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업이 온라인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오프라인 역량이 탄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타플렉스는 다양한 상품 라인업과 온라인 대응을 위한 자동화 시스템 등을 함께 적용해 롯데마트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점포입니다."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는 23일 오전 서울 잠실에 위치한 롯데마트 제타플렉스(구 잠실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어 "역대 가장 공격적 목표를 가지고 있다"며 "단순히 매출을 올리기 위해 밀어내거나, 할인하는 점포로 만들지는 않겠다. 경쟁사(이마트)를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지만, 새로운 상품을 꾸준히 제안해 트렌드를 선도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강조했다.
제타플렉스, 롯데마트 '변화의 시작'
강 대표의 말처럼 제타플렉스에는 '변화'가 가득했다.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초대형 와인 매장 '보틀벙커'가 눈을 사로잡았다. 보틀벙커는 약 400평 규모로 국내 최대의 와인·주류 매장이다. 초고가 와인 '로마네 콩티'부터 1만원대 가성비 와인까지 총 4000여종이 한곳에 모였다. 체험 요소도 풍부했다. 보틀벙커 한 켠에는 80여종의 와인을 시음해 볼 수 있는 '테이스팅 탭'이 설치돼 있었다. 한때 전국 1위였던 핵심 매장 잠실점을 리모델링한 '의미'가 느껴지는 파격적 1층 구성이었다.
대형마트의 핵심인 식품 매장도 차별화돼 있었다. 먼저 상품 진열대가 일반 대형마트보다 한 층 높았다. 축산 코너에는 0.1% 비중의 토종 한우 '호반 칡소'와 순혈 와규 상위 0.5%의 '풀 블러드 와규' 등 프리미엄 상품이 즐비했다. 150종의 상품을 갖춘 샐러드 존은 규모에서부터 방문 고객을 압도했다. QR코드로 상품 설명을 듣고, 앱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해 고객 편의성도 높인 점도 눈에 띄었다.
수산물 코너도 마찬가지였다. 보통 갑각류·패류가 진열돼 있는 수족관과 함께 어류가 가득 찬 수족관이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들 중 일부 어류는 직접 회를 떠 판매하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헬스앤뷰티(H&B) 스토어 '롭스 플러스'는 단독 점포급이었다. 넓은 매장에서 고객이 직접 상품을 체험하거나, 리필할 수 있도록 설계해 체험 요소를 끌어올렸다. 이 외에도 동선 곳곳에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고, 핫도그 등 즉석식품 매장도 풍성했다.
고객 반응도 좋았다. 식품 코너를 둘러보던 김영주(45·여)씨는 "(제타플렉스로) 리뉴얼되기 이전에도 큰 점포긴 했지만 고급스럽다는 느낌은 없었는데, 오늘 와보니 확실히 달라졌다"며 "상품도 많아졌고 분위기도 밝아져 좋다"고 밝혔다. 보틀벙커에서 만난 또 다른 고객 김지수(30·여)씨는 "평소 와인을 즐겨 마시는데 앞으로는 굳이 상품을 찾아 돌아다니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렇게 큰 와인 전문 매장이 들어선 대형마트는 처음 본다"고 놀라워했다.
제타플렉스, 단순한 '벤치마킹' 아니다
제타플렉스가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점포는 아니다. 이미 대형마트들은 앞다퉈 매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마트가 대표적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월계점을 리뉴얼했다. 식품 매장을 확대하고 비식품 매장을 줄였다. 줄어든 비식품 매장 공간은 식당과 체험형 공간으로 채웠다. 그 결과 이마트 월계점은 올해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62%의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홈플러스 또한 기존 점포를 창고형 할인점인 '스페셜'로 리뉴얼하고 있다.
다만 제타플렉스가 이들을 벤치마킹한 점은 '공간'뿐이다. 복도를 널찍하게 만들어 쇼핑 편의성을 높인 점은 비슷했다. 하지만 제타플렉스의 체험형 공간 비중은 그렇게 높지 않다. 창고형 할인점처럼 대량의 상품을 할인 판매하지도 않는다. 대신 상품의 '가짓수'를 늘렸다. 보틀벙커는 물론, 식품 매장의 상품 수도 기존 롯데마트 대비 30% 이상 늘렸다. 롭스 플러스와 애견삽 콜리올리 매장도 타 점포에 비해 크게 구성했다.
이런 설계에는 장거리 거주 고객을 유입시키려는 전략이 담겼다. 대형마트의 주력 거점은 인근 거주자들의 '1차상권'이다. 상품 역시 일반적으로 만날 수 있는 상품이 많다. 고객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다만 이 탓에 프리미엄 등 고객의 특수 니즈를 공략하지는 못한다. 롯데마트는 제타플렉스를 통해 이런 고객을 공략하고, 상권을 '도시권'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나아가 상품 구성에도 변화를 주는 등 '테스트 베드'로도 운영할 구상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제타플렉스는 롯데마트의 역량이 집약된 라이프 스타일 매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 대형마트와 달리 상권도 넓게 잡았다"며 "고객층이 확대된다면 더 많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고, 이를 활용해 매장과 상품을 설계하는 프로세스도 고도화할 수 있다. 제타플렉스를 통해 앞으로의 방향성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궁극적 목표는 '옴니채널'…확장 속도가 관건
롯데마트는 제타플렉스식(式) 점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강 대표는 "온라인에 대비한 자동화 설비 등 투자 비용이 높아 모든 점포를 바꿀 수는 없다"며 "월 매출이 100억원 이상 나오는 점포들이 리뉴얼 대상이며, 광역도시권에 위치해 롯데와 롯데마트의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는 점포까지 총 10개 내외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월매출 100억원 이상 롯데마트 점포는 △잠실점 △서울역점 △중계점 △구미점 △의왕점 등이다.
이는 온·오프라인의 시너지를 염두에 둔 '옴니채널 전략'이다. 현재 대형마트의 온라인 사업 전략은 '당일배송'이다. 경쟁우위를 가진 신선식품을, 오프라인 점포망을 활용해 빠르게 배송함으로써 이커머스를 견제한다. 또 다양한 상품군과 트럭 배송을 활용해서는 골목상권·오토바이 배송 기반 퀵커머스를 제압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 전략은 다수 점포 기반 배송 구조에 따른 운영·관리의 어려움과, 흔한 상품 위주의 상품 라인업이 약점이다.
제타플렉스는 이 약점을 해결할 수 있다. 상품 수가 많고, 자동화 시스템이 구축돼 다양한 주문을 처리할 수 있다. 인근 롯데마트·슈퍼와 연계해 운영·관리 역량도 어느 정도 보완 가능하다. 특히 롯데마트의 당일배송 역량은 아직 높지 않다. 현재 이마트의 전국 당일배송 점포(P.P센터)는 총 110여곳이다. 홈플러스도 익스프레스를 포함해 총 377개의 P.P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롯데마트의 P.P센터는 아직 20여개에 불과하다. 제타플렉스와 같은 점포가 꼭 필요한 이유다.
업계에서는 확장 속도가 관건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미 물류센터를 짓기는 늦었다. 경쟁사의 역량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제타플렉스형 점포를 늘려 상품 라인업에서 우위를 가져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마트가 주문 3000건을 처리할 수 있는 P.P센터를 운영하는 등 경쟁사 당일배송 인프라는 완성 단계"라며 "제타플렉스처럼 상품 라인업 경쟁에서 유리하고, 중간거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점포를 확대해야 롯데마트에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