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저녁 정부가 국내에서도 살충제 계란이 발견됐다고 발표한 뒤 계란시장은 폭풍 그 자체였다. 정부 관리체계에 대한 비판이 일고 소비자들이 불안해했다. 생산자들도 당황했고 유통사들은 매장에서 계란을 철수했다. 결국 정부는 생산농가 전체에 대한 전수조사와 부적합 계란 폐기에 나서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다.
18일 전수조사가 일단 마무리됐다. 이제는 유통중이던 부적합 계란 수거와 폐기, 적합 판정을 받아 유통을 시작한 계란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 해소, 정부의 관리감독 체계 정비 등 에그 포비아(계란 공포)를 해결하는 문제가 남았다.
◇ 부적합 49곳..부적합 농가중 친환경 31곳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살충제 계란'과 관련해 18일 1239개 농가 전수조사를 마쳤다.
조사결과 부적합 농가는 49곳, 적합은 1190곳으로 파악됐다. 부적합 49곳중 2곳은 앞선 조사에서 적합판정을 받았다가 수거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뤄져 재조사를 받은 곳이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부적합 판정을 받은 계란 171만1000개를 회수, 폐기처분했다고 밝혔다. 하루 평균 계란 출하량이 4300만개인 것을 감안하면 4% 정도다.
적합판정을 받은 1190곳에서 생산한 계란은 유통을 허가했는데 전체 공급물량의 95.7% 수준이다.
부적합 농가 49곳중 친환경 양계농가는 31곳이다. 친환경 양계농가는 전국적으로 683곳이 있는데, 이중 31곳은 부적합 판정을 받았고 부적합은 아니지만 친환경 기준을 위반한 곳은 37곳이었다. 37개 농가 계란은 앞으로 '일반계란'으로 유통된다.
◇ 식약처, 유통된 계란 계속 추적..난각코드로 확인 가능
농식품부가 생산자인 농가에 대한 전수조사는 마무리했지만 식약처 주도의 유통판매망 단위 조사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식약처는 18일 오전 9시 현재 전국의 계란 수집판매업체, 집단급식소 등에서 계란 291건을 수거해 총 3곳에 대해 부적합 판정을 내리고 회수·폐기중이다. 유통업체나 소비자들은 유통중인 계란이 부적합 판정을 받은 곳의 계란인지를 난각코드로 확인할 수 있다.
◇ 27가지 살충제 검사..5가지 검출
식약처는 현재 조사대상 살충제 27가지중 14가지에 대해 잔류허용기준을 마련해 놓았다. 피프로닐의 경우 0.02mg/kg라는 코덱스 기준을 준용하고 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미량이라도 검출되면 폐기처분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부적합 살충제 계란은 일단 모두 폐기처분하기로 했지만 검출된 살충제의 위험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의사협회는 "피프로닐을 과다 섭취할 경우 어지럼증이나 구토, 복통, 두통, 현기증 등 흔히 생각하는 독성물질오염 증상이 나타나며 심한 경우 간장, 신장 등 인체내부 장기가 손상될 가능성이 있다"며 "하루 4000만개가 소비되는 달걀은 매일 먹는 가정도 많고, 빵, 과자, 마요네즈 등 각종 식품에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어 허용기준치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비펜트린에 대해서도 "사람이 섭취했을 경우 두통과 울렁거림,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계했다.
다만 협회는 "현재 잔류 기준치를 초과해 문제가 된 피프로닐과 비펜트린도 급성 독성은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검출된 살충제 5개 가운데 4개는 반감기가 7일 이내여서 최대 한달이면 대부분 성분이 빠져나간다는 설명이다. 의협은 예를들어 피프로닐 등에 가장 민감한 영유아가 하루에 달걀 2개를 섭취한다고 했을 때도 급성 독성은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어쨌든 약독성인 농약들도 인체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신경계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체중감소 등의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