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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허가 살충제만 봐도 '따로 노는 정부'

  • 2017.08.23(수) 17:29

허가된 닭 진드기살충제 14종
10가지 성분중 허용기준 있는건 3가지
관리감독 여러 부처 나눠있어 엇박자

국내 육계·산란계 농가에 허가된 닭 진드기 살충제는 총 14종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의 농림축산검역본부가 허가를 내줬다. 허가된 살충제중 지난 10년동안 판매된 제품은 11가지다.

검역본부에서 허가된 14종의 닭 진드기 살충제에는 총 10가지 유효성분이 들어있다. 그런데 10가지 성분중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계란에서 나오면 안되는 양을 정해놓은 '잔류허용기준'이 마련돼 있는 성분은 사이퍼메트린·비펜트린·클로르피리포스메틸 3가지다. 나머지 7가지 성분은 살충제에 사용할 수 있게 허용됐음에도 우리나라에는 허용기준이 없는 셈이다.

 

허가된 뒤 판매된 11개제품에 들어있는 9가지 성분중에도 잔류허용기준이 마련돼 있는건 앞의 3가지 성분에 불과하다.


최근 살충제 계란 사태에서도 이같은 상황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계란의 경우 식약처 '식품의 기준 및 규격' 고시를 통해 43개 농약과 37개 동물용의약품에 대해 잔류허용기준이 마련돼 있다. 정부는 살충제 계란이 논란이 되자 이 기준과 관계없이 27가지 살충제 성분을 임의로 정해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그런데 현재 판매가 허용된 진드기살충제 14종, 10가지 성분중 이번 살충제 계란 전수조사에 포함된 성분은 사이퍼메트린, 비펜트린, 프로폭서, 피리다벤 4가지에 불과하다.(아래 표 참조)
 
또 다른 문제도 있다. 27가지 전수조사 성분중 계란에 대한 국내에 잔류허용기준이 있는 성분은 카바릴·설폭사플로르·사이퍼메트린·피리미포스메틸·메티다티온·비펜트린·페노뷰카브 7가지다. 검출만 돼도 부적합 판정을 받을만큼 가장 민감했던 성분인 '피프로닐'은 국내에 잔여허용기준이 없었고, 전수조사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검출돼 의도적으로 숨겼다는 의혹을 받은 디디티(DDT) 성분은 기준이 마련돼 있다. 계란 기준 0.1ppm이다. 
 
국내에 기준이 없는 나머지 20가지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코덱스) 기준을 준용했다. 코덱스는 계란 관련 총 122가지 잔류허용기준을 정해놓고 있다.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는 정부 부처간 엇박자로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로 살충제 허가와 잔여허용기준 현황만 봐도 정부부처간 엇박자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농식품부에서 살충제 성분으로 허용했지만 식약처에는 허용기준이 없는 식이다.
 
살충제 계란 전수조사 대상이 된 27가지 성분중에서도 기준이 없는 성분이 20가지에 달하다보니 "조사대상을 27가지로 정한 근거가 무엇이냐"는 지적마저 나온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식약처가 정한 사안"이라고 답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해외에서 논란이 되거나 검사해달라는 요구가 있을 경우 검사대상에 오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관리감독 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생산에서 소비자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정부부처간 역할이 나눠져 있다보니 일관되고 종합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것이다.
 
일례로 민감한 성분인 피프로닐의 경우 어떤 근거로 검출되기만 해도 부적합 판정을 받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식약처 소관의 축산물 위생관리법'을, 식약처 관계자는 '농식품부 소관의 농약관리법'을 지목했다. DDT의 경우 1979년 농약 등에 사용이 금지됐기 때문에 모니터링은 환경부 소관이다.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 와중에 이슈로 불거졌지만 환경부 관계자는 "관련 농가 등에 대한 행정조치 권한은 없고 모니터링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계란은 소비자물가지수를 구성하는 462개 품목중 가중치 기준 공동 58위를 차지할만큼 국민생활에 밀접한 품목이다. 지금처럼 '허가'와 '규제기준'이 따로노는 체계로는 '언제 또 어떤 사태'가 벌어질 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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