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가주택에 대한 대출을 옥죄고 세금 부담을 키우자 한강 주변의 집값이 하락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과 주변 지역 전월세 상승 압력이 되레 강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대 시장 공급자 역할을 하던 다주택자가 살지 않는 집을 증여 혹은 처분에 나서면서 임대 물량의 단기적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24일 부동산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매매 물건 수는 지난 22일 기준 7만5313건으로 3개월 전(5만6216건)과 비교해 33.9%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전세 물건은 2만2149건에서 30.9% 준 1만5316건, 월세는 2만721건에서 28.4% 감소한 1만4841건이다.
전세가 매매 상승률 역전
노원구 상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달에는 매매 거래가 꽤 활발했으나 이달에는 주춤한 편"이라며 "전월세 매물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2000가구 넘는 단지에 전세로 나온 게 하나도 없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집주인이 급하게 처분하는 매물이 많이 나왔는데 괜찮은 가격에 나온 건 지금 거의 정리된 분위기"라면서 "전세는 워낙 귀하다 보니 집을 살피지도 않고 계약금부터 쏘는 경우도 나온다"고 말했다.
전월세 물건이 귀해지면서 매매가격의 오름폭은 축소된 반면 전월세 가격 오름폭은 커졌다. 이달에도 아파트 전셋값은 2주 연속 상승폭을 키웠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올해 4월 첫째 주(6일 기준)와 둘째 주(13일 기준)까지 서울의 전셋값 상승률은 각각 0.16%와 0.17%다. 같은 기간 2주 연속 0.1% 상승으로 동일했던 매매가격 상승률을 앞지른 것이다. 셋째 주(20일) 기준으로도 전셋값은 0.22%, 매맷값은 0.15%가 올랐다. 올해 전셋값 누적 상승률은 2.17%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0.4%에 불과했다.
아파트와 연립·다세대 주택을 포함해도 전월세 가격 상승률이 매맷값 상승률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월간 주택종합 동향에 따르면 3월 매매가의 상승률은 0.39%로 전월 상승률(0.66%)보다 0.27%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3월 전셋값 상승률은 0.46%로 전월(0.35%)보다 0.11%포인트 올랐다. 반전세라 불리는 준전세(월세 대비 보증금 비율이 240배 초과), 준월세(월세와 준전세의 중간 영역)를 포함한 월세 상승률은 0.51%였다. 전월 상승률(0.41%)과 비교하면 0.1%포인트 올랐다.
이 같은 전월세 가격 오름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시각이다. 내달 10일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면서 임대 시장에 나오는 주택은 더 귀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3주택 이상 보유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팔 경우 중과세율(최고 75%)에 세액의 10%에 해당하는 지방세 등을 더하면 82.5%의 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장특공제' 변수까지
정부는 그동안 유예한 양도세 중과를 내달 10일부터 시행할 것을 예고했다. 지난 17일부터는 다주택자의 수도권·규제지역 내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만기연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다주택자가 보유한 집을 처분하도록 압박하는 것이다.
또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8일 자신의 엑스(X, 옛 트위터) 계정에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는 '거주여부와 무관하게' 오로지 장기보유했다는 사유만으로 양도세를 대폭 깎아 주는 제도"라면서 단계적 폐지를 한다면 매물이 나오지 않는 부작용도 덜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특공제는 일정 기간 보유하거나 거주한 부동산을 팔 때 양도차익의 일정 비율을 공제해 주는 제도다. 1주택자는 12억원 초과 주택 처분 시 10년 이상 거주했다면 양도차익의 최대 80%를 공제받을 수 있다. 거주가 아닌 보유만 했을 경우도 최대 40%를 공제받을 수 있다. 이 대통령이 밝힌 것처럼 거주여부와 무관하게 공제를 적용한 부분을 손질한다면 다주택자는 물론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도 더 커질 전망이다.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의 김인만 소장은 "입주 물량도 줄어든 상황에서 다주택 임대사업자 제도를 활성화하지 않고서는 단기간 전월세 가격 급등은 막을 수 없다"면서 "은행에 돈을 빌리지 않고 버틸 수 있는 다주택자도 보유세는 물론이고 미래에 낼지 모를 양도세 부담이 커진다면 임차인에게 이를 전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매매가 대비 저렴하게 전세로 살던 이들은 더 많은 주거 비용을 내야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 랩장은 "정부의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확대와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 등이 고가 주택 거래가의 하방압력으로 작용했으나 임대 물건 품귀에 영향을 준 것도 사실"이라면서 "이 같은 정책을 유지하면서 주택 시장을 안정시키려면 공급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