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들의 추석선물세트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유례없이 긴 추석 연휴를 앞두고 미리 선물을 준비하려는 수요가 많아서다.
이번 추석선물세트의 가장 큰 특징은 '양극화'다. 최근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고가(高價)의 선물을 찾는 수요가 늘었다. 안심할 수 있다는 이유때문이다. 아울러 김영란법 시행 1년을 맞아 5만원 이하 '실속형' 선물도 인기를 끌고 있다.
◇ 연휴 10일…"미리 선물하고 놀자"
관련업계는 이번 추석 연휴동안 110만명 가량이 해외여행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추석 연휴 사상 최대 규모다. 당초 업계에서는 경기침체 등으로 추석선물세트 판매가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정반대였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 11일부터 추석선물세트 본판매에 돌입했다. 지난 11일부터 18일까지 8일간의 추석선물세트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본판매 매출은 전년대비 81.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8일부터 10일까지 진행한 사전 예약판매 매출도 전년대비 36.1% 늘어났다.
▲ 신세계백화점 본점 추석명절 행사장 전경. |
현대백화점도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진행한 본판매 매출이 전년대비 78.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육이 전년대비 99% 증가해 가장 큰 폭으로 판매가 늘었다. 이어 수산(88%), 청과(87%), 건강식품(81%) 등의 순인 것으로 집계됐다.
신세계백화점도 마찬가지다. 지난 15일부터 4일간 본판매가 전년대비 123.1%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통상 백화점 명절선물 판매는 명절 당일 기준 열흘 정도 앞두고 급격히 증가한다. 하지만 올해는 판매 초기부터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 360만원 세트도 잘 팔린다
이번 백화점 추석선물세트 판매에서 눈에 띄는 것은 고가(高價)의 선물세트 판매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는 최근 '살충제 계란', '간염 소시지' 등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지면서 고가의 프리미엄급 선물을 찾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정육이나 수산물 등을 중심으로 친환경 제품들이 인기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최고급 한우 한정 상품인 ‘L-No.9세트(130만원)’는 준비수량 총 100세트중 이미 40세트가 판매됐다. ‘울릉칡소 명품세트(95만원)는 200세트 중에 65세트가, ‘영광법성포 수라굴비세트(360만원)는 20세트중 9세트가 판매됐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고가의 프리미엄 선물세트를 찾는 수요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며 "생각보다 판매 속도가 빠르다"고 설명했다.
▲ 현대백화점의 '현대 화식한우 세트'. |
현대백화점은 친환경 선물세트를 찾는 수요가 많았다. 무농약·무항생제 등 '친환경 선물세트' 매출 증가율은 전체 대비 2배 가량 높은 156.3%를 기록했다. 무항생제 한우인 '현대화식한우 세트(191.3%)'를 비롯해 무농약 청과인 '산들내음세트(171.4%)', '자연송이세트(187.7%)' 등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일반 선물세트보다 가격이 5~15% 가량 높지만 VIP 선물용으로 친환경 선물세트를 구입하는 기업들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지정목장에서 키운 최고급 한우로 구성한 ‘명품 목장한우 특호(120만원)’가 4일만에 총 60세트 중 25세트가 판매됐다. 30개 한정으로 판매하는 ‘명품 특대 봄굴비 만복(120만원)’은 14개가 판매됐고 굴비세트 중 최고가인 ‘프리미엄 참굴비(200만원)'도 30개 중 8개가 판매됐다. 신세계 관계자는 "작년까지 프리미엄 선물세트는 법인 주문이 절반이 넘었지만 김영란법 이후 개인 선물 수요가 늘면서 개인고객이 전체의 80%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 5만원 이하 '실속형'도 인기
고가의 프리미엄급 선물세트 못지 않게 5만원 이하의 실속형 선물세트도 인기다. 경기침체 등으로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한 실속형 제품들도 백화점 추석선물세트 판매 호조에 힘을 보태고 있다. 물론 여전히 주력 판매군의 가격대는 5만원대 이상이지만 예전에 비해 5만원 이하 선물세트 판매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지역 토속 전통식품을 소용량으로 구성해 판매가를 4만원대로 낮춘 '명인명촌 미소 선물세트'는 매출이 전년대비 110% 증가했다. 어포 실속세트(5만원), 그린원 멸치세트(5만원) 등 실속형 건어물 선물세트 매출도 95% 늘어났다. 이밖에 쌍계 명차(3만5000원), PNB풍년제과 선물세트(4만4000원), 나폴레옹 쿠키 세트(3만7000원) 등의 디저트류 매출도 98% 증가했다.
롯데백화점에서는 동원캔 57호(4만8000원), 어물전굴비세트(5만원) 등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사전 예약판매에서 5만원 이하 선물세트의 판매량이 전년대비 8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세계 관계자는 "작년에는 김영란법이 없었기 때문에 5만원 이하 선물세트 매출 집계는 큰 의미가 없다"며 "올해부터 시작되는 만큼 내년 정도가 돼야 의미있는 수치가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각에서는 최근 5만원대 선물세트가 인기를 끌면서 가격대를 맞추기 위해 외국산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경우도 있다. 가격을 맞추려다 자칫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5만원에 맞추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외국산을 쓰는 경우도 있다"며 "하지만 선물세트인 만큼 품질면에서는 문제가 없도록 최대한 신경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