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생산자부터 유통업체, 소비자까지 모두 불안해 하고 있다. 정부가 계란 생산 농가 및 농장에 대한 전수검사를 하고 유통과정을 추적해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당분간 '에그 포비아(계란 공포)'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급한 불을 끄고 나면 계란 생산과 유통과정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과 개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소비자까지 어떤 경로 거치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수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계란의 유통 과정은 크게 생산 및 출하단계, 도매단계, 소매단계로 나뉜다. 생산 및 출하단계는 생산자가 계란을 일정 수준의 중량규격과 품질별로 분류해 GP(Grading & Packing)센터를 포함한 식용란수집판매업체로 출하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중간유통상인 식용란수집판매업체는 전국적으로 130여개로 파악된다.
이후 식용란수집판매업체는 알가공업체나 축산물판매업체(마트, 편의점 등 소매유통 포함), 일반 음식점·집단급식소 등으로 계란을 보낸다. 이 계란들이 최종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전달된다. 다만 계란의 경우 축산물위생관리법에 의거해 생산자가 식용란수집판매업으로 신고된 경우 도매처 또는 소매처로 직접 선별·포장·유통이 가능하다.
▲ 자료: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수산물유통정보 (그래픽=김용민 기자/kym5380@) |
따라서 이번처럼 금지된 살충제 등을 사용한 계란을 소비자들에게 직접 공급할 경우 문제가 생길 소지가 다분하다. 최근 농축수산물의 직거래가 활발하다는 점도 이런 위험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일반 대형마트 등의 경우 계약 농가에서 계란을 수집할때 자체적인 검사 과정을 거친다. 직거래에서는 이런 과정이 생략될 가능성이 높다. 살충제 계란 파동에 대해 대형마트 등이 "우리는 사전검사를 통해 살충제 계란을 판매하지 않았다"고 설명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계란 껍질에 찍힌 표시의 비밀
흔히 마트 등에서 계란을 구입하면 껍질에 표시가 찍혀있다. 이는 해당 계란의 이력과 등급 등을 의미한다. 계란의 등급판정신청은 2003년부터 자율제로 시행되고 있다. 간혹 직거래 계란 등에 표시가 찍혀 있지 않은 이유다. 등급판정을 받은 계란은 소매단계까지 반드시 1+, 1, 2, 3등급 등 품질등급과 중량규격(왕·특·대·중·소란)을 표시해야 한다.
평가 대상은 계란과 살균액란 제조용 계란이다. 외관 판정과 투광판정, 할란판정 등을 거쳐 평가한다. 최근에는 학교 납품 기준에 계란의 등급 판정이 권고사항으로 되면서 계란 등급 판정 신청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설명이다.
▲ 자료: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수산물유통정보 (그래픽=김용민 기자/kym5380@) |
하지만 업계에서는 계란 등급 판정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전체 유통계란 중 8%만이 등급 판정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92%의 계란은 생산자는 물론 유통과정과 해당 계란의 등급 등을 전혀 알 수 없는 구조였던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등급 신청을 자율에 맡겨둔 마당에 굳이 번거롭게 생산한 계란에 대해 검사를 받으려고 하겠나"라며 "자칫 등급이 안좋게 나올 경우 생산한 계란은 누가 책임 질것인가. 애초부터 자율제에 맡겨둔 것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 유통망에 허점 있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생산되는 계란의 62.9%는 GP(Grading & Packing)센터를 경유한다. 25.8%는 GP를 제외한 식용란수집판매업체(집하장), 2.3%는 식품유통업체, 9%는 소매처가 직접 판매한다.
소비자들이 흔히 계란을 구매하는 대형마트, 슈퍼마켓, 백화점 등의 계란은 GP센터와 중간유통상인 식용란수집판매업체를 거친 제품들이다. 일반음식점과 단체급식소, 2차 가공 및 기타로는 식품유통업체들과 생산자들이 물량을 공급한다.
▲ 한 대형마트 계란 코너에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계란이 아닌 다른 물품들이 채워져있다.(사진=이명근 기자/qwe123@) |
소매단계에서 계란이 가장 많이 공급되는 곳은 대형마트로 전체의 34.1%를 차지한다. 슈퍼마켓이 23.1%, 2차 가공 및 기타 21.5%, 단체급식소 13.7%, 일반음식점 7.3%, 백화점 0.3% 순이다. 이번 살충제 계란은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는 대형마트 등보다 생산자 직접판매 등을 통해 일반음식점, 단체급식소, 2차 가공 및 기타로 공급된 계란일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계란의 경우 별다른 처리없이 소비되는데다 직거래 등을 통해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유통구조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 사태를 키운 결과를 나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