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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줄일 곳이 없다"…시름 깊은 호텔 업계

  • 2020.09.03(목) 09:23

대형 호텔 레스토랑 영업 중단 잇따라
매출원가·판관비 등 비용 절감 어려워

코로나19로 호텔업계가 유독 혹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고정비가 높은 호텔업의 특성 탓에 비용을 줄일 곳이 마땅치 않아 레스토랑과 같은 핵심 서비스까지 제공하지 못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 호텔 레스토랑 줄줄이 영업 중단

호텔의 핵심인 레스토랑 서비스를 중단하는 곳들이 증가하고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운영하는 더플라자는 지난 19일부터 뷔페 레스토랑 ‘세븐스퀘어’의 영업을 중단했다. 호텔롯데의 '라세느'와 콘래드호텔의 '제스트' 등도 문을 닫았다. 호텔신라의 '더 파크뷰'는 저녁식사 운영을 중단했으며 웨스틴조선의 '아리아'와 시그니엘 서울의 '스테이' 포포인츠 호텔의 '이터리' 등도 운영 규모를 크게 줄였다.

호텔이 레스토랑 서비스를 축소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레스토랑은 숙박과 함께 호텔의 핵심 서비스 중 하나다. 하지만 코로나 19의 여파로 운영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 호텔업체들의 레스토랑 운영 축소는 최근 수도권 거리두기 단계가 상향 조정된 것에 따른 조치다. 레스토랑은 최근 관광객 감소로 객실 손님이 줄어든 호텔업계의 생명줄이었다. 그런만큼 호텔업계의 고민이 깊다.

하지만 레스토랑 운영을 줄인다고 해서 비용이 크게 절감되는 것은 아니다. 적더라도 투숙객이 있고, 레스토랑에 근무하는 정규직 직원들이 있는 만큼 레스토랑의 부엌을 셧다운하기는 어렵다. 호텔은 기본적으로 고정비가 높은 업종이다. 따라서 코로나19와 같은 비상 상황에서 비용을 줄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호텔은 손님이 없다고 불을 끌 수는 없다. 투숙객이 크게 줄더라도 모든 시설에 불을 켜야 하고 직원들도 근무해야 한다. 고정비는 높은데 변동비는 낮은 셈이다.

고정비가 높다보니 매출이 크게 늘더라도 매출원가는 늘어나는 폭이 크지 않다. 즉, 호황일 경우에나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반면 최근과 같은 위기상황에서는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매출이 줄어든 만큼 비용을 줄이기는 어려워서다. 단 한 명만 투숙해도 호텔 입장에서는 모든 시설에 직원이 출근해야한다. 종업원의 숙련도가 매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향후 정상화를 대비해 인력을 함부로 줄이기도 어렵다. 

◇ 비용절감 난항…대형호텔 줄줄이 '적자'

실제 지난 상반기 호텔업체들은 비용 절감을 제대로 하지 못해 큰 타격을 입었다. 호텔신라의 경우 개별재무제표 기준 상반기 매출이 1조 2589억 원으로 전년 대비 40.51% 줄었다. 반면 재료비와 인건비, 기타영업비용을 합친 금액은 1조 3662억 원으로 전년 대비 30.63% 줄이는 데 그쳤다. 그 결과 작년 상반기에는 146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반면, 올해는 1072억 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호텔롯데도 마찬가지다. 호텔롯데의 개별재무제표 기준 올해 상반기 매출은 1조 5533억 원으로 전년 대비 44.61% 줄었다. 하지만 이 기간 매출원가와 판관비는 총 1조 7859억 원으로 전년 대비 33.51% 줄이는데 그쳤다. 호텔롯데는 상반기에 2326억 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단위 : 억원.

문제는 더 이상 비용을 줄일 곳이 없다는 점이다. 일부 층을 폐쇄하고 관련 인원을 대폭 정리하는 수준이 아닌 이상 이미 비용을 줄일 만한 곳은 모두 줄였다는 설명이다. 더 큰 고민은 하반기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이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시름은 더 깊어지고 있다. 장기간코로나19 유행으로 국내외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바뀌어 호텔의 인기가 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호텔 업체 관계자는 "국내에서 거리두기가 완화되더라도 해외에서의 코로나19 유행이 잠잠해지지 않는다면 근본적인 문제는 개선되기 어렵다"며 "투숙객 감소는 물론 각종 행사 취소와 레스토랑 운영 중단 등 경영 환경이 이렇게까지 나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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