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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주택 공개념'에 묻힌 부동산세 합리화

  • 2026.07.30(목) 06:36

실효세율, 초고가 기준 '민의' 모으자 했지만
"주택은 공공재 성격"…이념적 논쟁 부각
'맘카페' 말도 듣겠다 했지만 '편 가르기' 결과 아쉬워

올해 세제 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열린 정부의 부동산 정책 토론회가 마무리됐다. 부처별 사전 토론회에서 주요 쟁점에 대한 의견이 오갔고,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토론회에서 종합적으로 다뤄졌다. 이마저도 부족하다고 판단해 한성숙 국무총리가 한 번 더 토론회를 열었다. '맘카페'까지 불러 목소리를 듣겠다던 초유의 부동산 대토론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토론회에서 가장 기억을 남긴 건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주택은 공공재 성격이 강하다"는 발언이었다. 그는 "다주택이 어쩔 수 없는 게 아니라면 사는 집 외엔 다른 국민, 다른 이웃이 집을 가질 수 있게 해달라"라고 호소했다.

한성숙 국무총리가 27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사유재산인 주택에 대해 공공재의 성격이 강하다고 한 걸 보니 이와 결이 맞는 정책을 준비한 듯하다. 어느 정권이든 정부가 국정 운영의 방향을 잡아두고 정책을 내놓기 마련이다. 하지만 민심을 모아 듣겠다던 토론회에서 할 발언이었나 싶다. 이 탓에 해묵은 이념적 대립과 비판이 온라인을 비롯한 공론의 장에 떠오르고 있어서다.

과거 참여정부 시기였던 2005년에도 논쟁이 있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주택시장에서 생기는 모든 이익은 국민이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고, "주택은 엄연한 사유재"라는 반대 여론이 맞섰다. 1980년대 토지 공개념에서 이어진 '주택 공개념' 성격의 발언은 첨예한 정치적 이념의 대립 지점이다. 어느 한쪽을 쉽사리 설득하기 어려운 문제다.

이번 토론회는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이를 조율해 부동산 제도의 합리적 개선까지 이끌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부동산 카페와 같은 커뮤니티는 물론이고 주변에서도 주택이 공공재가 맞냐는 논쟁이 벌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세제 개편과 부동산 대책의 수위 조절이라는 일차적 목표는 아쉽게도 뒷전이 됐다. 이 대통령이 콕 집어 궁금해 한 초고가주택의 기준은 어떻게 할 것이고 보유세의 부담을 얼마나 하는 게 좋을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묻히고 말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본인이 주재한 토론회에서 "(부동산 정책을 추진하면서) 불만과 갈등이 없을 수 없다"며 "하지만 그게 최소화될 수 있도록 편익과 효용이 높은 방향으로 제도 설계를 해보겠다"라고 강조했다. 초고가주택 기준과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실효세율 등을 세세하게 물으며 추가 의견을 받고 각 분야의 전문가 발제에 대해서도 궁금한 점은 따져봤다.

이번 토론회가 세제 개편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토론회에서는 이 같은 수치를 구체적으로 다루는 데 집중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차라리 그 편이 객관성도 더 확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조세 정상화라는 목적과 방향성에 대해 구체적인 수치를 거론하고 이에 대한 반박이나 찬성 의견 등을 받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있다.

23일 KBS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 정책 국민대토론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참가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이미지=KTV 국민방송

물론 토론 과정에서 그런 내용이 없던 것은 아니다. 초고가주택의 기준을 공시가격 상위 1% 수준인 20억원으로 하자거나 양도소득세 최고 구간을 신설하고 보유세 실효세율을 1%까지 끌어올리자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이런 게 더 치열하게 다뤄졌어야 했다. 가령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우리나라의 보유세가 실제로 과중한 것인지를 따지는 것도 좋았겠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일원화 필요성, 주택 수가 아닌 총액 기준으로 보유세를 매기는 게 적정한 것인지 등 더 세밀하게 따지고 볼 내용은 많았다.

이 대통령의 토론 방식이나 발언자 지목 등도 뒷말을 낳았다. 여기에 구 부총리의 "주택은 공공재 성격이 크다"는 발언까지 더해졌다. 현실적 '디테일' 논의를 통해 정부가 묘안을 찾길 바랐지만 결국 정치 철학 비판 목소리만 커졌다. 부동산 관련 통합적 의사 결정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한 것과는 거리가 먼 결과다. 

이 대통령은 시한이 있기 때문에 조세 제도 손질이 급한 상황임을 언급했다. 정부는 곧 세제 개편안을 내놓는다. 종부세 부담 상한비율을 상향 조정하거나 고령자와 장기보유자에게 주는 세액공제 혜택을 줄이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양도세 공제 혜택인 장기보유특별공제의 상한을 두는 방식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이 됐든 정치적 논란을 덜어낸 방안을 정부가 내오길 바란다. '불만과 갈등을 최소화하고 편익과 효용'이 충만한, 정교한 정책 설계가 세제개편, 또 향후 나올 종합 부동산 대책까지 이어졌으면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재명 정부도 결국 주택 문제에 치여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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