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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편의점 '샌드위치 레전드' 탄생기

  • 2018.09.21(금) 12:44

유영준 GS리테일 샌드위치 MD 인터뷰
첫 기회 상품 '딸기 샌드위치' 대박…체리쥬빌레까지
매달 평균 두 개씩 제품 기획…"디저트로 시장 확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편의점 샌드위치라고 하면 내용물이 알차게 들었는지, 배는 부른지, 이름처럼 햄이 듬뿍 들었는지 정도가 관심사였다. 2000원 안팎의 부담 없는 가격으로 출출할 때 허기를 채우는 괜찮은 식품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종류도 비슷비슷해 어느 편의점에서 어떤 제품을 파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SNS엔 인기제품이 동나 인근 점포를 돌아다니며 겨우 구했다는 글과 함께 인증샷이 올라오는 등 그야말로 '핫한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흔해 빠진 샌드위치에 과연 어떤 변화가 있었던 걸까.

편의점 샌드위치 시장의 변화를 일으킨 주인공은 지난해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딸기 샌드위치'가 꼽힌다. 이후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인 체리쥬빌레를 넣은 샌드위치와 일명 '인기가요 샌드위치'가 히트상품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제품들은 그간 평범한 샌드위치와는 달리 '스토리'가 있거나 시각적으로 예쁘다는 공통점이 있다. SNS에 인증샷을 올리기 딱 좋다는 의미다.

우선 '딸기 샌드위치'는 딸기 제철인 겨울에만 한정판으로 파는 데다 식사 대용이 아닌 디저트용으로 소비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체리쥬빌레 샌드위치도 마찬가지다. 분홍색의 내용물이 눈에 띄는데 벚꽃시즌에만 판매하면서 이 기간 나들이 간식의 '필수템'으로 자리 잡았다. 편의점마다 다른 이름으로 출시된 '인기가요 샌드위치'의 경우 한 방송국 매점에서 판매해 아이돌들이 먹는다는 스토리로 주목받은 사례다.

그런데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다. 이 히트 상품을 항상 먼저 선보인 편의점이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그 편의점 내에서 샌드위치를 기획하는 직원이 따로 있다는 점도 놀랍다. 조금 과장하면 요즘 편의점 샌드위치 붐을 일으킨 '주인공'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주저 없이 그를 만나봤다.

지난 19일 GS리테일 본사가 있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GS타워에서 유영준 GS리테일 FF(Fresh Food)팀 과장을 만났다. 유 과장은 GS25에서 샌드위치나 햄버거 등 조리빵 전반을 책임지는 MD다.

유 MD는 올해 입사 8년 차로 과장 직급을 달고 있다. 6년 동안 GS25 직영점과 점포영업 관리 등을 하며 현장에 있다가 지난 2016년 본사로 들어왔다. 샌드위치와 햄버거 등 조리빵 기획과 개발을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로 올해 '겨우(?)' 2년째다. 수년간 샌드위치만 만든 '고수'를 상상했는데, 여러모로 의외의 이력이다.

이력이 길지는 않지만 유 MD의 샌드위치 기획력은 첫걸음부터 남달랐다. 그가 조리빵 MD를 시작하면서 처음 내놨던 작품이 바로 '딸기 샌드위치'였다. 빵과 빵 사이를 생딸기와 생크림으로 채운 이 샌드위치는 기존에 식사 대용으로만 소비되던 편의점 샌드위치를 '디저트'용으로 만들어 히트를 친 업계 최초 제품으로 여겨진다.

유 MD는 당시 '디저트' 시장이 계속 크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이 제품을 기획했다. 그는 "사실 딸기 샌드위치는 GS25에서 지난 2014년에 이미 선보인 제품인데 그때는 잘 안됐다"며 "지난해 분위기가 디저트 쪽이 크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걸 제대로 성공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크림 등 레시피를 젊은 층이 좋아할 만하게 '리뉴얼'해 내놨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딸기 샌드위치는 지난해 GS25에서만 220만 개가 팔렸고, 올해는 240만 개로 매출이 더 늘었다. 겨울 한정제품이라 1~3월에만 팔린다는 걸 고려하면 엄청난 판매량이다. 이후 다른 편의점에서 너도나도 딸기 샌드위치를 내놓으면서 업계 대표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유 MD는 "사실 그동안 편의점에서 샌드위치는 그렇게 매출이 많지 않았던 상품인데 이제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며 "샌드위치가 디저트로 여겨지면서 시장이 커지는 데 딸기 샌드위치가 역할을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가 올해 4월 내놓은 체리쥬빌레 샌드위치도 히트작으로 꼽힌다. 배스킨라빈스의 경우 국내에선 다른 기업과 협업한 사례가 없는데 지속적인 러브콜로 콜라보를 성사가 성사시켰다. 유 MD는 벚꽃시즌과 잘 어울리는 체리쥬빌레를 선택해 기간 한정 제품을 기획했고, 이 역시 당시 SNS 등에서 크게 화제가 됐다.

유 MD는 매달 평균 두 개 정도의 샌드위치를 기획해 내놓는다. 연간으론 20~25개의 신제품을 출시하는 셈이다. 그동안 내놨던 제품 중 가장 좋아하는 샌드위치는 바로 계란 샌드위치(계란듬뿍 샌드)다. 지난해 7월 출시해 지금까지 GS25에서 꾸준히 1~2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계란 샌드위치는 일본 여행 시 편의점에서 꼭 사 먹어봐야 하는 일명 '타마고 샌드'로 이미 알려졌던 제품이다. 국내에서도 계란을 마요네즈 등과 섞은샌드위치가 있긴 했지만 타마고 샌드처럼 으깬 계란으로만 속을 꽉 채운 제품은 없었다.

유 MD는 지난해 초 이를 벤치마킹하기로 하고 3~4개월간 개발에 몰두했다. 그는 "일본과 유사한 컨셉으로 만들되 우리나라 소비자의 입맛에 맞추려고 노력했다"며 "아직도 GS25 계란듬뿍 샌드에 대해 SNS 등에 평가가 올라오는 등 소비자들이 알아주는 것 같아 보람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유 MD가 편의점 샌드위치 시장의 트렌드를 이끌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한 것은 아니다"라고 손을 내저었다. 유 MD가 아이디어를 내놓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후 제품을 직접 만들고 레시피를 조정하며 맛을 완성한 건 GS25가 운영하는 식품연구소의 셰프들이라는 설명이다.

GS25는 편의점도 제대로 된 먹거리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며 지난 2013년 식품연구소를 열었다.

그는 처음 조리빵 담당 MD로 발령난 뒤 한 달간 공장으로 출근하면서 모든 제조 과정을 경험해본 것도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유 MD는 "어떤 재료를 선택하면 어떻게 씻고 다듬어서 제품이 만들어지는지 전 과정을 이해해야 제대로 기획할 수 있다"며 설명했다.

유 MD는 그러면서 앞으로도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품을 기획할 때는 항상 잘 될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소비자들이 항상 뜻대로 찾아주는 것은 아니다"라며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알려면 일단 도전을 해야 하고 그래야 히트작도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기획한 게 잘 안 팔리면 점주분들도 손해를 보는 만큼 그런 책임감을 생각하면 어떤 제품도 허투루 만들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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