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이 26일 오전 숨진 채 발견되면서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그룹 경영과 관련해 배임·횡령 혐의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을 상대로 오너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 계열사 부당지원, 일감 몰아주기 등 그룹 내 경영비리 전반을 조사할 방침이었다.
1973년 호텔롯데에 입사해 40년 이상 롯데에서 근무한 그는 신 회장 등 오너 일가가 그룹 경영상황을 보고받을 때 빠짐없이 배석해 계열사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위치에 있었다. 롯데 관계자는 "꼼꼼한 성격에 기억력이 뛰어나 오너가 놓치기 쉬운 부분을 제대로 짚어내는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았던 이 부회장은 지난해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벌어졌을 땐 "아버지의 뜻"을 내세운 신동주 일본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 대신 한국 롯데를 책임진 신 회장 편에 섰다. 이 때문에 신 총괄회장이 롯데 고위임원들에 대한 해임지시서, 이른바 '살생부'를 내려보낼 때 이 부회장의 이름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 25일 신 회장의 측근인 황각규 롯데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을 불러 조사를 한데 이어 이날 이 부회장을 소환해 오너 일가의 범죄혐의를 밝혀낸다는 계획이었지만, 이 부회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함으로써 핵심의혹 규명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검찰에 출두한 황 사장은 "정책본부의 비자금 조성이 신 회장 지시를 받은 것이 맞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적 없다"며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호텔롯데·롯데쇼핑·롯데케미칼·롯데홈쇼핑 등 롯데 계열사에 대한 저인망식 수사로 그룹내 불만이 고조된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숨져 검찰로선 과잉수사라는 비난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은 이 부회장의 사망소식이 전해진 뒤 불과 1시간만에 "진심으로 안타깝고 고인에 애도를 표한다"며 "수사 일정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검찰 안팎에선 추석 이전 신 회장을 소환한다는 계획이 미뤄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편 이 부회장은 자신이 타고온 차량에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유서 내용에는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먼저 가서 미안하다. 신동빈 회장은 훌륭한 사람이다"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