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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신세계의 코로나 돌파…'2인자' 손에 달렸다

  • 2020.11.03(화) 15:14

롯데 강희태, 구조조정·온라인·시너지 강화
신세계 강희석, 리뉴얼·온라인·물류망 방점

롯데와 신세계의 포스트 코로나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이를 주도하고 있는 사람은 새로운 2인자로 부각되고 있는 전문경영인들이다. 롯데그룹은 강희태 부회장, 신세계는 최근 쓱닷컴 대표까지 겸직하게된 강희석 이마트 대표를 앞세웠다. 이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은 녹록지 않다. 모두 코로나19라는 공통의 적을 만나 어려운 상반기를 보냈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주춤한 사이 쿠팡과 네이버 등 온라인 유통 중심의 신성(新星)들은 크게 성장했다. 이들의 성장은 소비 트렌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갔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롯데와 신세계 모두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통합이 공통의 숙제가 됐다. 하지만 두 기업이 공통의 숙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완전히 정반대다.

◇ 강희태 부회장 권한강화…유통조직 장악

지난해만 해도 강희태 부회장이 롯데그룹의 2인자가 될 것으로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황각규 전 부회장의 존재감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은 위기 상황을 맞아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롯데그룹의 핵심인 롯데지주는 황각규 전 부회장의 주도로 사업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말 강희태 롯데백화점 대표가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세대교체를 예고했다. 

실제로 황 전 부회장이 물러난 뒤 현재 강 부회장의 권한은 크게 강화됐다. 최대 계열사인 롯데쇼핑을 총괄하며 롯데자산개발의 대표도 겸직한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의 사내이사도 맡았다. 유통업은 물론 유통관련 자산의 관리도 강 부회장의 지휘를 받게 된 셈이다. 결과적으로 강 부회장이 유통전문 그룹 롯데의 핵심 권한을 장악하게 된 모양새다.

역량이 집중된 만큼 할 일도 많다. 첫 번째 과제는 온라인 유통업 강화다. 올해 출범한 롯데온은 그룹의 온라인 유통역량을 모았음에도 불구, 예상과 달리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롯데온 출범에도 불구 롯데의 각 유통계열사는 여전히 별도의 온라인 플랫폼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느린 속도와 잦은 오류, 낮은 평점 등도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부분이다.

강 부회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회장 직속 데이터 거버넌스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11번가 출신 김현진 플랫폼센터장과 임현동 상품부문장을 영입해 롯데온이 새롭게 진출하고 있는 오픈마켓 부분의 역량 강화에도 나섰다.

두 번째는 유통계열사의 시너지 강화다. 그 중심은 롯데자산개발이다. 롯데자산개발은 롯데월드몰과 롯데몰 등을 운영하는 회사지만 롯데물산의 입김이 더 크고 롯데쇼핑과의 교류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김 회장이 대표는 맡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계열사 시너지를 기대할 환경이 조성됐다. 

세 번째는 경영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구조조정이다. 이른바 생존전략이다. 강 부회장은 지난해 유통BU장 취임 직후부터 롯데쇼핑의 오프라인 매장 30%를 정리키로 했다. 매장을 닫고 사람을 내보내는 단순한 구조조정이 아니라 온라인 유통과의 시너지를 위해 도심형 물류센터를 확보하는 작업도 동시에 진행한다. 최근 대표를 맡은 롯데자산개발에도 정규직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 신세계, 강희석 대표 내세워 "외형보다는 내실"

신세계는 롯데와 비교하면 조금 여유가 있는 편이다. 부진한 롯데온과 달리 쓱닷컴은 온라인유통 시장에서 선방하고 있다. 이마트도 코로나19에 따른 적자 폭을 줄여나가는 중이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그동안 신세계의 유통사업은 정용진 부회장이 직접 챙겼다. 특유의 추진력이 돋보였지만 단점도 뚜렷했다. 삐에로쇼핑과 부츠 등 정 부회장이 직접 추진한 사업에서 실패를 맛봤다. 올반과 제주소주, 레스케이프호텔 등도 부진하다. 트렌드를 따르기보다는 트렌드를 만들려했던 정 회장의 스타일상 실패가 이어져도 투자는 계속됐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코로나19가 불러온 급격한 경영환경 변화로 신세계그룹도 외형보다는 내실을 다져야 할 때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그룹의 2인자로 떠오른 인물이 바로 강희석 이마트 대표다. 강 대표는 그룹 내 첫 외부 영입 CEO다. 베인앤드컴퍼니에서 10년간 이마트의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오다 이마트에 영입됐다. 지난해 말 이마트의 대표로 취임한 뒤 최근 쓱닷컴의 대표까지 겸직하게 되면서 그룹의 온·오프라인 통합을 지휘하게 됐다.

강 대표는 취임 직후 수익성이 부진한 삐에로쑈핑과 부츠 등 전문점을 과감하게 정리했다. 코로나19 이전에 행한 조치였다. 기존 이마트에 대해서는 구조조정보다는 리뉴얼을 택했다. 손님이 많이 오지 않더라도 한번 입장한 손님이 오래 머무르도록 '체험형' 매장으로의 변환을 꾀했다. 이마트 전체 매장의 30%가 체험형 매장 대상이었다.

성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복합 쇼핑몰 형태로 변신을 시도한 이마트 월계점은 지난 5월 리뉴얼 개장 이후 3개월간 매출이 30%가량 늘었다. 하반기에 거는 기대는 더 크다. 이마트의 신선·가공식품 사업을 강화한 전략이 빛을 보고 있다. 이마트의 지난 9월 매출은 1조 441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6% 증가했다. 강 대표의 주도로 그로서리(Grocery·식료품) 부문을 강화한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강 대표의 가장 큰 과제는 온·오프라인 채널의 유기적인 시너지다. 밑그림은 강 대표가 컨설턴트 시절부터 강조해 온 '옴니채널'(omni-channel)이다. 옴니쇼핑 채널이란 소비자가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바일 등 다양한 경로를 넘나들며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다. 쓱닷컴에서 주문한 물건을 이마트나 노브랜드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이마트 청계천점이 시범적인 옴니채널 매장으로 운영 중이다. 쓱닷컴에서 상품을 주문하고 수령 장소를 이마트 청계천점으로 정할 수 있다. 픽업 과정은 키오스크와 무인로봇이 처리해준다. 

물류망 강화도 과제다. 쓱닷컴은 지난해 출범당시 향후 5년 안에 물류기지 네오센터 10곳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었다. 하지만 2020년 말 현재 네오센터는 총 3개에 불과하다. 하남과 구리에 네오센터를 지으려다 지역주민들의 반대에 무산됐다. 현재 건설 중인 네오센터도 없다. 이에 강 대표는 네오센터 추가 확보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벽배송과 당일배송 등 속도가 온라인 유통 트렌드의 핵심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통센터의 확보는 중요한 전략 포인트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강희태 부회장과 강희석 대표 모두 온·오프라인 채널 통합을 통한 시너지 창출이 가장 큰 숙제"라며 "상대적으로 온라인에서는 후발주자인 롯데의 경우 온라인에 포커스를, 온·오프라인 채널 시너지를 이미 경험한 신세계는 시너지의 폭을 더욱 키우는 데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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