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가격 인상을 두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던 BBQ(비비큐)가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김태천 제너시스비비큐 부회장은 15일 농림축산식품부 '외식업계 CEO 간담회'에 뒤늦게 참석해 "물가안정 정책에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가격 인상안을 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정이 있겠죠."
여의도 한 한식당에서 열린 '외식업계 CEO' 간담회에 참석한 이준원 농식품부 차관은 "BBQ 부회장은 왜 안 온 거냐"는 질문에 말끝을 흐렸다. BBQ의 김태천 부회장은 이날 간담회에 초청받아 오기로 했지만, 치킨 가격 인상을 두고 농식품부와 의견차를 보이자 간담회 하루전에 돌연 불참의사를 밝혔다. 이 차관은 "특정업체를 강제로 오라 가라 할 수 없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는 당초 계획보다 30분 늦은 11시30분에 시작했다. 그때까지도 김 부회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사실상 정부와 대화를 단절하겠다는 BBQ를 향해 이 차관은 "가격 결정은 기업의 자율"이라면서도 "서민경제가 어려우니 협조했으면 한다"고 했다. 이어 "지금 단계에서 세무조사를 의뢰하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치킨가격 인상 발표한 적도 없다."
반전은 간담회가 시작되고 나서 일어났다. 12시 무렵 김 부회장이 뒤늦게 간담회장에 나타난 것이다. 이 자리에서 김 부회장은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에 적극 협조하겠다"며 사실상 가격 인상안을 철회했다. 전날까지 정부 주최 간담회에 불참하겠다며 강공을 펼쳤던 BBQ가 하루 만에 완전히 꼬리를 내렸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BBQ는 "AI나 닭고기 가격 상승을 이유로 치킨가격을 인상하겠다고 결정하지 않았고, 발표한 적도 없다"고까지 해명했다.
BBQ는 가격인상은 가맹점주들을 위한 결정이었다고 강조했다. BBQ 측은 "배달 앱 주문비용이 마리당 900원, 배달대행수수료가 마리당 3500원 정도 들어가고 있다"며 "임차료 등 물가상승으로 가맹점주의 월간 인건비성 투자수익이 60만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맹점주들이 생존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며 "최근 2개월간 전국 가맹점주 간담회에서 강력한 요청이 있어 가격 조정을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BBQ가 울며겨자먹기식으로 가격 인상안을 철회하면서, 정부가 인위적으로 기업의 가격 정책에 개입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농식품부는 최근 "AI로 인한 닭고기의 수급 불안을 핑계로 소비자가격을 인상 반영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심지어 국세청 세무조사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까지 언급하며 우회적으로 BBQ를 압박했다. 이날 간담회에 초청된 한 인사는 "인건비 등 물가는 계속 올라가는 데 (정부가) 억지로 치킨가격을 잡고 있다"며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