픽=비즈워치

용지비 10~20%만 내고 일단 고(go)! 

국토교통부는 공공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고 민간 건설사의 사업비 조달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패키지형 공모사업'을 시범 시행한다고 13일 밝혔다. 그간 별도로 추진하던 민간 분양 '토지 공급'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주택 건설사업'을 결합한 모델이다. 

국토부가 공공주택 건설용지와 민간분양 공동주택 용지를 결합해 패키지로 내놓으면, 이를 산 민간건설사는 먼저 민간분양 용지에서 직접 사업을 시행한다. 여기서 얻은 아파트 분양 수익(계약금·중도금 등)으로 별도의 공공주택 용지에서 공공주택을 건설하는 구조다. 

가장 큰 특징은 초기 용지비 조달 비용이 적다는 것이다. 사업자는 토지비에서 공공주택 건설 공사비를 뺀(상계 처리) '차액'만 납부하면 바로 사업에 착수할 수 있다. 이 차액은 전체 용지비의 10~20% 정도가 될 전망이다. 

박동주 국토부 부동산개발산업과장은 "고금리, 경기 침체, 공사비 상승 등으로 민간 주택건설 역할이 소극적으로 전개되고 있고 LH의 민간 분양 용지 매각도 연체되고 있다"며 "민간 자금 조달을 완화하고 주택공급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가령 LH가 1000억원 규모의 민간 분양 공동주택 용지와 900억원 규모의 공공주택 건설공사를 결합한 패키지형 공모사업으로 민간사업자와 계약을 한다면, 민간사업자는 용지비(1000억원)에서 공사비(900억원) 차액인 100억원만 납부하면 공동주택 용지를 즉시 공급받아 민간분양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이후 민간분양사업을 통해 회수한 계약금과 중도금 등을 활용해 LH의 공공주택 건설공사를 추진하는 식이다. 국토부는 민간분양사업에서 공공주택 건설공사 추진까지 걸리는 시간을 2~3년 정도로 예상했다. 

신 모델인 패키지형 공모사업을 이용하면 주택 공급 시기도 단축될 것으로 기대했다. 통상 민간사업자의 공동주택 분양은 토지대금 완납 이후 가능하기 때문에 LH 등에서 용지를 공급받더라도 잔금을 모두 납부한 뒤 착공할 수 있다.

반면 패키지형 공모사업은 계약 즉시(상계차액 납부) 토지를 사용할 수 있어 기존 대비 2년 이상의 기간을 단축해 주택을 조기 공급할 수 있다는 게 국토부의 구상이다.

'패키지형 공모사업' 공급 조기화 설명./자료=국토교통부

민간건설사 참여 활발할까?

이번 '패키지형 공모사업'에 건설사들의 참여가 활발할지 주목된다. 박 과장은 "대한주택협회, 한국주택협회 등을 통해 의견을 들었는데 건설사들의 호응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용지비를 전체의 10~20% 정도만 납부하면 된다고 해도 땅값이 많이 오른 데다, 분양 시장도 침체해 건설사들의 움직임을 예단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중소 건설사보다는 대형 및 중견 건설사 위주로 활기가 돌 가능성이 있다. 

박 과장은 "사업 규모가 커서 중소건설사들만으로는 시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있어 신청자격요건을 검토중"이라며 "대기업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민간 아파트에서 분양 수익을 충분히 내지 못할 경우도 문제다. 이 수익을 통해 공공주택을 건설해야 하는데, 수익이 적으면 공공주택 건설이 지연되거나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박 과장은 "이런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공공 건설 용지와 민간 분양 용지를 일대일로 매칭하지 않기로 했다"며 "민간분양 용지에서 충분히 수익이 날 수 있도록 공공용지 하나에 민간 용지 2~3개 조합을 생각중"이라고 했다. 

이어 "개별 공공주택 도급공사로 내는 것보다 대규모 컨소시엄 구성돼서 제안할 거기 때문에 오히려 주택 품질이 나아질 것"이라며 "민간 브랜드 사용도 검토중"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공공주택 건설이 계획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안전 장치'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LH가 민간 사업자에게 10~20% 금액만 받고 땅의 권리를 넘기는 셈"이라며 "민간 분양에 차질이 있어도 공공주택에 차질이 없도록 공제조합을 통해 공사이행 증권을 배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사업이 잘 될만한 부지'에서만 패키지형 공모사업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점도 한계로 보인다. 기존 LH 미매각 부지가 많은 가운데서도 국토부는 시범사업지로 평택 국제화신도시를 선정했다. 

박중헌 LH 신도시사업2처 팀장은 "이 사업 성패가 민간 분양이 얼마나 잘 되느냐인데 미매각 토지는 선호도가 떨어지는 입지라서 사업 매칭을 구상하지 쉽지 않다"며 "아울러 차액(용지비-건설비)이 커지면 상계 처리 의미도 사라진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고덕국제화신도시는 GTX A·C 노선 연장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건설 등에 따라 주택 수요가 높아 시범사업지로 선정됐다. 평택 고덕국제화신도시 약 5만5000가구 가운데 패키지형 공모사업이 가능한 물량은 약 1만2000가구(21.8%)에 달한다. 국토부는 시범 사업 성공 여부 등에 따라 다른 택지에도 적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이번 사업방식은 자금 여력이 조금 부족한 시공사도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로, 지금 공공택지 분양이 잘 안 돼서 미뤄지는 상황에서 활로를 뚫는 방향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사업을 하려면 토지 계약금 10% 이상은 들고 있어야 하는데 요즘 건설업계 경기가 워낙 좋지 않고 땅값도 많이 올라서 그 또한 작은 부담은 아니다"며 "건설사들이 활발히 참여하기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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