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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피부 유전자에 꽂힌 아모레 고은비 연구원

  • 2017.11.08(수) 16:01

한국인 여성 411명 피부유전자 연구논문 국제학회서 수상
연구개발·마케팅 접점에서 활약
"모녀 노화 비슷해 흥미, 유전자 맞춤형화장품 멀지 않았다"

유전자로 향후 나의 피부상태를 예측할 수 있을까? 고은비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연구원에 따르면 가능하다. 

 

고은비 연구원은 요즘 피부유전자 연구에 묻혀 산다. 피부 유전자 연구로 맞춤형 화장품 개발이 가능하다는 신념 때문이다. 최근 피부 유전자 연구 논문도 호평을 받았다. 피부 유전자 연구가 무엇인지 궁금해 고은비 연구원을 만났다.  



◇ 피부과학 주도하는 아모레…고은비 연구원, 세계화장품학회서 논문 수상

화장품과학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화장품에 화학, 약학 등 기초과학과 응용기술을 접목시키는 연구개발이 한창이다. 아직 초기 단계인 
미용 목적의 분야에선 정부기관 주도의 연구과제가 많지 않아 대부분 기업 투자로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선 아모레퍼시픽그룹이 관련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그룹은 지난해 1195억5600만원을 화장품과학 연구개발에 썼다. 이는 국내기업중 최대 규모로,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최근 5년동안 연평균 13.8%씩 관련 투자를 늘려왔다. 현재 기술연구원에서 근무하는 인력은 500명 정도다.


이같은 그룹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최근 열린 국제화장품학회(IFSCC)에서 좋은 성과가 나왔다. 고은비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연구원이 '피부 유전자'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논문상을 수상했다. 

고 연구원은 '한국인 여성 411명의 GWAS(전장유전체연관분석연구)에 의한 유전형-표현형 상관관계 분석'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지난달 '호스트 소사이어티 어워드'를 수상했다. 이날 수여된 3개 수상작 가운데 하나로, 개최국 발표 논문중 우수 논문으로 평가받아 시상이 이뤄졌다. 시상식은 세계 화장품 학계 인사 8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됐다.

▲ 사진 제공=아모레퍼시픽

◇ 아이오페랩은 고객과 접점이자 연구의 시작

아모레퍼시픽에서 한국인 피부 유전자 연구는 2014년 파일럿 연구로 시작됐다. 지난해 연구환경이 개선되면서 진척이 빨라졌다.

지난해 6월 법 개정으로 질병 예방 목적의 검사일 경우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도 허가된 42개 유전자에 대한 분석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아모레퍼시픽이 테라젠이텍스와 '피부 유전자 연구 및 비즈니스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연구에 속도가 붙었다.

지난해 1월 입사한 고은비 연구원이 피부 유전자 연구의 키를 쥐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생명과학 박사과정을 밟던 시절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과 공동연구를 한 것이 인연이 됐다. 유전자 연구는 기술연구원 내에서도 고객기술팀 주도로 진행됐다. 고 연구원은 팀 내에서도 고객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하며 411개에 달하는 임상사례를 모을 수 있었다. 

▲ 명동 아이오페랩에서 고은비 연구원이 피부 측정 자료를 토대로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방글아 기자

고 연구원의 업무중 상당부분은 고객과 만남으로 채워진다. 1주일에 3~4일은 명동 아이오페랩에서 일한다. 여기서 고객들의 피부를 측정하고, 맞춤형 상담을 제공한다. 하루에 만나는 고객은 대여섯명 정도로 주로 이삼십대 여성이다.

나머지 날은 서울 본사나 용인 기술연구원에서 일한다. 본사에선 마케팅 담당 직원들을 만나 현장에서 취득한 고객들의 니즈를 전달하고, 연구원에선 피부과전문의 등 다양한 전문가를 만나 더 나은 상담을 위한 자문을 구한다.

연구와 마케팅의 접점에서 제품 개발에 고객의 니즈가 최대한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 고 연구원의 역할인 셈이다.


"연구과정에서 가장 흥미로웠던건 모녀고객을 대상으로 진행한 피부측정 결과였습니다. 유전자의 절반을 공유하는 모녀고객에서 피부특성은 물론 눈가주름의 패턴까지 비슷하게 나타난건데요. 엄마의 피부를 보면 딸이 자신의 노화속도와 패턴 등을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다는 의미죠."

고 연구원에게 국제화장품학회 논문상의 영예를 안긴 연구는 1년여 간 이어진 고객들과 만남이 바탕이 됐다. 맞춤형 피부상담을 받기 위해 아이오페랩을 찾은 고객들의 가장 큰 고민은 피부노화다.

학계에서 노화는 '나이가 들면서 신체구조와 기능이 점진적으로 저하돼 질병과 사망에 대한 취약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피부 또한 신체의 일부로, 탄력이 떨어지는 구조적인 변화와 상처가 쉽게 낫지 않는 기능적 변화 등으로 나타난다.

노화는 통상 만 35세를 기점으로 증상이 두드러지기 시작하는데, 이 때 '도미노'처럼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주름과 색소침착 등 다양한 변화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노화의 원인은 크게 내인성과 외인성 등 2가지로 나뉜다. 이중 자외선 노출이 주원인이어서 광노화라고도 불리는 외인성 노화의 경우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증상의 억제가 일정 부분 가능하다.

고은비 연구원은 내·외인성 노화 증상중에서도 수분량의 감소와 색소침착, 붉은끼, 주름 등 4가지 피부특징에 주목했다. 이 4가지 특징을 결정짓는 유전자가 무엇인지를 밝혀내는 것이 연구 목표다. 주요 노화 증상을 결정짓는 유전자가 밝혀진다면 증상 예방과 사후 개선에 도움을 주는 소재를 찾아 화장품으로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아모레퍼시픽 고객 4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 결과, 하나의 유전자는 수분량과 주름, 색소침착, 붉은끼 등 노화 증상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1대1 매칭은 아니지만 여러개의 유전자가 여러개의 세포 구조와 기능에 영향을 주면서 노화의 시기와 정도를 결정짓는 것이다.

그렇다면 화장품으로 노화를 억제하거나 개선이 가능할까. 이에 대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위해 고은비 연구원과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소개한다.


- '이 피부타입에선 노화가 상대적으로 일찍 나타난다'와 같이 노화에 민감한 특정 피부타입이 있나요?

▲ 노화 증상은 하나씩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도미노 현상처럼 복합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피부 노화가 어떤 유전자 하나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탄력이 저하되고 모공이 넓어진다든지, 얼굴에 노란끼가 나타나는 등 여러 피부특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하지만 건조한 피부의 경우 주름 등 노화 증상 일부에서 다른 피부타입 보다 확실히 예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중·건성으로 구분되는 피부타입에선 수분과 유분의 밸런스가 잘 맞는 중성이 상대적으로 좋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바르는 화장품이 노화를 늦추거나 증상을 개선하는데 실제 도움이 될까요? 성분이 아무리 좋더라도 흡수가 잘안돼 실제 효과는 미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데요.

▲ 노화의 주범은 대사기능 과정에서 나오는 활성산소입니다. 활성산소는 질병과 신체의 취약성에 영향을 미치는데, 피부노화 또한 이를 억제·제거하는 항산화 성분으로 개선이 가능합니다. 아모레퍼시픽은 오래전부터 항산화 성분을 발굴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는데요. 피부탄력과 색소침착 개선에 도움이 되는 성분 바이오리독스TM 발굴이 대표적입니다.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에선 효능성분과 함께 피부에 효능성분을 효과적으로 흡수시키기 위한 연구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특화된 피부 전달기술 연구로, 이 분야 전문 연구원들이 활발한 연구를 진행중입니다.

- 화장품을 고를 때 성분을 꼼꼼히 챙기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는 추세입니다. 함유된 성분이 적을수록 피부에 순하다고 하는데, 성분 최소화가 필요한가요?

▲ 안전성 이슈가 대두되면서 자극이 적은 원료를 선호하는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다만 특정 성분이 포함되지 않을 경우 해당 성분에서 기대되는 긍정적인 효과 또한 얻기 힘들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계면활성제의 일종인 SDS(도데실 황산 나트륨)이나 SLS(로릴 황산 나트륨(Sodium Lauryl Sulfate, SLS)과 같은 성분이 대표적인데요. 이들 성분은 자극감이 있다는 단점과 동시에 세정력을 높인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 결국 자신에게 맞는 화장품을 찾는 것이 중요하겠네요. 한국인들이 공유하는 피부특성이 있을까요?

▲인종별 특성은 결국 확률의 문제입니다. 예컨대 
콜라겐 분해에 관여하는 유전자 'MMP1'의 경우 한국인에서 70% 확률로 변이 빈도가 높습니다. 다만 현재까지 아시아에서 이뤄진 관련 피부 유전자 연구는 많지 않은 실정입니다. 유전자 연구는 초기 질병 조기발견 목적으로 시작돼 비교적 최근에 와서야 화장품 분야로 확장됐는데요. 주로 미국과 서유럽을 중심으로 연구가 이뤄져왔습니다. 물론 최근에는 유전자 분석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아시아에서도 연구개발이 점점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 앞으로 연구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 유전자 맞춤형 화장품 연구는 현재 굉장히 초기단계에 있습니다. 하지만 피부특성과 관련된 유전자 발굴 자체의 의미가 크고, 나아가 이를 조절하는 소재 발굴까지 이뤄진다면 곧 멀지 않은 미래에 유전자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최근 피부상담을 위해 아이오페랩을 찾는 고객중 남성분들의 수도 많아지는 추세인데요. 다음 연구는 이번과 같은 선상에서 쌍둥이 고객 등을 모집한다든지 특정 유전자 조건에서 피부특성 비교가 가능하도록 연구 범위를 넓혀 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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