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의 경쟁 전략이 실체를 드러냈다. 인천 간석점을 시작으로 '메가 푸드 마켓'을 꺼내들었다. 신선식품의 경쟁력을 극도로 끌어올려 경쟁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메가 푸드마켓의 첫 거점은 인천이다. 총 7곳의 메가 푸드마켓 중 6곳을 인천에 집중 배치했다. 대형마트 핵심 고객인 3050세대 인구가 늘고 있는 지역 상권을 겨냥했다.
메가 푸드 마켓은 경쟁사의 전략과 다소 다르다. 이마트는 인구 밀집 지역 매장을 '체험형'으로 전면 리뉴얼했다. 롯데마트는 핵심 상권에 '제타플렉스'와 같은 특성화 점포를 열었다. 반면 홈플러스는 기존 점포 형태를 유지하면서 식품 매장에 집중했다. 배송을 위한 후방 피킹 존의 면적도 효율적으로 배치했다. 실속을 챙기면서도, 시장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홈플러스는 연내 메가 푸드 마켓을 총 17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대형마트의 본질인 신선식품을 경쟁력 삼아 더 많은 고객의 발걸음을 점포로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나아가 이를 통해 '집객을 통한 성장' 전략 현실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선택과 집중'이 불러올 변화가 주목되고 있다.
홈플러스식 특화 점포…"모든 먹거리는 여기에"
지난 17일 오전 홈플러스 간석점을 찾았다. 입구 인근은 기존 점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패션·잡화·뷰티 매장 등이 집중 배치됐다. 대형마트의 표준과 다름 없는 구성이었다. 하지만 점포 안쪽의 메가 푸드 마켓에 다다르자 '신세계'가 펼쳐졌다. 백화점의 초대형 식품코너보다 더 넓은 입구가 압도적 분위기를 자아냈다. 일반적 대형마트 식품 코너 전면에 청과·채소가 배치되는 것과 달리 즉석 샐러드 코너와 카페가 위치해 눈을 사로잡았다.
매장 내부도 색달랐다. 축산·수산·델리 코너에는 '오더메이드 존'이 설치됐다. 이 곳에서는 고기를 잘라주거나, 심지어 치킨까지 그 자리에서 튀겨주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700여개 상품을 보유한 소스 매대와 1300여종 와인을 판매하는 '더 와인 셀러'는 규모로 고객을 압도했다. 식품 외의 카테고리 구성도 충실했다. '키친웨어'에서는 휘슬러·덴비 등 유명 리빙 브랜드를 한 번에 살펴볼 수 있었다. 가전 코너 역시 삼성·LG 외 다양한 브랜드가 빽빽하게 들어찼다.
홈플러스 간석점은 '편의성'도 높았다. 냉장·냉동·상온 등 모든 간편식을 '다이닝 스트리트' 한 곳에 몰아넣었다. 자동차용품 코너는 기존의 상품 기준 진열 방식을 브랜드 기준으로 바꿨다. 완구는 상품군을 줄이면서도 제품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별도로 마련했다. 아울러 기존 매장보다 2배 이상 많은 12대의 셀프 계산대를 배치했다. 불필요한 동선·시간 낭비를 줄여 쇼핑 경험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설계라는 설명이다.
김종원 홈플러스 간석점장은 "메가 푸드 마켓은 신선하고 맛있는 먹거리에 집중한 매장이다. '세상 모든 맛이 홈플러스에 다 있다'를 슬로건으로 만들어졌다"며 "이에 걸맞는 대형·전문 식품매장으로 간석점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차별화, 다른 방식…그 이유는
홈플러스의 차별화 전략은 타 대형마트와 큰 틀에서 같다. 식품·와인 등을 전면 배치하고, 이를 중심으로 공간을 리뉴얼한다. 다만 세부 전략은 완전히 다르다. 이마트는 점포에 복합쇼핑몰과 같은 체험 요소를 더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최근 선보인 제타플렉스에 국내 최대 규모의 와인샵 '보틀벙커'를 배치했다. 점포에 특정 '콘셉트'를 주고 있는 셈이다. 반면 홈플러스는 식품·리빙 등에 집중해 매장을 재구성하며 대형마트의 큰 틀은 유지했다.
이는 홈플러스의 속사정이 반영된 전략으로 보인다. 점포 리뉴얼 경쟁에서 홈플러스는 경쟁사 대비 다소 뒤처져 있다. 그간 대형마트·창고형 할인점의 하이브리드 점포 '스페셜' 확장에 집중해 왔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그룹 소속이 아닌 만큼 마트 외 타 분야 계열사와 시너지도 낼 수 없다. 여기에 최근 매출도 하락세다. 따라서 많은 시간·비용이 필요한 '전면 리뉴얼'은 위험하다. 특정 카테고리에 집중한 '빠른 리뉴얼'이 보다 합리적 선택이다.
리뉴얼을 인천에서부터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홈플러스는 메가 푸드 마켓 첫 7개 매장 중 6개를 인천에 배치했다. 경쟁사가 전국의 인구밀집 상권 대형 점포를 리뉴얼하는 것과 사뭇 다르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는 인천 신도시 개발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당장은 오래된 상권이지만, 향후 대형마트 주축 고객인 3050세대가 주류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메가 푸드 마켓에 '효율적 투자'로 잠재력 있는 상권을 '선점'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이야기다.
늦은 만큼 명확해진 '올라인 전략'
홈플러스는 올해 메가 푸드 마켓을 총 17개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대형마트의 핵심인 식품을 기반으로 고객을 유입시키는 집객 기반 성장이 목표다. 아울러 집객을 통해 기존 전략인 '올라인(오프라인+온라인)'을 위한 고객 풀(Pool)도 넓힐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온라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오프라인 점포를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는 'P.P센터' 확장을 통해서다. 간석점의 P.P센터 공간 역시 타 점포 대비 넓다.
간석점에 대한 고객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이날 점포에서 만난 김선영(45·여)씨는 "대형마트에는 먹고 마시는 것을 사러 오는 손님이 많을 것 같다. 이런 점포 구성이 나쁘지 않아 보인다"며 "인근에 이런 쇼핑 장소가 없는데, 앞으로도 많이 찾게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또 다른 소비자 유지수(30·여)씨는 "1인용 샐러드처럼 혼자 사는 사람을 위한 상품도 많고, 배송까지 빠르게 된 다고 하니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이제훈 홈플러스 대표는 지난달 '2022년 경영전략 보고'에서 "올해 고객 경험을 개선해 브랜드 자산을 강화하고, 고객수 성장을 이끌어내겠다"고 했다. 물론 이런 변화가 다소 늦은 것은 사실이다. 이커머스와의 경쟁으로 대형마트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도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메가 푸드 마켓에 담긴 홈플러스의 '전략'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효율적이고 명확하다. '인천 상륙작전'에서부터 시작될 홈플러스의 변화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