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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어떤 후폭풍이?"…면세점 '멘붕'

  • 2017.07.11(화) 19:37

감사원 "관세청 사업자선정 조작" 발표에 허탈
두산·한화 "할말 없다"..후폭풍에 업계 촉각

관세청이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특정기업에게 점수를 더주거나 덜주는 방식으로 순위를 조작했다는 감사원 발표가 나왔다. 관세청이 법적요건을 어겨가며 임의로 신규 면세점 허가 대상을 늘렸다는 결과도 나왔다. 가뜩이나 중국 사드보복 등으로 힘겨운 면세점업계가 또다시 지뢰 앞에 섰다.


◇ 감사원 "관세청 조작했다"..롯데-한화·두산 희비

감사원은 11일 '면세점 사업자 선정 추진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를 통해 2015년과 지난해까지 총 3차례 진행된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관세청의 13건 위법 또는 부당한 심사 사실이 적발됐다고 밝혔다. 
 
관세청의 면세점 특허심사 자체가 문제가 된 건 2015년 두차례다. 1차로는 7월 대기업 2곳과 중소중견기업 1곳에 신규로 특허를 내주는 과정에서다. 한화갤러리아는 실제보다 240점을 더 받은 반면 롯데면세점은 190점을 적게 받았다는게 감사원 발표다. 이에 따라 한화 8060점, 롯데 7901점으로, 한화갤러리아는 HDC신라면세점과 함께 면세점 사업권을 땄다. 정당한 심사였다면 롯데가 8091점, 한화가 7820점으로 롯데가 선정됐어야 한다는 것이 감사원의 분석이다. 
 
2차는 롯데월드타워점, 롯데본점, SK워커힐점 세곳의 특허가 만료돼 재허가 심사가 이뤄진 11월이다. 기존 사업자는 롯데본점만 통과하고 롯데월드타워와 SK워커힐점은 탈락했다. 그 대신 신세계와 두산이 특허를 취득했다. 감사원은 이 과정에서 잘못된 심사로 롯데와 두산이 각각 191점, 48점씩 적게 부여받았다고 지적했다.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졌다면 롯데 9420점, 두산 9381.5점으로 롯데월드타워점이 다시 특허를 받았어야 했다. 하지만 두산이 롯데를 104.5점 차이로 따돌리고 선정돼 잘못된 심사라는게 감사원 지적이다.
 
3차는 2016년 4개 신규 특허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이때는 사업자별 심사결과가 문제가 된게 아니라 4곳을 신규로 내준 근거가 타당하느냐 문제다. 감사원은 당시 서울면세점은 1곳을 늘리는게 적절했는데, 청와대와 기획재정부가 4개를 요청하자 관세청이 근거를 조작해 4곳으로 늘렸다고 발표했다. 관세청이 매장당 필요한 적정 외국인 수를 줄이는 방법을 동원해 특허 갯수를 늘렸다는 것이다.  

◇ 입다문 한화·두산..롯데 "대통령 독대, 면세점과 무관 다시 확인"

이번 감사원 발표로 가장 곤혹스러운건 한화와 두산이다. 관세청이 2015년 특허심사를 왜곡해 두 기업이 잘못 선정됐다는 게 이번 감사원 발표내용이기 때문이다. 한화와 두산은 "평가는 관세청이 한 것"이라며 "감사원 결과에 대해 입장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당시 사업자 선정공고를 기준으로 기준에 맞춰 사업계획서를 준비하고 제출했을뿐이라는 얘기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당시 면세점 선정 과정이나 세부항목 평가점수에 대해 우리는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따라서 이번 감사원 결과에 대해 별도 입장이 없다. 앞으로 진행상황을 지켜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두산그룹의 두타면세점도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다.

업계 일각에서는 당시 관세청이 두산과 한화에 특혜를 주기 위해서보다 '형제의 난'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던 롯데에 대한 페널티를 준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업계에서는 롯데가 떨어질 것을 내다보는 시각이 많았다"며 "한화나 두산 등 다른 기업이 잘해서라기보다 (롯데가) 워낙 뭇매를 맞고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롯데는 겉으로는 표정관리중이다. 하지만 2016년 4곳에 대한 신규특허는 조심스럽다. 이때 롯데도 선정됐는데 최순실게이트와 연계돼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롯데 관계자는 "감사원 발표에 보면, 기획재정부가 2016년 1월31일에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에 대해 청와대 보고를 했고 같은해 2월18일 전후 기재부와 관세청간에 시내면세점 발급 수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를 했다"며 "따라서 신동빈 회장의 3월 대통령 독대는 시내면세점 특허 추가와 시기와 정황상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 특허 반납 현실화되나


이번 감사원 발표로 향후 한화와 두산 등의 면세점 특허 반납이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향후 감사원이 관세청을 고발한 건에 대해 검찰수사 과정에서 기업들의 의도적인 불법행위가 드러나면 반납이 현실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른 권고 등은 강제성이 없고 검찰수사에서도 관세청과 기업이 심사에 대한 불법적인 거래가 나오지 않는 한 반납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특허반납에 따른 경제적 후폭풍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업계는 새 정부 기조에 맞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을 해왔다"며 "특허 반납은 이처럼 정규직이 된 직원들의 실업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등 부작용이 너무 많아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인위적인 특허반납이 아니라도 면세점 경쟁은 갈수록 무뎌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88 올림픽즈음으로 우후죽순 생겨난 시내면세점 등이 이후 수익성 악화 등을 이유로 이후 줄줄이 사라졌다"며 "정부가 일부러 특허 반납 등을 요구하지 않더라도 현재 업계 상황을 보면 중국의 사드 문제 등으로 발을 빼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이것이 자연스럽게 시장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향후 면세점 인가와 관련해 제도 정비는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면세점만큼 규제의 직격탄을 받는 업종이 없다. 정부에게 잘보이거나 못보이는 것이 사업의 척도가 돼서는 안된다"면서 "각 기업이 실제 실력으로 승부를 할 수 있도록 하려면 심사주기를 늘리고 평가위원을 공개하는 등 제도 변경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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