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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유통사업 재편…"쇼핑 밑으로 헤쳐 모여"

  • 2020.12.29(화) 15:01

롭스·쇼핑몰 재편…유통사업 효율화
'자본잠식' 롯데자산개발 사실상 해체

롯데그룹의 유통사업이 롯데쇼핑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최근 롯데쇼핑은 별도로 분리돼있던 롭스를 마트 부분에 흡수시키기로 했다. 더불어 롯데자산개발이 영위하던 쇼핑몰사업을 인수하는 등 효율화 작업에 나섰다. 이는 그동안 꾸준히 진행 중인 구조조정의 일환이다. 롯데자산개발은 쇼핑몰 사업부뿐만 아니라 자산관리용역 사업과 주거운영사업도 다른 계열사로 넘긴다. 사실상 해체 수순이다. 

◇ 롭스, 마트 사업부로 편입

최근 롯데쇼핑은 마트 사업부에 롭스 사업부를 합치기로 결정했다. 롯데쇼핑의 별도 사업부로 존재하던 롭스는 롯데마트 상품기획(MD) 본부의 헬스앤뷰티 부문으로 편입될 예정이다. 롯데쇼핑 사업부는 백화점, 마트, 슈퍼,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등 4개로 줄어든다.

이같은 사업부 재편은 지난 인사때 이미 예고된 바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정기 임원인사에서 롭스 대표를 공석으로 남겨 뒀다. 이번 작업은 롭스의 계속된 실적 부진 탓이 크다. 롯데쇼핑에서 롭스와 이커머스가 포함된 기타 사업 부분은 올해 3분기까지 총 2172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 1924억 원을 훨씬 넘는 수치다.

롭스는 지난 2013년 롯데슈퍼의 T/F(태스크포스)를 통해 출범했다. 헬스앤뷰티 시장이 성장하면서 매장 수가 함께 늘긴 했지만 업계 1위 CJ올리브영에 밀려 큰 성과를 보지 못했다. 지난해 말 131곳이던 롭스 점포는 올해 3분기 기준 108곳으로 줄었다. CJ올리브영의 매장수는 1200곳이 넘는다.

향후 롭스는 업계 2위 '랄라블라'를 운영 중인 GS가 편의점 GS25 매장 안에 랄라블라 전용 매대를 입점시키기로 한 것처럼 롯데마트 매장 내에 별도의 전용 매대 브랜드로 배치될 것으로 전망된다. 

◇ 복합쇼핑몰, 자산개발로부터 양수

롯데쇼핑은 롭스에 이어 복합쇼핑몰 부문도 재편키로 했다. 롯데그룹의 오프라인 유통사업 중 백화점과 대형마트, 슈퍼 등은 롯데쇼핑이 담당하고 있었지만, 복합쇼핑몰 사업은 롯데자산개발이 맡아왔다. 복합쇼핑몰 사업은 입점업체가 있어 부동산 임대업의 성격이 짙다는 게 그 이유였다.

최근 롯데쇼핑은 롯데자산개발의 쇼핑몰 사업을 양수한다고 밝혔다. 향후 롯데쇼핑은 잠실 롯데월드몰과 롯데몰 김포·수원·은평·수지·산본점 등 6개 점포를 운영하게 됐다. 추가로 롯데자산개발이 보유한 롯데쇼핑타운 대구 지분 100%와 베트남 하노이 소재 신규 사업지 개발 주체도 롯데쇼핑으로 넘어간다. 

롯데자산개발 역시 롭스와 마찬가지로 부실에 시달리던 곳이다. 최근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매출 1665억 원과 영업손실 151억 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올해 사정은 더 나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롯데월드몰과 롯데몰 등에 입점한 업체의 임대료 납부를 유예하면서 재무 부담이 가중된 것으로 보인다.

롯데자산개발의 쇼핑몰사업 양도가격이 280억 원에 불과한 것도 그동안 누적된 부실 때문으로 분석된다. 롯데자산개발의 쇼핑몰사업의 부채규모는 6781억 원으로 쇼핑몰사업 자산총액 6119억 원을 넘어선다. 

◇ '차·포' 뗀 롯데자산개발, 사실상 해체 수순

롯데그룹의 이번 유통사업 재편으로 롯제자산개발은 사실상 해체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롯데자산개발은 내년 2월 쇼핑몰을 롯데쇼핑에 넘기면서 자산관리 사업과 공유오피스 사업은 롯데물산에, 주거운영사업은 롯데건설에 양도할 예정이다. 

롯데자산개발은 지난 2007년 7월 설립된 종합개발회사다. 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개발하거나 신규 용지를 매입해 개발하는 사업을 진행해 왔다. 롯데그룹의 유통사업이 사용하는 부동산에 대한 자산관리와 각종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등도 전담했다.

하지만 수익성은 최근 수년간 악화 중이다. 지금까지 접수된 희망퇴직 인력은 100여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회사 전체 인력의 3분의 1 이상이다. 그룹 내에서의 위상도 줄어들고 있다. 최근 롯데그룹은 유통사업의 자산을 롯데자산개발에 맡기기보다는 롯데리츠를 통한 유동화 자산으로 활용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문제는 자산관리와 유통업 부분의 부실이 사실 코로나19 이전부터 진행됐다는 점"이라며 "부실 해소가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에 진행되다 보니 구조조정 규모가 생각보다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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