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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뉴 컬처]①'위로부터 조직문화' 힘을 뺀다

  • 2017.06.22(목) 10:11

보수적·수직적 조직에서 수평적·창의적 조직으로
그룹 컨트롤타워 재편에서 사무실 바꾸기까지
현장 곳곳에 투영 '아직'‥"소통체계 변해야" 지적도

롯데그룹이 변하고 있다. 보수적이고 경직된 조직문화라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임직원들의 행복과 탄력적인 조직을 목표로 다양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뉴 롯데' 핵심 경영철학으로 내세우며 독려하고 있다. 롯데그룹에 어떤 변화가 일고 있는지 조직, 사람, 문화 측면에서 짚어본다. [편집자]


롯데그룹의 변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조직'이다. 롯데는 재계에서도 수직적이고 경직된 조직문화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일종의 '상명하복'이 당연한 조직이었다. 외형을 키우고 성과를 내기 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최근들어 수평적 조직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그 시작이 조직 문화다.

◇ 총체적 난국 그리고 과거와의 결별

2015년 롯데는 큰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 탓이다. 신격호 총괄회장 등 오너 일가와 롯데 지배구조 등 베일에 가려있던 민낯이 낱낱이 드러났다. 그 과정에서 롯데는 큰 상처를 입었다. 임직원들의 사기는 떨어졌고 업계 위상도 흔들렸다. 총체적 난국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롯데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은 많이 조용해졌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밀려나면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주도권을 잡았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신 전 부회장은 여전히 롯데에게 위협적인 존재다. 휴(休)화산일 뿐이다.


▲ 2015년부터 표면화된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으로 롯데는 안팎으로 큰 상처를 입었다. 이후 주도권을 잡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뉴 롯데'를 제시하며 기업문화 바꾸기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qwe123@)

주도권을 잡은 신 회장은 고민이 많았다. 상처입은 롯데를 다시 일으켜세워야 했다. 내부를 추스리고 외부의 신뢰를 회복해야 했다. 그래서 내놓은 비전이 '뉴 롯데'다.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정신은 이어받되 지난 50년 동안 굳어진 조직과 문화는 대폭적인 변화를 주겠다는 것이다.  최근 롯데가 진행하고 있는 기업문화 개선, 투명성 확보를 위한 지주사 전환 등이 모두 '뉴 롯데' 일환이다.

◇ 컨트롤타워 힘을 뺐다

롯데는 올해초 대대적인 조직개편에 나섰다. 핵심은 그룹 컨트롤타워다. 그동안 롯데를 움직였던 것은 회장을 중심으로 한 정책본부였다. 그룹 정책본부는 그룹 전반의 의사결정을 전담했던 최고의 파워조직이었다. 그런만큼 정책본부는 수직적인 롯데 문화의 대명사로도 불렸다.

롯데는 기존 정책본부를 그룹 사업을 관리하는 '경영혁신실'과 계열사의 준법경영강화를 위한 '컴플라이언스위원회'로 나눴다. 특히 컴플라이언스위원회는 별도 조직으로 운영돼 독립권을 보장받았다. 인원도 줄였다. 기존 200여명이던 정책본부 인원을 140여명으로 조정했다. '힘 있는 조직'에서 계열사 경영을 지원하고 사회의 변화를 조직에 반영하는 역할로 바꿨다. 정책본부 재편은 계열사들에게도 영향을 줬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정책본부 지배 아래 있던 계열사들은 총 4개의 BU(Business Unit)로 나눴다. 계열사들을 각 BU단위로 묶어 의사결정 계통을 단순명료하게 했다. 이는 현재 롯데가 진행하고 있는 지주회사 전환을 염두에 둔 조치다. 아울러 주력 계열사에 집중돼있던 그룹 역량을 BU로 분산해 계열사간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방안이기도 하다. 수직적이었던 힘의 방향을 수평으로 바꾼 셈이다.

힘을 분산시키자 아래가 자유로워졌다. '시키는 일을 잘하자'에서 '찾아서 하자'로 바뀌면서 '자율'과 '창의'가 강조되고 있다. 롯데 계열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조직이 위아래로 꽉 막혀 정체돼있다는 느낌이 많았다"며 "하지만 이제는 각 BU를 중심으로 계열사의 자율권이 과거에 비해 훨씬 많이 보장되고 있어 내가 속한 조직이 늘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 사무실이 바뀌고 있다

신동빈 회장의 '뉴 롯데'는 경영목표도 바뀌었다. 과거 외형성장에 무게를 뒀지만 이제는 질적성장을 핵심가치로 뒀다.  

신 회장은 "기업의 목표는 매출성장과 이익확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며 “질적성장 중심의 경영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고 뉴 비전을 실현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위해 사무실부터 변화를 주고 있다. 초점은 '창의적 사고'다. '상명하복'에 익숙하고 개인보다는 조직이 강조돼왔던 사무실 문화를 바꾸고 있다.


▲ 롯데물산 스마트오피스 '핫 데스크'. 누구나 원할때 함께 모여 일할 수 있도록 꾸몄다.

롯데물산의 '스마트오피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스마트오피스는 고정좌석, 유선 랜(LAN), 종이, 칸막이가 없다. 직원들은 원하는 자리에서 일을 한다. 임원은 사무실 중간에 위치해 언제든지 소통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혼자 일할 수 있는 ‘포커스룸’, 카페 형식의 ‘라운지’도 있다. 같은 부서는 같이 일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깼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창의적 사고가 롯데가 미래 50년을 그려갈 수 있는 기틀이라는 것이 최고 경영진들의 생각"이라면서 "더 이상 과거의 틀에 얽매이지 말고 자유롭고 창의적인 생각을 많이 내달라는 주문이다. 최근 롯데가 조금씩 선보이고 있는 각종 스마트사업들이 이런 고민의 산물들"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이 조직문화 변화를 시작했지만 아직 화두가 던져진 수준이라는 평가도 있다. 변화의 완성은 비전과 화두가 현장 곳곳에 투명되고 반영돼야 하는데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소통 체계'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롯데 계열사 관계자는 "외형적으로는 변화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 내용적으로도 변했다고 느끼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면서 "위아래 사이의 소통부족은 내부적으로도 계속 제기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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