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장마가 끝난 뒤 열린 집회의 후유증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빠르게 재확산되고 있다. 모처럼 기지개를 펴려던 유통업계의 고민도 함께 깊어가고 있다.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업체들은 걱정이 더 크다. 이미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1단계에서 2단계로 상향되면서 피해를 입고 있는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더욱 심해지는 추세다보니 3단계로 상향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 16일 서울·경기 지역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1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본부장은 브리핑을 통해 "방역당국에서 가장 우려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거리두기 상향은 교회와 카페, 식당, 그리고 지난 광복절에 열린 광화문 집회 등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급증하면서 내려진 조치다. 거리두기 2단계는 2주간의 한시적 조치지만 코로나19의 확산세에 따라 단계를 계속 지속하거나 3단계로의 상향 가능성도 열려있는 상태다.
상황이이렇자 모처럼 매출 회복을 기대했던 유통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상반기 내내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리고, 6월말부터 이어진 역대 최장 기간 장마로 바캉스 특수를 놓친 상황에서 코로나19 재확산은 거의 '사형선고'과 같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올해 들어 유통업계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영업장 폐쇄와 임시 휴업 등의 조치로 심각한 이익감소를 겪었다. 대부분의 매장이 다중이용시설이다 보니 직격탄을 고스란히 맞았다.
롯데쇼핑과 현대백화점, 신세계 등 유통 빅 3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총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7.7% 급감한 377억 원에 그친다. 지난해보다 6027억 원이나 감소한 수치다.
2분기만 놓고 볼 경우 124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1분기에는 1187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된 2분기에는 적자를 면치 못했다.
업체별로 롯데쇼핑은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2% 감소한 535억 원에 그쳤다. 현대백화점은 81.7% 줄어든 23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신세계는 아예 398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업태별로는 오프라인 매출이 중요한 백화점과 면세점의 수익성 악화가 심각했다. 롯데와 신세계의 할인점(대형마트)도 손실을 피할 수 없었다.
최근에는 장밋빛 전망도 나왔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감소 추세를 보이고 긴 장마도 끝이 보였기 때문이다. 명품 등에서는 매출이 성장하기도 하는 등 희망이 보였다. 악재에 짓눌렸던 소비자들의 소비욕구도 어느 때보다 컸다. 다가오는 추석연휴도 유통업계가 기대하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광복절 이후 상황이 크게 악화됐다. 종교단체가 주도한 대규모 집회의 여파로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늘고있다는 소식에 시장이 얼어붙었다. 지난 18일 개장한 주식시장에서는 유통주를 중심으로 하락세가 이어졌다.
최근에는 유통업계의 직접적인 피해도 계속되고 있다. 영업장 내에서 확진자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어서다. 스타벅스와 롯데리아, CGV 등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면 해당 사업장이 폐쇄됐다.
신라스테이와 워커힐 등 호텔업계에서도 확진판정을 받은 종업원이 발생하거나 확진자 투숙 등이 확인되면서 투숙객을 내보내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쿠팡 물류센터와 세븐일레븐 본사 등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해 센터와 사무실을 폐쇄하는 등 피해가 이어지는 추세다.
이같은 분위기에 유통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실적회복을 기대하던 분위기는 쏙 들어갔다. 업계는 우선 각 사업장의 방역강화에 나서는 중이다. 최근 스타벅스코리아는 서울·경기 모든 매장의 좌석을 30% 이상 축소했다. 매장에서 진행하려던 마케팅 행사도 연기했다.
재택근무도 다시 시작되는 추세다. 11번가와 이베이코리아가 재택근무를 시행에 나섰다. 쿠팡도 재택근무 비율을 높였다. 상반기 중 직원의 확진으로 큰 피해를 입었던 홈쇼핑 업계도 몸을 사리고 있다. 롯데홈쇼핑과 CJ ENM 오쇼핑 부문, GS샵 등은 생방송 진행 인력을 제외한 직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한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상반기 부진을 바캉스와 추석을 통해 어느 정도 회복하리라 기대했지만 최근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말도 꺼내기 어려운 상황 됐다"며 "지금으로선 영업장 폐쇄를 최우선으로 막기 위해 방역활동을 강화하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