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되면서 상장폐지 위기에 섰다. 신라젠은 상장폐지를 피하기 위해 ‘펙사벡’의 임상 재개 등 경영개선 의지를 적극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9일 장 마감 이후 신라젠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했다. 주식 거래정지에 들어간 지난달 4일부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검토한 지 46일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8일 신라젠 문은상 대표이사 등 전·현직 임원을 지분 편법인수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재판에 넘긴 바 있다. 검찰 조사에서 문 대표 등은 지난 2014년 3월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실질적인 자기자금 없이 '자금돌리기 방식'으로 350억 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해 1918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하고 신라젠에 손해를 가한 혐의가 인정됐다.[관련 기사: 신라젠 후폭풍…檢, 경영진 '부당이득' 정황 포착]
거래소는 신라젠에 심사일정 및 절차를 통보하고 해당 통보일로부터 15일 이내인 오는 7월 10일까지 기업심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상장폐지 여부 또는 개선기간 부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해당 법인이 7월 10일 이내에 경영개선계획서를 제출할 경우 제출일로부터 20일 이내에 기업심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상장폐지 여부 또는 개선기간 부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회사측은 15일 영업일 이내에 경영개선 계획서를 제출하고 개선기간을 부여받을 계획이어서 7월말 혹은 8월초 즈음 상장폐지 및 개선기간 부여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특히 ▲기업심사위원회 심의 ▲코스닥시장위원회 심의 ▲이의신청에 따른 심의 등 최종 상폐에 이르기까지 복잡한 절차가 남아있는 만큼 신라젠의 상폐를 거론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최근 몇 년 사이 바이오기업들이 잇따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오른 가운데 개선기간을 부여받으면서 잠정적으로 상폐 위기를 모면한 곳도 다수 있다.
의료기기 업체인 셀루메드는 회계처리 위반 등으로 지난해 12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됐다가 경영개선계획서를 제출하고 2021년 2월 13일까지 개선기간을 부여받았다. 경영개선을 위해 재조합 단백질인 FGF7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화장품 원료 공급 및 인공피부 제품 개발 등의 활동에 착수한 상태다.
펩타이드 관련 화장품과 의약품 연구개발 업체인 케어젠은 삼정회계법인의 감사보고서 의견거절 결정으로 지난해 3월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상폐 문턱까지 갔던 케어젠은 재감사를 진행한 끝에 지난 4월 상폐 리스크를 해소하고 거래 재개에 성공했다.
세포 유전자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로 논란이 된 코오롱티슈진은 지난해 7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거쳐 기업심사위원회로부터 상폐 결정이 난 바 있다. 그러다 코스닥시장위원회 심의에서 개선기간을 부여받고 지난 4월 미국에서 임상3상 재개를 승인받으면서 상폐 위기를 모면했다. 미국 임상 재개로 연구개발기업 상장관리 특례적용 요건을 충족하면서 오는 2021년 5월 10일까지 개선기간을 연장, 주식거래 재개 가능성이 기대되고 있다.
신라젠도 일단 개선기간을 부여받아 유일한 파이프라인인 항암제 '펙사벡'의 재개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문은상 대표는 신라젠의 경영정상화와 주식거래 재개를 위해 지난 11일 사퇴했다. 또 ‘펙사벡’의 연구개발 재개를 위해 돌파구를 찾는 데도 한창이다. 신라젠은 올해 초 미국암학회 연례학술대회(AACR)에 참석해 '펙사벡'의 임상 중간결과를 발표한 데 이어 이달 초에는 세계 최대 바이오 전시회 행사인 '바이오 USA'에 참가해 파트너사 물색에 나섰다.
이처럼 아직 상폐 도달까지는 변수가 많은 만큼 섣부른 판단을 자제해달라고 회사측은 강조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선정된 업체들이 대부분 비슷한 과정을 겪지만 모두 상장폐지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업체마다 거래 재개를 위해 경영 리스크 해소 등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만큼 결과를 좀더 지켜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