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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하오리까"…파리바게뜨 '제빵사 딜레마'

  • 2017.06.29(목) 10:47

'불법파견·임금꺾기' 지적에 솔로몬지혜 찾기 곤혹
불법파견, 본사·가맹점 직접고용 난제
임금꺾기, 경영 어려운 가맹점주 문제라 난감.."감독 소홀" 지적도

제과 프랜차이즈 파리바게뜨 빵은 제조기사(이하 제빵사)가 만든다. 오전에 빵을, 오후에 케이크를 굽는 것이 제빵사의 일과다. 제빵사는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가장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지만 '신분'은 본사도 가맹점에도 소속돼 있지 않다.

제빵사가 소속된 곳은 파리바게뜨 본사와 업무협정을 맺은 휴먼테크원 등 전국 11개 인력공급업체다. 인력공급업체가 파리바게뜨 매장에 제빵사를 보내고, 점주는 인력공급업체에 매달 용역비를 내는 도급 형태다. 파리바게뜨에 일하는 제빵사만 4500명. 제빵사가 인력공급업체를 통해 가맹점에 근무하는 형태는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도 마찬가지다.

최근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파라바게뜨가 인력공급업체를 통해 제빵사를 가맹점에 불법파견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제빵사의 채용방식은 도급이지만 실질적으로 파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도급은 일을 완성하는 대가를 근로자에게 보수로 지급하는 계약인 반면 파견은 인력공급업체가 고용한 근로자를 다른 업체에 보내 근무하도록 하는 근로제도다.

 

▲ [그래픽= 김용민 기자]

 

◇ 제빵사는 도급인가 파견인가 


이정미 의원이 파리바게뜨 제빵사 근무형태가 불법파견이라고 지목한 근거는 '업무지시'에 있다. 법적으로 도급계약을 맺은 제빵사에 업무지시는 인력공급업체만 할 수 있다. 본사와 가맹점주는 제빵사를 지휘할 수 없다. 하지만 파리바게뜨는 본사 차원에서 제빵사에게 업무지시를 내렸다.

이 의원은 "파리바게뜨 본사 소속의 QSV(관리자)를 통해 카카오톡으로 제빵기사의 근태관리와 생산·품질관리, 품질위생점검·품질평가·성과평가 등 직접적·구체적 업무지시를 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리바게뜨 본사가 제빵사들에게 케이크 조기 생산을 위해 '오전 6시까지 조기 출근하라는 지시한 것'이 대표적인 업무지시 사례로 제시됐다. 제빵사가 '도급' 아닌 '파견' 형태로 일하고 있었다는 주장인 것이다.

 

그렇다면 제빵사 계약내용을 파견으로 바꾸면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현행법상 제빵사는 파견직 근로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파견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는 업종은 백화점 판매원 등 32개뿐이다. 제빵사와 공장 근로자 등 제조업에선 파견근로자를 쓸 수 없다.

이 때문에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 측은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 점주가 제빵사를 직접 고용하면?

 

제빵사 불법 파견 논란을 해결할 방안은 2가지 정도다. 우선 가맹점주가 직접 제빵사를 고용하는 방안이 있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는 현재 매장 판매 직원을 아르바이트로 고용하고 있는데 이를 제빵사까지 넓히는 방안이다. 이는 본사와 점주간 계약서에도 보장돼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상의 파리바게뜨 정보공개서를 보면 제빵사 등 고용인원은 점주의 책임과 선택에 따라 고용하고, 점주가 요청하는 경우 본사가 제빵사의 용역제공을 알선할 수 있다.

본사가 2가지 옵션을 제공하고 있지만 대부분 점주는 제빵사 용역제공을 선택하고 있다. 점주가 직접 빵을 만드는 경우를 빼고 가맹점이 자체적으로 제빵사를 고용하는 가맹점은 거의 없다. 가맹점주 입장에서 제빵사를 직접 채용할 경우 정규직으로 해야 하는 등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제빵사들도 고용 불안정성 등을 이유로 파리바게뜨 가맹점주와 직접 고용계약을 맺는 것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점주가 직접 제빵사를 고용하는 방안으로는 이번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얘기다.

 


◇ 본사가 제빵사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면 ?

 

두번째는 파리바게뜨 본사가 직접 제빵사를 채용하는 방안이다. 이는 이정미 의원이 내놓은 '해결책'이면서 제빵사들이 원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하지만 4500여명의 제빵사를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하는 본사는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정규직 전환에 따른 비용 문제만이 아니다. 만약 파리바게뜨 본사가 제빵사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게 되면 가맹점은 제빵사를 도급 형태로 사용해야 한다. 문제는 본사를 통해 도급 형태로 일하는 제빵사에게 가맹점주가 일체의 업무지시를 내릴 수 없다는 점이다. 식당 주인이 주방장에게 이래라저래라 일을 시킬 수 없는 상황이 되는 셈이다. 점주가 제빵사에 전할 지시가 있다면 본사를 거쳐야만 한다.

업계 관계자는 "가맹점포의 주인은 점주 개인"이라며 "가맹점포에 본사에서 내려온 제빵사가 근무하는 것은 프랜차이즈 특성상 쉽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 제빵사 임금꺾기는 본사 탓?

이정미 의원이 제빵사 '불법파견'과 함께 제기한 '임금꺾기'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 의원은 "제빵사가 1시간~4시간 30분 연장근로를 하는 경우 다음날 인력공급업체가 전산으로 퇴근 시간을 오후 5시 퇴근으로 조작 하거나, 오전 6시30분 조기출근을 하는 경우 오후 4시30분 퇴근으로 조작하는 '시간꺾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과 프랜차이즈업계는 "이 문제를 본사가 잘못한 것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식은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시간꺾기 주체는 본사가 아닌 가맹점주와 인력공급업체간 문제란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맹점주가 제빵사 근무 시간을 인력공급업체에 알려주면, 이를 정산하는 구조"라며 "제빵사 시간꺾기는 가맹점주와 제빵사의 입장 차이가 만든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본부가 점주 시간꺾기에 대해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잘못은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파리바게뜨로 제기된 제빵사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업의 특수한 상황을 살펴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개선안을 찾아나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빵사 불편파견 문제 등은 구조적인 문제로 봐야한다"라며 "가맹 본사와 점주가 얽힌 프랜차이즈 업계 특수성을 감안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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