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와 홍삼, 선풍기 등 각양각색의 자체브랜드(PL) 상품으로 유명한 이마트가 금기시하던 제품이 있습니다. 참기름입니다.
지난 2012년 12월 이마트가 CJ제일제당해 위탁생산한 PL 상품인 '이마트 베스트 참기름'에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과다 검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품질 좋고 저렴한 PL 상품을 취급하는 이마트 명성에 `금`이 갔기 때문입니다.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당 상품의 판매중지 및 제품회수 조치를 내렸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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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반이 흘러 이마트는 그간 참기름에 적용하던 금기를 깼습니다. 이마트는 16일 제주도산 참깨를 원료로 사용한 '이마트 제주도 참기름' 5만병을 한정판매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마트로선 국산 참기름을 찾는 소비자들이 꾸준히 늘면서 더는 과거의 아픈 기억에 매달려선 안되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이마트에서 판매되는 일반 국산 참기름 비중은 2013년 12%에서 올해는 16.8%로 증가했습니다.
참기름에 낀 가격거품도 뺐습니다. 이번에 내놓은 참기름은 시중가에 비해 44%나 저렴하다고 합니다. 1병(250㎖)당 1만6800원이라는 가격이 붙었습니다. 지난해 10월 제주도 참깨 50톤을 미리 구매해 식품안전관리인증(HACCP)을 받은 조미료 중소기업에 맡겨 생산비용과 마케팅비 등을 줄였다고 합니다.
이를 위한 절치부심의 시간도 가졌습니다. 무엇보다 명예회복이 시급했습니다. 먼저 움직인 곳은 CJ제일제당입니다. 이 회사는 벤조피렌 과다 검출의 오명을 벗기 위해 법원에 재조사를 의뢰했고, 그 결과 지난해 6월 법원으로부터 식약처의 행정처분 철회 결정을 얻어냈습니다. 법원 주관하에 실시된 검사에선 벤조피렌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뒤 CJ제일제당은 '소박한 참기름'이라는 제품을 이마트 PL 상품으로 공급했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던 모양입니다. 판매자인 이마트도 한번 구설에 오른 제품과 비슷한 제품을 다시 취급하는 게 껄끄러웠던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번 제품은 이마트의 참기름시장 재도전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베스트 참기름'이 미얀마산 참깨를 썼다면 '제주도 참기름'은 국산 참깨를 사용해 원재료부터 차별성을 뒀는데요. 이마트 관계자에게 물으니 "품질은 자신있다"고 하더군요.
이마트의 이번 도전이 소비자들로부터 어떤 반응을 얻을지 궁금합니다. 참기름 시장에서 한번 `미끄러진` 이마트가 재기하느냐 아니냐가 어쩌면 이 제품에 달렸을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