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바이오 혁신기업으로 꼽혔던 신라젠의 문은상 대표가 회사 주식을 처분한 돈으로 부동산에 대거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 대표는 지난 2017년 말에서 2018년 초까지 신라젠 주식을 집중 처분해 1300억원가량 챙겼고, 이 돈으로 고급빌라와 주택을 잇따라 매입했다. 또 아내 명의로 부동산 개발·공급업체를 설립해 전문적으로 부동산 사업에 뛰어들었다.
문제는 신라젠은 최근 항암 신약 펙사벡의 간암 임상3상 실패로 한때 15만원대까지 올랐던 주가가 1만원 안팎으로 추락하면서 수많은 주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정작 펙사벡의 성공을 의심치 않았다던 문 대표는 최고가 수준에서 주식을 처분해 부동산을 사들였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 논란이 예상된다.
◇ 신라젠 주식 판 돈으로 부동산 투자
문 대표는 지난 2017년 12월 28일과 2018년 1월 2~3일에 3차례에 걸쳐 신라젠 주식 156만 2844주를 처분해 1325억원가량을 챙겼다. 문 대표는 이후 2018년 3월 2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위치한 고급주택을 65억원에 매입했다.
앞서 서울 한남동 고급빌라 두 채를 분양받기도 했다. 문 대표는 아내와 함께 지난 2015년 9월 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고급빌라 2채에 대한 분양계약을 체결했으며, 주식을 처분한 직후인 2018년 1월 5일 잔금을 모두 치렀다.
아내 명의로 부동산 개발·공급업체를 설립해 전문적으로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는 정황도 드러났다. 실제로 문 대표의 아내는 지난 2018년 4월 9일 부동산 개발·공급업체 '람다홀딩스'를 설립했다.
◇ 빌라 분양 과정에서 소송 휘말리기도
문 대표는 한남동 빌라를 분양받는 과정에서 소송에도 휘말린 상태다. 이 빌라를 분양해준 건설업체 대표 A씨는 문 대표가 투자를 빌미로 고급빌라를 원가에 분양받았다면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A씨에 따르면 당시 문 대표가 분양받은 이 빌라의 정상가는 3층은 37억원, 로열층인 6층은 40억원을 호가했다. 그런데 향후 A씨의 다른 건설사업에 투자하는 조건으로 원가 수준인 26억 5000만원과 35억원에 문 대표에게 분양했다는 주장이다.
이 과정에 B씨가 대리인 역할을 했다. B씨는 문 대표와 10년이 넘도록 인연을 이어왔으며, A씨와는 호형호제하던 관계였다. A씨는 "B씨가 향후 문 대표가 A씨의 건설사업에 투자할 것이란 뉘앙스를 풍기며 빌라 원가분양을 요구했다"라고 말했다.
◇ 펙사벡 성공 믿어 의심치 않았다더니…
문 대표가 부동산에 투자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가 될 순 없다. 하지만 대표적인 바이오 혁신기업의 CEO가 회사 주식을 대거 처분해 부동산에 투자한 대목은 논란이 될 수 있다. 특히 펙사벡의 임상3상이 실패로 돌아간 만큼 문 대표가 펙사벡에 대한 믿음이 없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당시 업계에선 펙사벡이 임상3상만 통과하면 신라젠의 시가총액이 20조원을 웃돌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문 대표도 지난달 4일 펙사벡의 임상3상 중단 후 기자간담회에서 "펙사벡이 무용성 평가를 통과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그렇지 않았던 셈이다.
업계에선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펙사벡 임상3상은 치료군인지 대조군인지 여부를 피험자와 시험자가 모두 아는 오픈라벨(open label)이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신라젠 일부 임원들은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검찰은 최근 신라젠 본사와 서울지사를 압수수색하고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거래가 있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문 대표를 비롯한 고위 임원들의 잇따른 대량 주식 처분이 사전에 펙사벡의 임상3상 무산을 예상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더욱 힘이 실릴 수밖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