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불황 속에서 건설사들이 올해 공급 계획을 마무리하고 있다. 침체 와중에 커진 불확실성 탓에 분양 일정을 더욱 신중히 조율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올해 시공능력평가 순위 10위권 밖 중대형 건설사의 분양 계획은 주로 부산을 비롯한 경상남도와 충청권, 수도권 등으로 파악됐다. 특히 지방에서의 분양 성적이 중요하다. 건설업계 전반에 유동성 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진 만큼 침체가 깊은 지방 부동산 시장에서 미분양이 발생한다면 현금 흐름에 치명적일 수 있다.
만만찮은 'PK' 분양…올해는
중대형 건설사들은 부산과 경상남도 지역에 분양 계획을 다수 잡아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쌍용건설은 올해 공급계획 총 12개의 단지(6734가구) 중 5개 단지(2093가구)가 부산에 있었다. 가구 수로 전체 공급계획의 31.1%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부산 부전동 주상복합(총 460가구) △부산 온천1차 가로주택(271가구) △부산 전포동 지역주택조합(703가구) △부산 온천2차 가로주택정비사업(166가구) △부산 망미동지역주택조합(493가구) 등이다.
한화 건설부문도 전체 공급 물량 7989가구 중 부산과 경남, 울산 등지에서만 총 2820가구를 공급한다. 9월에 공급을 계획한 진주 이현동 '힐스테이트 포레나 진주(가칭)'는 현대건설과 컨소시엄으로 공급하는 2568가구의 대단지다. 한화 건설부문 지분은 49%다.
금호건설이 참여하는 올해 최대 사업지는 경남 창원시에 진해대야재개발이다. 이 재개발은 총 2638가구의 대단지를 짓는 도시정비사업이다. 두산건설 컨소시엄(두산건설·GS건설·금호건설)이 시공하며 금호건설은 이 중 396가구를 맡는다. 1025가구 대단지 부산 에코델타시티24블록 중 513가구도 금호건설의 몫이다.
반도건설은 3월 부산 동래구에 낙민동 공동주택재개발사업을 통해 400가구를 공급한다. 해당 공급 물량은 모두 일반분양이다. 동부건설도 울산시 남구 신정동에 368가구를 분양한다. 마찬가지로 전 가구가 일반 분양 물량이다.
대방건설은 부산시 강서구 범방동에 부산신항1차 대방디에트로(498가구)를 공급한다. 일반분양 물량은 없으며 전체 임대 공급이다.
다수 건설사들이 이 같은 공급 목표를 내세우면서 부산 지역 내 공급 물량 계획은 증가세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부산 내 계획된 공급 물량은 1만8057가구다. 이는 전년 대비 36.5% 늘어난 규모다.
올해 공급 물량 중 경기(5만550가구)와 서울(2만1719가구) 다음으로 부산에서 분양 물량이 가장이 많다. 경남(6611가구)은 부산에 이어 충남(1만3946가구)과 인천(1만3571가구) 다음으로 많은 분양 물량이 나올 예정으로 집계됐다.
수도권·충청권 분양도 '관건'
수도권에서도 중대형 건설사들의 대단지 공급이 눈길을 끈다.
금호건설은 평택고덕A31과 34, 35블록 등에 현대건설과 컨소시엄을 이뤄 2122가구를 공급한다. 금호건설의 지분은 361가구다. 부천대장 A5·6 블록(총 1640가구)에서는 DL이앤씨·HJ중공업과 컨소시엄을 꾸렸다. 해당 사업지에서 금호건설은 328가구를 공급한다.
한화 건설부문도 경기도 고양시에는 2601가구에 달하는 '고양 더샵포레나 원와이든'을 공급한다. 포스코이앤씨와 공동으로 시공하며 한화 건설부문의 지분은 40%다. 2568가구 규모의 '포레나더샵 인천시청역'은 포스코이앤씨와 공동시공하며 절반 이상인 55%가 한화 건설부문의 시공 지분이다.
동부건설은 인천 서구에서만 2377가구의 공급을 계획했다. 구체적인 공급 일정을 정하지는 않았으나 연내 분양에 나선다는 목표다. 검단 AB 8BL공동주택개발사업(1534가구)과 검단16호 근린공원 개발행위특례사업(843가구)를 통해서다.
대방건설도 내달 충남 아산시 배방읍에 아산배방2차 디에트로(1114가구) 등을 공급한다. 또 경기도 오산시 가수동에 오산세교1·2차 대방엘리움(1158가구)과 인천시 중구 중산동에 인천영종1차 대방 디에트로(1001가구)를 각각 7월과10월에 공급할 계획이다. 전체 공급 가구 수가 모두 일반분양 물량으로 자체사업 형태다.
코오롱글로벌은 충청권인 대전 봉명동에 691가구를 공급한다.
대단지 예고는 했는데…'시장 눈치'
다만 건설사들이 목표한 공급 계획이 차질없이 이뤄질지는 두고봐야 한다. 한 중대형사 관계자는 "올해 공급 계획을 짜긴 했으나 계획대로 분양이 순조롭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지역 부동산 경기나 여러 상황을 살펴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건설사는 부동산 시장 침체에 여전히 분양 시기를 조율 중인 것으로 파악되기도 했다. DL건설의 경우 아직까지 분양 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지방 미분양 주택은 6만5146가구로 전월 대비 1% 감소에 그쳤다. 지방 미분양 주택이 5만652가구로 전월(5만1888가구) 대비 2.4% 줄었으나 수도권 미분양은 같은 기간 3.9% 늘어난 1만494가구로 집계됐다.
새해 들어서도 당장의 시장 분위기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월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전국 평균 71.4포인트(p)로 전월 대비 10.6p 하락했다. 수도권(83.4→76.8)과 비수도권(81.7→70.3)이 각각 6.6p, 11.4p 하락한 결과다.
이지현 주택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8월 말 이후 대폭 강화한 주택담보대출 규제와 올해의 경기 악화 전망, 그리고 최근 촉발된 계엄과 탄핵 정국에 따른 불안 심리 등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환율을 포함해 올해 성장률 예측치와 소비·투자·물가 등 최근 집계된 지표들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황에 부동산 시장도 동반 위축된 분위기"라며 "2월 들어서도 분위기 반전은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