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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하이마트, 권력형 사외이사 고집하다 '낭패'

  • 2020.02.13(목) 15:14

이채필 전 장관, 국정원 사건으로 중도퇴임
반대 목소리에도 재선임했다가 이미지 구겨
사외이사 요건 까다로워지면서 인물난 전망

롯데하이마트가 권력형 사외이사를 고집하다가 난감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던 이채필 전 노동부 장관이 법정구속되면서 회사 이미지를 구겼다. 이 전 장관의 빈자리를 포함해 이번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2명을 새로 선임해야 하는데 최근 자격 요건이 까다로워지고 있어 인물난도 예상된다.

◇ 이채필 전 장관, 법정구속으로 사외이사 중도퇴임  

이 전 장관은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 사건에 연루돼 최근 1년 2개월의 징역형과 함께 법정구속됐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기존 노조의 와해를 위해 제3노조 설립을 추진하면서 국정원의 예산을 유용했는데 이 과정에 개입한 혐의다.

문제는 롯데하이마트가 이 전 장관의 구속 가능성을 알면서도 사외이사 재선임을 강행했다는 점이다. 앞서 이 전 장관은 지난 2017년 3월 롯데하이마트 사외이사로 처음 선임된 뒤 지난해 재선임됐는데 당시 이미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었다.

주변에서도 우려를 표시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 등 의결권 자문기관은 지난해 초 재판에 따른 불확실성을 이유로 이 전 장관의 재선임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도 어용 노총 설립을 지원한 인물의 사외이사 선임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 전 장관은 비슷한 시기에 고려아연의 사외이사로도 선임됐는데 고려아연은 지난해 임기가 끝난 이 전 장관을 재선임하지 않았다.

◇ 사외이사 재선임 밀어붙인 이유는

그렇다면 롯데하이마트가 이 전 장관의 구속 가능성을 알면서도 사외이사로 재선임한 이유는 뭘까.

롯데하이마트는 "지난 2년간 이 전 장관이 사외이사로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이 전 장관은 이사회 출석률이 100%에 이를 정도 외형적으론 사외이사직을 잘 수행했다.

업계에선 또 다른 배경으로 당시 롯데하이마트가 불법파견 문제로 노동청의 조사를 받고 있던 시기라는 사실을 꼽는다. 롯데하이마트는 2018년 국감에서 납품업체가 인력공급업체로부터 공급받은 판촉사원 수천명을 재공급받는 과정에서 파견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문제로 최근에는 노동당국이 근로감독을 강화하는 와중이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불법파견 등 노동 관련 이슈가 골치를 썩이고 있는 상황에서 권력형 사외이사로 분류되는 이 전 장관을 놓치기에는 아까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 사외이사 2명 무사히 뽑을까

이 전 장관의 중도퇴임으로 롯데하이마트는 오는 3월 열릴 정기주총에 대한 부담도 커졌다. 롯데하이마트는 이번에 5명의 사외이사 중 2명(감사 겸직)을 새로 선임해야 한다. 이 전 장관은 물론 지난 2014년 선임된 최영홍 전 국방부 검찰부장도 임기 제한 규정에 따라 사외이사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기 때문이다. 

새로 사외이사를 선임하려면 롯데하이마트 지분 7%를 가진 국민연금 문턱을 넘어야 한다. 상장사 감사를 선임할 땐 최대주주의 의결권은 3%로 제한되는데 그러면 국민연금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민연금이 최근 스튜어드십코드 도입과 함께 주총에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는 데 있다. 실제로 최근 국민연금은 강원랜드가 전직 이사들의 손해배상 책임을 줄여주는 안건에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이런 분위기라면 롯데하이마트 역시 인물난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 물러나는 두 명은 사외이사는 물론 감사직도 겸하고 있다. 따라서 회사 측 입맛에 맞으면서도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질 인사를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3명의 감사 중 유일하게 남게 되는 이장영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에 대한 논란도 있다. GCGC는 신동빈 회장의 경영비리 및 국정농단 재판에서 변호를 맡았던 김앤장 측 인사가 롯데 계열사의 사외이사를 맡는 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전처럼 경영진 마음대로 사외이사와 감사를 구성하기가 어려워진 상황인데 롯데하이마트가 안일하게 대응하다가 불확실성이 커진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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