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미는 한달내 깜짝 놀랄 만한 발표를 하겠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 5월 31일 신세계그룹 파트너사 채용박람회장에서 이같이 밝혔다. 정 부회장은 편의점인 위드미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왔다. 따라서 업계는 정 부회장의 '깜짝 놀랄 발표' 내용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한달이 좀 지난 오늘(13일) 그 내용이 공개됐다.
이마트위드미는 서울 코엑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명을 이마트위드미에서 '이마트24(emart24)'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향후 3년간 약 3000억원을 투자해 편의점 사업을 신세계그룹의 주력사업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도 내놨다.
◇ "후발주자 한계 프리미엄으로 극복"
김성영 이마트위드미 대표는 이날 자기 반성을 시작으로 간담회를 진행했다. 그는 "이마트위드미는 창업한지 3년이 채 안됐다"며 "그동안 3년에 걸쳐 여러 노력과 고민을 해왔지만 아직은 부족한 것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업력이 짧아서 한계를 안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아직 편의점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이마트위드미의 현실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이야기한 셈이다.
하지만 향후 계획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강한 어조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이마트위드미 생존전략의 핵심을 '차별화'에서 찾았다. 후발주자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선두 업체와의 차별화만이 살아남을 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차별화의 핵심 키워드로는 '프리미엄'과 '성과공유'를 꼽았다.
신세계라는 대형 유통기업의 장점을 십분 살려 경쟁업체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는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점포 경영주들과 수익과 성과를 공유하는 모델을 제시해 여타 업체들과 확실한 차별점을 두겠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한국의 편의점은 거의 동질화 돼있다"며 "우리는 기존 편의점과는 다른 이질(異質)을 추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편의점은 언제까지 담배와 수입맥주 가게에 머물러 있어야 하느냐"면서 "문화공간, 생활공간과 결합된 미래형 점포를 제안해 양적성장에 치중하고 있는 한국 편의점 업계를 질적 성장을 위한 경쟁구도로 가져갈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현재는 담배매출이 40% 가량, 주류매출이 1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세계그룹은 향후 오픈하는 이마트24의 모든 점포를 프리미엄 편의점으로 오픈할 계획이다. 기존 점포는 경영주와의 협의를 통해 단계적으로 리뉴얼을 진행한다. 담배와 주류 중심의 상품구성 틀도 바꾼다. 이마트에서 이미 검증받은 피코크, 노브랜드 전용존을 도입해 상품을 차별화한다. 자체브랜드인 ‘eYOLI(이요리)’를 도시락, 샌드위치, 김밥류 등으로 확대한다.
김 대표는 "피코크, 노브랜드 제품의 편의점 도입 여부를 약 6개월 가량 테스트 했다"며 "이들 브랜드들은 이마트용 상품이어서 편의점에 적합한 상품은 많지 않다. 하지만 이들 중에 편의점에 들여올만한 제품들을 잘 선별하면 경쟁업체들과 달리 우리만의 차별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경영주와 성과공유·학자금 지원·오픈검증제 도입
프리미엄 전략과 함께 편의점 경영주와 성과 공유를 통해 경영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기로 했다. 기존 상생 핵심전략인 3무(無)(24시간 영업, 로열티, 영업 위약금 無) 정책에서 한발 더 나아가 본사와 가맹점 경영주가 수익을 나누는 ‘성과 공유형 편의점’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우선 점포에 상품을 공급해서 얻는 매출의 1%를 경영주에게 되돌려주는 페이백(Pay Back) 제도를 도입한다. 이는 본사 수익의 일부를 환원하는 차원에서 점포 상품발주 대금의 1%를 지원하는 제도다. 또 점포 운영기간에 따라 자녀 학자금 제도를 경영주에게 지원하는 복리후생제도를 도입한다. 첫 계약 연장시에는 유치원, 두번째에는 고등학교, 세번째에는 대학교 학자금을 지원한다. 점포를 운영하는 기간이 길수록 지원이 커지는 구조다.
▲ 김성영 이마트24 대표이사. |
경영주들의 창업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오픈 검증제도’도 시행한다. 이 제도는 ‘실패없는 창업의 기회’를 위해 일정기간 본사가 편의점을 직접 운영한 후 실적이 검증되는 시점에서 가맹점으로 전환하는 제도다. 경영주는 매출이나 고객수 등 영업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사전에 인식한 상황에서 점포를 인수할 수 있다.
아울러 올해 하반기에는 ‘편의생활연구소(가칭)’을 설립할 계획이다. 편의생활연구소는 편의점 업계의 기존 관행을 혁신해 새로운 정책이나 제도를 개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연구소에는 대학교수, 연구기관 등 외부인사로만 구성할 예정이다. 유통업과 관련있는 인사는 배제해 철저하게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겠다는 것이 신세계의 생각이다.
김 대표는 "소매업은 대기업이 자금이 있다고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업태가 아니다. 디테일하고 작은 차이가 성패를 가르는 업태다. 소매업에 대한 노하우가 있다고 해서 경쟁사보다 단기간에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편의생활연구소에서는 이런 점들을 중점적으로, 중장기적으로 공부할 생각"이라며 "연구분야는 점포형태, 상품구색, 신서비스, 상생제도 등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3년간 3000억 투자, 올해 업계 4위 목표
신세계는 이마트24 전략을 실행하고 성장하기 위해 3년간 3000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2014년부터 올해까지 총 1780억원을 투자한데 이어 더 많은 투자를 예고했다. 점포수도 매년 1000개씩 늘려 현재 2168개인 점포수를 약 5000~6000개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이를 통해 만년 적자에서 벗어나겠다는 생각이다.
김 대표는 "누적적자가 많지만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투자기간이 필요하다. 지금도 우리는 투자기간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부동산 비용 상승, 경쟁 심화 등으로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며 "편의점사업이 궤도에 오를때까지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상품 차별화, 편의점 서비스 등을 하기위해 필요한 편의점 수는 최소 5000개는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어제자로 2174호점이 오픈했다. 아직 부족한 점이 있지만 소기의 성과를 내고 있다"면서 "올해 연말까지 점포수를 2700개로 늘려 업계 4위로 올라서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올해 매출 목표를 7000억원으로 잡았다. 이는 전년대비 약 85% 가량 늘어난 수치다.
▲ 단위:억원, 개(*2017년 매출액은 목표치) |
이마트24가 이처럼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는데에는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정용진 부회장은 최근 하반기 이마트 경영전략회의에서 "고객의 라이프셰어 확대를 위해 대형마트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며 "도시화, 만혼, 비혼 등에 따른1~2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 등으로 인해 인구구조가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만큼 이에 대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신세계그룹은 편의점사업을 그룹의 주력으로 삼고 집중적이고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키로 했다. 사명변경과 프리미엄, 성과공유모델 제시 등도 모두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내부에서는 신세계 위상에 걸맞는 편의점으로 육성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세계그룹 고위 관계자는 "사실 편의점사업은 그동안 그룹 내부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사업이었다"며 "하지만 이번을 계기로 그룹 차원에서 발벗고 나서기로 한 만큼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