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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도약' 아모레, 부족한 2% 채우려면

  • 2021.07.29(목) 16:46

[워치전망대]아모레퍼시픽, 상반기 '절반의 성공'
온라인 채널 성장…본격적 효과는 '아직'
'핵심 제품' 디지털 전환…'중저가'도 살려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아모레퍼시픽그룹이 2% 아쉬운 상반기를 보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큰 폭으로 늘어났지만, 시장 예상에는 부합하지 못했다. 핵심 제품인 '엔진 프로덕트'를 중심으로 디지털 전환에 방점을 찍으면서 상대적으로 성장에는 집중하지 못한 결과다. 하지만 희망도 봤다. 국내외 시장에서 온라인 매출이 크게 늘었다. 기능성 프리미엄 라인 등 신규 포트폴리오 추가의 가능성도 엿볼 수 있었다.

사업 구조조정 성과…계열사별 명암 엇갈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분기 매출 1조3034억원, 영업이익 1046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10.4%, 188.5% 성장했다.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9.4% 증가한 2조6909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190.2% 늘어난 3022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2분기 영업이익 1293억원을 예상했던 시장 전망치에는 미치지 못했다.

헤어·바디용품(데일리뷰티)을 제외한 아모레퍼시픽그룹의 2분기 화장품 매출은 1조2206억원이었다. 이는 앞서 실적을 발표한 LG생활건강의 2분기 화장품 매출 대비 1000억원 가량 높은 수치다. 지난 1분기 탈환했던 화장품 매출 1위를 지켜냈다. 다만 데일리뷰티를 포함할 경우 LG생활건강이 시장 1위를 유지했다.

아모레퍼시픽 주요 계열사별 실적.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계열사별 명암은 엇갈렸다. 주력 계열사 아모레퍼시픽은 2분기 전년 대비 11.5% 증가한 1조176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58.9% 늘어난 912억원이었다. 오프라인 매장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이니스프리는 57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더마 코스메틱(기능성 화장품) 전문 브랜드 에스트라도 매출은 전년 대비 23.4%, 영업이익은 29.5% 증가했다.

반면 에뛰드는 1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를 면치 못했다. 에스쁘아는 헬스앤뷰티(H&B) 스토어 채널을 적극 공략해 매출은 5.9% 증가했지만, 영업손실 8억원을 내며 흑자전환에 실패했다. 헤어용품 전문 계열사 아모스프로페셔널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모두 큰 폭으로 줄었다. 주력 시장을 면세점에서 살롱(헤어샵)으로 전환한 것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 '턴어라운드'는 아직

아모레퍼시픽그룹의 '턴어라운드'는 아직이다. 2분기 실적을 견인한 것은 과거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주역이었던 해외가 아니라 국내였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2분기 국내 화장품 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17.9% 성장한 6263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844억원으로 같은 기간 86.7% 증가했다.

반면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9.8% 성장한 4452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94억원으로 국내 화장품 사업 영업이익의 9분의 1 수준이었다. 또 다른 축인 국내 데일리뷰티 사업은 부진했다. 2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7.8% 감소한 1155억원을 기록했다. 더불어 2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전환하는 등 수익성이 악화됐다.

아모레퍼시픽의 이번 2분기 매출은 국내 사업이 이끌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이는 '엔진 프로덕트'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전환 작업의 부작용 탓으로 보인다. 엔진 프로덕트는 설화수 자음생 라인, 윤조에센스, 이니스프리 그린티 라인 등 아모레퍼시픽그룹 산하 각 브랜드의 핵심 제품을 말한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이들 제품의 이커머스 유통에 집중하고 있다. '히트 상품'을 온라인 시장에 각인시켜 각 브랜드의 경쟁력과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다.

이런 전략은 핵심 제품을 보유한 브랜드에게는 효과가 크다. 반면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브랜드에는 적합하지 않다. 게다가 아모레퍼시픽그룹은 한국·중국 시장을 가리지 않고 오프라인 채널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분기 기준 중국 시장에서 이니스프리 매장은 전년 대비 20% 줄었다. 그런 만큼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한 중저가 브랜드들의 부진은 당연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성장통' 겪는 중…'디지털 전환'에 올인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이런 상황은 '성장통'이라는 의견이 많다. 과거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국내외 시장을 공략해 왔다. 때문에 메르스나 한한령, 코로나19 등 위협이 닥칠 때마다 어려움을 겪었다. 디지털 전환은 지난해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곳곳의 매장을 철수하고 있는 만큼 외형적 매출 감소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다행히 디지털 전환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설화수 등 럭셔리 브랜드의 중국 온라인 시장 2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2배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라네즈·이니스프리 등도 온라인 매출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덕분에 해외 사업의 수익성도 좋아졌다. 이니스프리가 미국 아마존에 입점하고, 라네즈가 영국의 뷰티 이커머스 컬트 뷰티에 납품되는 등 글로벌 시장 공략도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디지털 전환을 통한 수익성 개선을 지속할 계획이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아모레퍼시픽그룹은 하반기에도 디지털 전환에 집중할 계획이다. 나아가 건강기능식품, 더마 코스메틱 등 포트폴리오 강화에도 나선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오는 9월 1일부로 에스트라를 아모레퍼시픽과 합병키로 했다.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에스트라에 아모레퍼시픽의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해 더마 화장품을 차기 핵심 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최근 몇 년 동안 부침을 겪었다. 전략적 오판과 시장 악재가 겹치며 압도적 시장 1위 자리에서 내려왔다. 새롭게 출발선에 선 지금도 보완해야 할 점은 여전히 많다. 김승환 아모레퍼시픽그룹 대표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올해부터 본격적 실적 턴어라운드와 수익성 개선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 강조한 바 있다. 그의 '다짐'이 '현실'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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