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5년 만에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지정을 해제했다. 국제교류복합지구(GBC) 인근 잠실동·삼성동·대치동·청담동 등 이른바 '똘똘한 한 채' 밀집지역의 291개 고가 일반아파트 단지에 거래 제한이 풀린 것이다.▷관련기사 : 토허구역 해제…'잠삼대청' 웃고 '압여목성' 울었다(2월12일)
토허구역 해제로 그동안 눌려있던 이들 지역 가격이 단기간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거래량 증가, 전세물건 증가에 따른 전세 시장 안정화 등 긍정적 영향도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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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만에 2억 껑충…'단기급등 불가피'
서울시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해제 발표 이튿날인 13일 송파구 A 공인중개사는 "토허구역 해제 소식과 관련해 이미 일부 가격 들썩임이 있었다"면서 "그동안 매물이 거의 없어 허위 매물이나 호가가 많았지만 매매 호가 상승이나 기존 매물을 거둬들여 호가 조정을 고민하는 고객들이 최근 여럿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는 지난해 12월 26억원대에 거래됐던 전용면적 84㎡ 저층 매물 호가가 토허제 해제 발표 하루 만에 28억원대로 2억원 가까이 올랐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는 전용면적 84㎡가 지난 12월18일 27억2000만원(27층)에서 지난 2월5일 28억1000만원(29층)으로 9000만원 높게 거래됐다.
토허제 구역에서 주택은 2년간 실거주 목적인 매매만 허용되며, 임대나 전세를 끼고 집을 매수하는 이른바 '갭투자'도 어렵다. 이 때문에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를 비롯한 잠실, 대치동 등의 학군 선호지 고가 아파트 지역에서 '과도한 재산권 제한'이라는 불만이 많았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강남권 일부 지역은 토허구역 해제 기대감만으로도 이미 호가가 강세를 보이는 상황"이라며 "잠·삼·대·청은 똘똘한 한 채 선호가 강하고 전세 낀 주택을 사려는 상급지 교체 수요가 상당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잠실동 엘·리·트, 삼성동 래미안라클라시, 힐스테이트1차,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1~2단지 등 단지들에서 매도자 우위 시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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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기 '정상화' 긍정적
이처럼 단기 가격 급등 우려가 일부 있지만 전문가들은 토허구역 해제가 시장에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토허구역 해제로 투자 등 매수 대기자들이 몰리면서 단기 가격 급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다만 시장 침체와 정국 불안으로 거래가 침체한 상황에서 거래량이 늘어날 수 있는 부분은 긍정적"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서울에 적용된 토허제는 사실상 주택거래허가제로 불릴 만큼 주거권을 제한해 왔다"면서 "(해제에) 대형 단지들이 포함돼 있어 거래량이 늘면 시간이 지나면서 주거 안전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토허제가 주요 도심의 가격 급등 억제를 목적으로 사용되며 주변 지역과의 시세 차이 및 재산권 침해 문제 등이 불거져왔던 만큼 해제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그동안 인위적으로 눌려있던 집값의 요인이 사라지며 시세에 맞춰 가격이 정상화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갭 투자? 전세 안정에 도움"
토허구역 해제로 전세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송승현 대표는 "그동안 주요 지역들임에도 투자가 불가능해 전세 물량이 거의 없었지만 이른바 갭투자 물량이 늘어나면서 전셋값 안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매매가격은 올라가겠지만 전셋값 안정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해제 가능성이 예고되면서 부동산에 전세를 낀 매도 매물을 등록하는 등의 움직임도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같은 매물이 아직 소량인 데다, 관망세도 여전히 강해 안정화 영향은 장기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남구 B 공인중개사는 "전세매물이 늘면서 전세시장에도 당연히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하지만 전셋값이 높고 거래량이 많지 않은 데다 전세가 상승이 매매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사실상 '전세시장 안정화'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