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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판 다이소` 알디(Aldi)를 아십니까

  • 2015.03.18(수) 14:42

[글로벌&유통]
英 테스코보다 가격 20% 저렴
마진·운영비용에서 거품 쫙 빼
유럽·호주 평정.."이젠 한국으로"

"테스코도 홈그라운드인 영국시장에서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알디(Aldi)와 리들(Lidl)같은 독일계 유통회사가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점유율을 늘려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테스코는 고객이 많이 찾는 상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절박함이 있습니다."
 
최근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홈플러스 기자간담회. 도성환 사장은 신선식품 500개 품목의 상시 할인정책에 대한 테스코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변했다.
 
홈플러스의 모기업인 테스코는 지난해 실적악화와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최고경영자가 교체되고 이사회 의장이 물러나는 심각한 위기를 겪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테스코는 현재 본토인 영국에서 알디에 밀려 맥을 못추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 1위, 글로벌 2위의 소매유통기업인 테스코를 벼랑끝으로 몰고 간 알디는 어떤 기업일까.
 

◇ 알디의 성장..거침없이 '쑥쑥'

 

알디는 현재 18개국에 9000여개의 점포를 가진 독일계 슈퍼마켓체인이다.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라는 별명대로 싼 가격으로 유명하다. 한국의 다이소와 비슷하다. 그러나 다이소가 빵이나 과자, 음료를 구색맞추기용으로 들여놓는 정도라면 알디는 신선식품에 주력해 판매하고 있다.

 

알디의 겉모습이 화려하지는 않다. 매장 평균 면적은 850㎡으로 테스코(4500~1만2000㎡)에 비하면 '구멍가게' 수준이다.

 

매장 규모에 비해 알디는 무척 알차다. 알디가 지난 2013년 전세계에서 올린 매출액은 643억 유로(76조8000억원)다.

 

특히 영국과 호주에서는 유통업계에 돌풍을 일으키며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알디의 영국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4.8%를 기록했다. 이는 7년전에 비해 두 배가 증가한 수치다. 2011년 이후부터는 매년 30%를 상회하는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테스코(Tesco), 아스다(Asda), 세인스버리(Sainsbury’s), 모리슨(Morrisons) 등 영국유통업계 '빅 포'(Big Four)의 점유율이 하락세에 접어든 것과 대조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영국 유통업계에 전례가 없던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혁신을 이끄는 기업으로 알디를 언급했다. 영국 소비자들이 대형 매장 대신 규모는 작아도 물건을 값싸게 파는  매장을 선호하는 흐름이 생겼다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이비스월드(IBIS World)도 "알디로 인해 지난 5년간 호주의 소비자심리와 산업전반의 거래 조건이 획기적으로 변화했다"고 전했다.


◇ 성공비결1. 저가의 고품질 상품

 

알디의 성공 방정식은 단순하다. 물건을 최대한 싸게 팔면서도 고품질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알디는 마진과 운영비용에서 거품을 최대한 뺐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AC닐슨에 따르면 알디는 대형 유통업체 테스코보다 평균 22% 저렴하게 물건을 팔고 있다. 

 

생활용품숍 다이소 관계자는 "가격을 20% 이상 낮추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제품가에는 2.5~3% 정도의 물류비와 20%가 넘는 인건비가 들어가는데, 이것을 줄이는 것은 철저히 그 회사의 능력이다"고 말했다.

 

▲ 알디의 매장 복도 (출처: 알디 홈페이지)
알디는 수익을 어느 정도 포기하면서까지 가격을 낮췄다. 실제로 대형도매업체가 18%의 마진을 남기는데 비해 알디의 마진은 12% 정도다. 순이익률도 2%로 테스코(4%)의 절반에 불과하다.
 
과일·야채 같은 신선식품과 가공식품, 공산품 등 상품 가짓수는 1500~3500개 정도다. 테스코(2만5000~4만5000여개)의 10분의 1 수준이다.

 

알디의 상품 10개 중 9개는 자체브랜드상품(PB)이다. '싼 가격'에 초점을 두고 만든 상품이 매대에 포진한 셈이다.

 

심지어 매장 구조에도 비용 절감의 아이디어가 담겨 있다. 상품은 바구니나 박스에 담긴 채로 매장에 진열된다. 일일히 상품을 꺼내 매대에 진열할 필요가 없어 직원들의 일손을 덜었다.

 

매장 복도는 한쪽 끝부터 끝까지 넓은 복도식으로 설계했다. 직원이 상품을 실은 핸드카를 매장 내에서 빠르고 쉽게 끌고 다닐 수 있도록 했다.

 

▲(좌)알디 직원이 상품을 핸드카에 실어 이동하고 있다. (우)한 직원이 상품을 박스 채로 진열하고 있다. (출처: 알디 홈페이지)


◇ 성공비결2. 신속한 시장 대응

 

몸집이 작기에 잽싸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도 알디의 장점이다. 알디는 제품이 다양하지 않은 대신 품질을 수시로 점검해 매대에 반영한다. 상품공급자와 직접 거래를 터서 중개인을 거칠 때 발생하는 비용도 없앴다.

 

JIT(Just In Time) 생산공정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상품이 필요할 때마다 주문해 적시에 공급하는 것이다. 이로써 알디는 창고가 따로 필요치 않다.

 

매주 할인상품을 제시해 상품 회전속도도 빠르다.

 

▲ 알디의 광고 일부. "무적의 이중 보장"이라고 적혀 있다. (출처 : 알디)

대부분의 상품을 업계 최저가에 공급하면서도 알디는 고객들에게 고품질을 약속한다. 이중 보장(Double Guarantee) 제도가 대표적이다. 고객이 어떤 이유에서건 알디의 식품에 100%만족하지 않을 경우 교환이나 환불을 해주는 제도다.

 

일각에서는 알디가 생산업자들에게 압력을 가해 가격을 낮춘다고 하지만 이는 사실과 괴리가 있다. 유럽·북미·호주 시장조사기관인 리테일리서치센터의 조슈아 뱀필드(Joshua Bamfield) 이사는 "알디는 거래업체 측에 가격을 더 깎아 달라거나 웃돈을 요구하지 않아 거래업체들 사이에서 평판이 좋다"고 말했다.

 

◇ "알디, 한국으로 온다"

 

유럽, 북아메리카, 호주 등 3대륙을 평정한 알디의 네 번째 진출 대륙은 아시아로 꼽힌다.

 

뱀필드 이사는 "알디의 한국 진출에 대해 공식적으로 알려진 바는 없지만 향후 3년 내에 한국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국은 알디가 아시아 시장을 이해하고 사업을 시작하기에 좋은 여건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알디의 한국 사업 성공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국내 유통업계 측은 "경제 사정이 악화되면서 한국 고객들이 가격에 민감해진데다, 소가족 가구의 증가로 간편한 쇼핑을 선호하는 고객들이 많아질 것"이라며 "알디처럼 대폭적으로 할인하는 슈퍼마켓이 한국 소비자의 욕구에 맞아 떨어진다"고 말했다.

 

'월간 독일 비즈니스'(German business monthly)는 알디의 회사위원회인 AUA(Aldi-Unternehmensausschuss)가 지난 2013년 2월 알디의 중국 시장 진출을 승인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알디는 오는 2022년까지 전세계에 1000개의 매장을 신규 오픈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목표 달성에 있어서 아시아 진출은 필연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는 분석이다.

  

▲ 알디의 영국 광고. 같은 돈으로 점심을 더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출처: 유튜브에 올라온 알디 소개 동영상.

 

 

 

알디의 창업주 알브레히트 家

 

▲알디가 진출한 국가. 알디 노드는 지도상에서 파란색, 알디 수드는 노란색으로 표기했다. (출처: 위키피디아)

 

알디는 지난 1946년 독일 알브레히트가(家) 형제가 공동 창업했다.

독일 에센에서 어머니가 운영하던 작은 식료품 상점을 물려받은 알브레히트 형제는 1960년까지 점포를 300개로 늘려나갔다.

 

1961년 담배 판매로 의견 다툼을 벌이던 두 형제는 두 개의 자매 회사로 갈라섰다. 형인 카를 알브레히트는 '알디 수드'(Aldi Sud)를, 동생인 테오 알브레이트는 '알디 노드'(Aldi Nord)를 맡았다.

 

▲ 알디 수드의 전(前) CEO 카를 알브레히트.

알디 수드는 독일 남부와 영국·오스트리아·헝가리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서 성업 중이다. 1976년 미국, 2001년 호주에 진출해 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알디 노드는 독일 북부를 포함해 프랑스, 덴마크 등 유럽 국가를 맡았다. 1979년엔 기존에 미국에 진출한 '알디'의 브랜드명을 피해 '트레이더 조'(Trader Joe's)라는 이름으로 매장 문을 열었다.

 

두 형제는 모두 검소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은 몽당연필까지도 아껴 쓰고, 직원들에게는 전화비를 아끼기 위해 공중전화를 쓰라고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생 테오 알브레이트는 2010년 별세했다. 형인 카를 알브레히트는 2002년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난 후, 지난해 9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특히 카를 알브레히트는 전세계 35위의 갑부이지만 장례식은 가족만 참석해 소박하게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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