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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이마트는 왜 신선식품을 '픽'했나

  • 2021.12.14(화) 14:34

신선식품 브랜드 론칭…생산부터 책임
엄격한 기준으로 고품질 신선식품 제공
이커머스에 맞설 최후의 보루…역량 집중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이마트가 본격적으로 '신선식품' 잡기에 나섰습니다. 자체 신선식품 브랜드를 론칭해 여타 대형마트는 물론 이커머스와의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소비자들에게 이마트가 '픽(pick)'한 신선식품은 믿고 먹을 수 있다는 의식을 심어주는 것이 목표입니다. '신선식품=이마트'라는 공식을 만들겠다는 겁니다.

사실 이마트만 신선식품에 공을 들이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대형마트 업체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신선식품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마트의 행보가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책임'을 강조했기 때문입니다. 이마트가 신선식품을 '브랜드'로 만들어 관리하겠다는 것은 그만큼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입니다. 단순히 좋은 제품을 선별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품질까지 이마트가 보장하겠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마트는 왜 이렇게 신선식품에 진심일까요. 여기에는 최근 유통업계의 판도 변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유통업계는 오프라인 업체와 온라인 업체가 경쟁하고 있습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가 오프라인 업체의 대표격입니다. 온라인 업체는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이커머스 업체들을 말합니다. 과거 국내 유통업계는 오프라인 업체들의 독무대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온라인 업체들이 무섭게 성장합니다.

예전의 이커머스 업체들은 소비자들에게 큰 만족을 주지 못했습니다. 우선 제품의 품질이 좋지 않았습니다. 배송도 오래 걸렸죠. 하지만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가면 다양한 물건을 내가 직접 보고 고를 수 있었습니다. 온라인 업체들은 오프라인 업체들이 가진 이런 장점을 도무지 넘어설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현상이 거듭되다 보니 소비자들은 온라인을 통한 제품 구매를 꺼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온라인 업체들도 제품 품질 확보에 열을 올리기 시작합니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이 자리 잡습니다. 이후 온라인 업체들은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합니다. 그리고 조금씩 성과를 내기 시작하죠. 소비자들 사이에서 "온라인에서 물건을 사도 품질이 괜찮네"라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온라인 업체들은 급성장합니다. 문제였던 배송도 획기적으로 바꿉니다.

그동안 온라인 구매를 꺼렸던 가장 큰 이유인 품질이 확보됐습니다. 배송도 빠릅니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오프라인 매장을 찾을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온라인 업체들은 어느새 오프라인 업체들을 위협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추월해버립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온라인 업체들은 독주합니다. 오프라인 업체들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격차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점점 더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마트 '파머스 픽' 로고 / 사진제공=이마트

존폐 위기에 몰린 오프라인 업체들은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그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습니다. 실패도 거듭합니다. 그러다 오프라인이 잘 할 수 있는 단 한 가지를 찾아냅니다. 그것이 바로 신선식품입니다. 코로나19가 극심할 때도 대형마트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신선식품 덕분이었습니다. 여전히 소비자들은 신선식품만큼은 직접 보고 확인하고 고르는 것을 선호합니다.

이것이 최근 대형마트들이 신선식품에 올인하는 이유입니다. 대형마트는 전국에 자체 물류센터와 신선식품 전용 보관 창고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대형마트에서 파는 신선식품의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치명적입니다. 더불어 대형마트는 신석식품 구매 시 대량 구매가 가능합니다. 이는 곧 가격 협상력이 좋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량으로 구매해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에 선보일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셈입니다.

온라인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는, 대형마트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아이템이 바로 신선식품인 겁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대형마트들은 신선식품에 진심일 수밖에 없습니다. 신선식품에 사활을 걸어야 할 이유가 충분한 겁니다. 이는 실제로 대형마트 전체 매출액에서 신선식품이 차지하는 비중만 봐도 잘 알 수 있습니다. 이마트의 경우 전체 매출 대비 신선식품의 매출 비중이 25%에 달합니다.

이런 이유로 대형마트들은 잇따라 신선식품 관련 마케팅을 선보입니다. 맛이 없으면 전액 환불해 주거나 매장 대부분을 신선식품 중심으로 리뉴얼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이마트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갑니다. 아예 별도의 브랜드를 만들어 이마트가 신선식품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소비자들에게 이마트 신선식품에 대해 확실한 신뢰를 심어주겠다는 것이 이마트의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 이마트는 꽤 오랜 기간 신선식품 브랜드 론칭을 준비해왔습니다. 좀 더 차별화되고 업그레이드된 신선식품을 선보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했습니다. 그 고민의 결과가 이번에 론칭한 '파머스 픽(Farmer’s Pick)'입니다. ‘파머스 픽’은 고객이 원하는 신선식품을 만들기 위해 이마트가 재배 농가까지 자체 기준을 만들어 관리하는 프로젝트입니다.

같은 작물을 재배하더라도 농가마다 천차만별인 재배법과 재배 조건에 따라 맛과 품질이 달라집니다. 이를 이마트가 최적의 조건을 찾아 관리해 그 결과물인 양질의 작물에 브랜드를 붙여 공급하겠다는 겁니다. 이에 따라 파머스 픽 농산물은 생산은 물론 최적의 품질을 만드는 재배방식, 품질을 결정하는 여러 요소 확인까지 엄격한 심사를 거치게 됩니다.

/ 사진제공=이마트

예를 들어 사과의 경우 고객들의 선호도를 반영해 13브릭스(Brix) 이상의 당도와 아삭한 식감, 15㎏ 상자에 40~60개가량 들어가는 사이즈 등이 조건입니다. 이런 조건을 갖춘 전국 1000여 개 농가의 데이터를 분석해 좋은 품질의 사과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농가 상품에만 파머스 픽 브랜드를 부여하는 겁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수확 후에도 산소, 이산화탄소, 질소 등 대기 구성 성분의 농도를 조절해 작물의 선도 유지 기간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방법인 CA(Controlled Atmosphere) 저장 등을 통해 제품의 품질을 유지, 소비자들에게 공급할 계획입니다. 이런 프로젝트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신선식품 저장소와 가공센터, 전국 네트워크와 배송망 등이 필요합니다. 이마트는 이 모든 것을 갖추고 있습니다.

결국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아 그 효과를 극대화한 셈입니다. 이마트의 파머스 픽은 확장성도 갖고 있습니다. 이마트가 보유하고 있는 SSG닷컴과 신세계그룹이 최근 인수한 이베이코리아 등 이커머스 업체들을 통해 고품질의 이마트 파머스 픽 상품을 유통할 수도 있습니다. 오프라인의 경쟁력을 극대화한 상품을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에서도 판매가 가능한 겁니다. 일거양득이죠.

물론 이커머스 업체들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을 겁니다. 최근 김슬아 컬리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앞으로 온라인 신선 식품 시장은 3~4배는 더 커질 것"이라면서 "나중에 몇 개의 사업자가 승자 독식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가 꼽은 몇 개의 사업자는 쿠팡, SSG닷컴, 마켓컬리 등이었습니다. 물론 그 중 최후의 승자는 자신들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그건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김 대표도 언급했듯 신선식품에서만큼은 여전히 대형마트가 우위에 있습니다. 현재 이커머스 업체들도 신선식품 시장 확보를 위해 엄청난 투자를 단행하고 있습니다. 소기의 성과를 내기 시작한 곳들도 있고요. 이는 대형마트가 이길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인 신선식품 시장에 대해서 이미 이커머스 업체들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커머스 업체들이 지금껏 단기간에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속도로 성장해온 것을 감안하면 김 대표의 장담이 헛말은 아닐 듯합니다. 그만큼 대형마트들도 차별화된 요소를 개발해 이에 대응해야겠지요. 그렇지 않으면 어쩌면 마지막 남은 밥그릇일 수도 있는 신선식품 시장마저 내줘야할 수도 있으니까요. 과연 이마트는 파머스 픽으로 이커머스의 도전을 막아낼까요? 이마트의 '신선'한 시도가 성공할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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