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의 대주주인 테스코가 한국시장에서 16년만에 철수한다. 2000년대 중반 미국 월마트와 프랑스 까르푸가 한국시장에서 손을 뗄 때도 흔들림 없이 점포를 확장하던 테스코는 지난해 영국에서 터진 분식회계를 계기로 실적이 급락하자 수습책으로 알토란같이 키워온 홈플러스를 팔기로 했다. 테스코의 홈플러스 매각과 관련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Q. 테스코는 홈플러스를 왜 팔았나?
A. 테스코의 전임 회장인 필립 클라크는 2013년 6월 한국을 방문해 "홈플러스 매각은 절대 없다"고 밝혔다. 홈플러스가 차입금 상환을 목적으로 점포를 매각하는 것을 두고 철수설이 돌자 테스코 회장이 직접 진화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듬해 테스코의 입장이 돌변한다. 테스코 경영진의 분식회계가 드러나면서 주가는 급락했고 실적도 역대 최악(약 10조원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 취임한 데이브 루이스 테스코 회장은 올해초 영국내 43개 매장 폐쇄를 비롯한 그룹 구조조정방안을 발표했는데 이 때만해도 해외자산(홈플러스) 매각방침은 포함돼있지 않았다. 하지만 테스코는 영국 다음으로 큰 해외사업장인 홈플러스를 팔지 않고선 지금의 위기를 수습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테스코는 이번에 홈플러스 매각으로 확보한 돈으로 앞으로 1년반 동안 돌아오는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상환하는데 사용할 예정이다.
Q. 테스코가 손해를 보고 판 것인가?
A. 테스코가 홈플러스 매각으로 손에 쥐는 돈은 세금이나 거래비용 등을 다내고도 6조원(33억5100만파운드)에 달한다. 반면 테스코가 한국시장에 진출하면서 홈플러스와 홈플러스테스코 지분확보에 들인 돈은 1조2000억원(추정치)이다. 매각차익만 5조원에 달해 '먹튀'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Q. 테스코가 밝힌 매각가격과 MBK파트너스가 발표한 인수가격이 차이가 있던데?
A. 테스코는 7조6800억원(42억4000만파운드), MBK는 7조2000억원(60억달러)으로 발표했다. 양측의 주장이 4800억원 가까이 차이난다. 하지만 실제 주고받는 돈은 별 차이가 없다. 아파트로 비교하면 이렇다. 은행 대출 1억원이 있는 5억원짜리 아파트를 샀다면 실제 들어간 돈은 4억원이다. 하지만 판 사람은 5억원에 팔았다고 할 수 있다. MBK는 홈플러스가 갚아야할 부채 중 일부(4800억원)를 인수가격에 포함하지 않았고(실제 지급하는 돈이 아니기 때문), 테스코는 그 부채(상환의무가 사라짐)까지 포함해 매각가를 발표한 것이다. 양측이 실제 주고받는 돈은 7조2000억원이다.
여기에는 인수하는 쪽과 매각하는 쪽의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MBK가 이번 거래와 관련해 책임져야하는 쪽은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 캐나다공무원연금, 싱가포르 테마섹 등의 투자자들이다. 이들에게는 최대한 저렴하게 샀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반면 테스코는 최대한 비싸게 팔았다는 점을 주주들에게 알리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Q. 테스코가 추진하던 배당은 어떻게 됐는가?
A. 테스코는 1조3000억원을 배당으로 빼가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배당으로 가져갈 때 내야할 세금이 주식양도차익으로 내야할 세금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홈플러스가 지난 2월말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금은 약 260억원에 불과했다. 테스코의 요구에 응하려면 홈플러스는 빚을 내 배당을 해줘야하는 일이 생긴다. 이에 대한 비난여론이 일고, 홈플러스의 한국측 사내이사(도성환·안희만)마저 반대하자 테스코는 배당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
Q. 대주주가 바뀌어도 직원들의 고용은 보장되나?
A. 테스코는 "인수자로부터 기존의 고용조건을 유지하며, 강제적인 인력감축은 없을 것이라는 보장을 받았다"고 밝혔다. MBK도 인위적 구조조정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MBK가 홍보대행사를 통해 기자들에게 보낸 보도자료에는 약간의 뉘앙스 차이가 느껴진다. 자료에서 김광일 MBK 대표는 "홈플러스 직원들은 물론, 노동조합, 협력사, 고객 및 기타 이해관계자들과 생산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회사 경영진과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고용승계나 구조조정과 관련한 직접적 표현이 등장하지 않았다.
Q. 홈플러스 직원들에 대한 위로금 얘기도 있던데?
A. 테스코와 MBK 사이에서 위로금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이지만 구체적인 금액은 명시돼있지 않다. 테스코는 "이번 거래와 관련해 홈플러스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비용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MBK는 "결정된 바 없으며, 홈플러스 경영진이 판단할 문제"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Q. 캐나다와 싱가포르 연기금 등이 MBK컨소시엄에 참여했는데, 한국의 국민연금도 돈을 대줬나?
A. MBK의 보도자료에는 국민연금이 빠져있다. 하지만 투자은행(IB)업계에선 국민연금도 MBK컨소시엄에 참여했다는 관측이 많다. 투자금액은 500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국민연금의 이름이 빠진 건 테스코의 먹튀를 도왔다는 비난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살펴야 할 부분은 MBK가 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MBK는 연기금에서 받은 돈과 은행권에서 빌린 차입금 등으로 인수대금을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땐 홈플러스 주식이 담보로 제공될 가능성이 높다.
Q. MBK는 향후 2년간 1조원의 투자를 한다고 발표했다. 홈플러스를 키우겠다는 뜻 아닌가?
A. 2년간 1조원이면 1년에 5000억원을 투자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홈플러스가 집행한 투자액이 2500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사업확대를 시사한 것으로 여길 수 있다. 다만 홈플러스의 최근 5년간 평균투자액이 매년 5000억원 정도였음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지난해 투자액이 예년의 절반으로 줄어든 것은 홈플러스 입장에선 이례적인 일이었다. 대주주인 테스코에게 빌린 돈을 조기에 갚으려고 점포유지 등에 필요한 경상적인 지출 외에는 투자를 하지 않았기에 벌어진 현상이다. 따라서 MBK의 2년간 1조원 투자 약속은 새로운 것이라기보다는 예년수준으로의 복귀를 선언한 것으로 봐야한다. MBK가 약속한 '비정상의 정상화'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