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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사드 보릿고개 계속됐다

  • 2017.10.30(월) 17:28

2분기 이어 3분기도 실적 역주행
사드 영향없는 병·의원 전문 '에스트라'만 선전
비용절감·유통채널 다변화 등 출구 모색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중국의 사드보복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이후 반토막난 중국인 관광객수가 6개월 넘게 회복되지 않으면서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실적이 악화됐다. 지난해 그룹 매출의 29%를 차지하던 면세점과 8.6%를 담당하던 관광 상권 중심의 로드샵 판매가 중국인관광객 감소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에 따라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국내·외 유통채널 확대와 차별화된 신제품 출시 등을 통해 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통상 연말에 실시하던 임원 정기인사도 지난 10일 앞당겨 발표하는 등 조직도 정비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3분기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14.2% 감소한 1조418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39.7% 줄어든 1324억원이다. 병·의원과 약국 위주로 유통하는 에스트라를 제외하고 모든 화장품 계열사에서 실적이 악화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국내 총 10개 자회사를 두고 있다. 핵심사업인 화장품 자회사는 5개다. 대표적인 자회사 아모레퍼시픽이 설화수·라네즈·헤라·아이오페 등 화장품 브랜드와 해피바스와 메디안 등 헤어·바디케어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이니스프리·에뛰드하우스·에스트라·에스쁘아 등 4개사가 별도 법인으로 뛰고 있다. 

이들 화장품 자회사 외에 헤어케어 제품을 취급하는 아모스프로페셔널과 녹차제품을 제조·판매하는 오설록농장 등 5개 자회사가 더 있다.

◇ 사드보복에 엇갈린 자회사 운명

화장품 자회사중에는 
중국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에뛰드하우스의 실적부진이 가장 두드러졌다.

에뛰드하우스는 3분기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16.7% 감소한 201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75.7% 줄어든 76억원이다. 면세점과 명동 등 주요 관광상권의 로드샵 매출 부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이니스프리가 그 뒤를 따랐다. 이니스프리는 매출이 14.6% 감소한 4930억원, 영업이익이 41.4% 감소한 890억원을 기록했다. 에뛰드하우스와 마찬가지로 면세점·관광 상권 로드샵 매출 부진이 컸다.

대표 자회사인 아모레퍼시픽 또한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8.0% 감소한 3조9839억원, 영업이익이 30.4% 감소한 5195억원을 기록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다만 국내매출이 2조700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3.8% 감소한 것과 달리 해외에선 매출이 6.5% 증가한 1조3128억원을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 해외사업은 매출이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2.7% 감소한 1533억원으로 집계됐다. 설화수를 중심으로 5대 글로벌 챔피언브랜드 매출이 아시아지역에서 회복세에 접어들었지만 새로 진출하는 북미시장에서 마케팅 비용 등 투자가 증가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반면 사드보복과 관계없는 에스트라는 선방했다. 에스트라는 2015년 3월 옛 태평양제약에서 이름이 바뀐 아모레퍼시픽의 더마케어 전문 자회사다. 병·의원과 약국을 중심으로 안티에이징과 코스메슈티컬, 피부의약 제품 등을 제조·판매하고 있다.

에스트라는 3분기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8.7% 성장한 89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1.3% 증가한 43억원으로 집계됐다. '메디컬 뷰티' 브랜드 아토베리어가 프로슈머 마케팅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브랜드 인지도 상승이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2015년 1월 프로페셔널 메이크업 브랜드로 설립한 에스쁘아의 경우 초기투자 부담으로 영업적자가 지속됐지만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21.5% 증가한 325억원을 기록했다. 온라인 판매를 확대한 것이 매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 투자 중심추 중국인에서 다각화로…4분기도 '글쎄'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이같은 실적부진이 지속되자 3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향후 대응책도 제시했다. 상품과 유통 포트폴리오 강화하고 글로벌사업을 다각화 한다는 것이 골자다.

아모레는 구체적으로 ▲혁신상품 개발 및 브랜드 중심의 차별화 마케팅 ▲이커머스 등 신채널 대응을 통한 내수기반 확대 ▲미국시장 확대와 신흥시장 진출을 통한 글로벌사업 가속화를 제시했다.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 모시기'에 집중하던 힘을 빼고 유통채널과 해외시장 개척을 다각화하겠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중국과 사드갈등이 해소된다 하더라도 일본과 중국의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갈등을 감안하면 이번 중국의 사드보복 사태 후유증이 1년 가량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이같은 전략 변화에 맞춰 지난 10일 아모레퍼시픽 대표이사를 포함해 13명의 경영진 교체를 했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아모레가 통상 연말 해오던 임원 인사를 2개월 가량이나 앞서 진행한 건 그룹 내부적으로 사드보복 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인 위주로 돼 있던 마케팅이나 투자도 많이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무인판매기 도입 등 아모레가 선제적으로 많은 실험을 하고 있어 모니터링중"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아모레는 판매·관리비를 재조정하고 있다. 그룹의 판매관리비는 2분기에 전년동기 9751억원에서 8851억원으로 9.2% 줄었다. 사드보복이 있기 전인 1분기에는 판관비를 전년동기 9322억원에서 1조299억원으로 10.5% 늘렸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 3년 동안 연평균 약 20%씩 판관비를 늘려왔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이같은 자구책에도 전문가들은 4분기 전망을 밝지 않게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3분기 실적은 증권업계에서 내다본 컨센서스를 하회한 수치"라며 "지난 9월부터 시작한 면세점 구매제한이 3분기 실적악화에 추가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측에서는 비용절감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알려왔지만, 면세점 구매제한 조치는 풀지 않을 것이고 4분기에는 이에 더해 본사 이전에 따른 추가비용이 예상돼 4분기 기대치도 긍정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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