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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꼰대인가 생각하는 순간 꼰대죠"

  • 2022.01.24(월) 13:50

롯데홈쇼핑 MZ PB개발 TF팀 인터뷰
MZ세대로 팀구성…'MZ'식 사고·협업 성과
'우주프로틴' 대성공…후속작 MZ 저격 준비

롯데홈쇼핑 MZ PB개발 TF팀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꼰대학 개론

'꼰대'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등재돼있는 명사다. "은어로 ‘늙은이’를 이르는 말. 학생들의 은어로, ‘선생님’을 이르는 말"로 정의돼있다. 하지만 무언가 부족하다. 확 와닿지 않는다. 그래서 포털 사이트를 찾아봤다. 이 대목이 눈에 들어왔다. "기성세대 중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해서 자신보다 지위가 낮거나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그래 이것이 꼰대다. 우리가 알고 있는 꼰대다.

놀라운 것은 꼰대라는 단어가 해외에도 소개됐다는 점이다. 영국 BBC는 2019년 9월 23일 SNS에  '오늘의 단어'로 'kkondae'를 소개했다. 그 뜻에 대해서는 이렇게 풀었다. "자신이 항상 옳다고 믿는 나이 많은 사람(다른 사람은 늘 잘못됐다고 여김)". 직설적이다. 꼰대는 이제 우리의 일상을 관통하는 단어 중 하나가 됐다. 그만큼 많이 쓰인다는 의미다.

영국 BBC Two 페이스북에 소개된 '꼰대' / 사진=BBC Two 페이스북 캡처

나는 꼰대다. 표준국어대사전의 정의가 어색하다고 느낄 만큼 꼰대에 대해 잘 안다고 자부한다. 언제부터인가 꼰대라는 단어에는 '잘못된 것'의 의미가 담겨있는 듯하다. 아마도 자신의 경험을 강요하는 것에 대한 반감 때문일 테다. 후배들과 이야기를 할 때 늘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꼰대질 하지 말아야지'. 하지만 어느 순간 "내가 수습 때는…"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화들짝 놀라지만 이미 늦었다.

꼰대의 대척점에는 'MZ세대'가 있다. 후배들은 대부분 MZ세대다. 70년대 태어나 90년대에 학교를 다녔고 40대 후반인 나는 그들의 눈에 확실한 꼰대다. 물론 나와 같은 조건을 가진 사람들 중에 꼰대가 아닌 사람도 많다. 소위 '생각이 열린' 사람들이다. 불행히도 난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후배들을 대할때 늘 긴장한다. 두렵다는 것이 솔직한 표현일거다. "같이 밥 한 번 먹자"는 말조차 건네기가 조심스럽다.

'라떼는' 선배들이 "언제 밥 한 번 먹자"는 말만 건네도 황송했다. 하지만 MZ세대들에게는 그래서는 안된단다. 그들은  "밥 먹자"고 건네면 '왜?'라고 생각한단다. 나보다 더 꼰대인 선배들의 조언이다. 난 선배들의 경험을 존중한다.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다. 어느새 MZ세대가 세상의 주인공이 돼가고 있다. 한때 나도 세상의 중심이었던 'X세대'였는데. 도무지 그들을 이해할 수 없다. 아, 나보고 어쩌란 말인가. 답답하다.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MZ세대'를 만났다

3주 전 보도자료를 받았다.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MZ세대로만 꾸려진 팀이 만든 PB(자체 브랜드) 상품이 대박을 기록했다는 내용이었다. MZ세대로만 꾸려진 팀이라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자료를 읽어보고 한참을 고민했다. 기자들은 각자 기사를 쓰는 방법이 있다. 난 보도자료의 경우 다 읽어본 후 제목이 한 번에 떠오르지 않으면 쓰지 못한다. 이 건이 그랬다. 뭔가 재미있게 쓰고 싶은데 제목이 떠오르지 않았다.

3시간을 열어두고 고민을 거듭했다. 중간에 다른 일을 하면서도 계속 고민했다. 내용을 관통하는 제목을 떠올릴 수가 없었다. 생각만 많아졌다. 그래서 결심했다. '차라리 만나보자'. 지난 20일 롯데홈쇼핑 본사를 찾았다. '롯데홈쇼핑 MZ PB개발 TF팀'을 만나기 위해서다. 이제야 고백하지만 솔직히 두려웠다. 그동안 수많은 인터뷰이들을 만나왔지만 이번이 가장 떨렸다. 호환마마보다 무섭다는 'MZ세대'여서다.

최미령 롯데홈쇼핑 MZ PB개발 TF팀 팀장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생애 첫 언론사 인터뷰라 그들이 떨고 있다"는 귀띔이었다. 치고 들어갈 틈이 보였다. 문제는 팀원이 4명이라는 점이다. 경험상 인터뷰이가 많으면 인터뷰가 쉽지 않다. 한 사람에게 집중할 수가 없다. 이런 경우 대부분 팀장이 주도한다. 팀원들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여러 사람에게 동시에 질문을 하기도 어렵다. 답변이 중구난방이 되기 십상이다.

롯데홈쇼핑 본사 앞에서 크게 심호흡을 하고 들어섰다. 인터뷰 장소에는 최미령 롯데홈쇼핑 MZ PB개발 TF팀 팀장과 김범규 대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기선제압이 중요하다. 짐짓 여유로운 척 웃으며 "명함 교환식을 해야죠?"라며 예봉을 날렸다. 그러자 최 팀장은 "그러시죠"라고 웃으며 명함을 건넸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김 대리는 "어? 명함이 없는데. 저희는 아날로그식이 아니어서". 아, 꼬였다.

당황스러웠다. 역시 MZ세대다. 명함이 없다니. 디지털로 한다니. 애써 당황스러움을 감추며 자리에 앉았다. 그 사이 팀원들이 모두 자리했다. 4명. 부담스러운 배치다. 4명, 8개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이겨내야 한다. 긴장은 그들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하고 있었다. 땀이 났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 자신을 믿기로 했다. 분위기를 선점하는 것이 중요했다. '꼰대의 힘으로 밀어붙여보자' 마음먹었다.

"채용도, 평가도, 성과 배분도 우리가 할게요"

롯데홈쇼핑 MZ PB개발 TF팀은 작년 9월 공식 출범했다. 롯데홈쇼핑은 작년 MZ세대 직원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 발굴, 사업화하기 위해 사내 공모전인 ‘게임 체인저 오디션’을 진행했다. 최 팀장과 김 대리는 이 오디션의 최종 우승자들이다. 이후 이들은 롯데홈쇼핑의 지원 아래 자신들만의 PB상품을 만들 팀을 꾸렸다. 배우리 사원과 전일수 사원도 그때 합류했다. 

롯데홈쇼핑 MZ PB개발 TF팀은 사내의 또 다른 기업이다. 팀원 채용은 물론 제품 기획과 생산, 성과 분배 심지어 KPI(핵심 성과 지표)도 이 팀 자체적으로 수행한다. 최 팀장은 "회사에 조직 구성은 물론 조직 문화까지 모두 설명했다. 팀장까지 MZ로만 꾸리기로 했다. 성과 배분도 요구했다. MZ는 회사에 헌신하지 않는다. 보상이 충분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출퇴근도 완전 자율제"라고 설명했다.

김범규 롯데홈쇼핑 MZ PB개발 TF팀 대리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전일수 사원은 "MZ세대에 맞는 문화를 만들었다. 자율 출퇴근제도 회사 최초다. 일할 만큼만 하고 퇴근하면 됐다. 이것이 성과를 낼 수 있는 배경이 됐다"며 "업무 툴도 회사에서 사용하는 정형화된 업무 공유 툴이 아닌, 노션(Notion)'을 사용했다. 굳이 묻지 않아도 팀원들이 각자 무슨 일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를 빠르게 파악하고 서로 협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놀라웠다. 그런 생각을 한 것도, 그것을 받아 준 회사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성과가 전제돼야 하는 법. 롯데홈쇼핑 MZ PB개발 TF팀의 첫 성과가 궁금했다. 그들의 첫 작품은 '우주 프로틴'으로 이름 붙여진 '단백질 바'다. 기존의 유통 경로가 아닌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와디즈’에 최초로 한정 판매했다. 과연 성과는 어땠을까.

김 대리는 "지난 금요일에 판매를 마감했다"면서 자신의 휴대폰을 보여줬다. 그곳에 찍힌 숫자는 놀라웠다. 목표 대비 '4123% 달성'. 그는 "회사에서 이번 상품을 기획하고 준비할 때 거의 터치가 없었다"면서 "보고도 팀장에게만 하면 됐다. 페이퍼 웍(Paper work)도 거의 하지 않았다. 불필요한 것은 최대한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만하면 회사가 내버려 둬도 알아서 잘 할 팀이겠다 싶었다.

목표의 '4123%'달성…'우주프로틴' 성공 비결

롯데홈쇼핑 MZ PB개발 TF팀이 첫 작품으로 선보인 '우주프로틴'은 MZ세대가 만든,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제품이다. 단백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 시장이 커지고 있음에도 정작 MZ세대를 겨냥한 단백질 제품은 없다는 데에 착안했다. '우주프로틴'에는 국내 단백질 바 제품 중 가장 많은 21g의 단백질과 10g의 식이섬유가 함유돼있다. 고단백 제품을 손쉽게 섭취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주안점을 뒀다.

하지만 이런 히트 상품도 분명 개발 당시 어려움이 있었을 터. 김 대리는 "정말 많은 제품을 먹어봤는데 맛이 없었다. 맛을 잡는 데 오래 걸렸다"며 "최대 함량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공장을 찾는 것도 어려웠다. 우리의 조건을 맞출 수 있는 공장을 찾아 전국을 다 돌아다녔는데 다섯 군데 밖에 없었다. 단백질 바는 버무리는 기술이 중요한데 이 기계를 가진 곳도 거의 없어서 간신히 찾았다"고 말했다.

배우리 롯데홈쇼핑 MZ PB개발 TF팀 사원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배우리 사원은 "패키지 출시를 해야 하는 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이슈가 생겨 기간이 맞아떨어지지 않았다"면서 "텍스트 출력이 잘못 나오기도 해 애를 먹었다. 이 팀에 발령 난 지는 9월인데 매일 여러 가지 이슈가 발생하다 보니 팀원들도 여기 온 지 1년은 된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롯데홈쇼핑 MZ PB개발 TF팀의 팀원들은 각자의 브랜드를 론칭한다. 그 브랜드와 제품에 팀 전체가 파고든다. 한 사람의 브랜드와 제품이 끝나면 다른 제품과 브랜드를 기획하고 준비한다. 우주프로틴은 3개월 만에 론칭했다. 보통 10개월에서 1년이 걸리는 프로젝트다. 하지만 롯데홈쇼핑 MZ PB개발 TF팀은 이를 3개월로 단축했다. MZ세대 특유의 협업과 팀워크가 힘을 발휘한 셈이다.

전일수 롯데홈쇼핑 MZ PB개발 TF팀 사원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우주프로틴에는 이름부터 MZ세대의 색이 물씬 담겨있다. 최 팀장은 "우주라고 떠올렸을때 MZ세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느낌을 살렸다"면서 "우주인이 MZ를 대표할 수 있는 이미지라고 생각했다. 이미지 로고에도 '우주(Would You?)'라고 넣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롯데홈쇼핑 MZ PB개발 TF팀을 구성하고 있는 팀원들의 이력도 다양하다. 다만 서로의 경력이 겹치지 않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 최 팀장의 설명이다. 최 팀장은 2015년에 롯데홈쇼핑에 입사했다. 김 대리는 롯데홈쇼핑 입사 5년차 여성 언더웨어 MD출신이다. 배우리 사원은 프리랜서로 방송일을 하다 롯데홈쇼핑에합류, 심의부서에서 일했다. 전일수 사원은 MD를 꿈꾸며 2019년에 입사했다.

MZ세대에게 '꼰대'란? 그리고 'MZ'란?
 
MZ세대를 단체로 만난 김에 그들이 생각하는 꼰대가 궁금했다. 과연 MZ세대인 그들은 꼰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대답은 의외로 간결하고 직관적이었다. 최 팀장은 "내가 꼰대일까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배 사원은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나의 경험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전 사원은 "세계관이 과거를 기반으로 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듣고 보니 딱 나다.

그렇다면 MZ세대는 스스로를 어떻게 정의할까. 사실 이것이 가장 궁금했다. 후배들을 대한 힌트를 좀 얻고 싶었다. 전 사원은 "과거에 비해 집단이 세분화돼있고 범위가 넓어졌다"고 말했다. 배 사원은 "같은 MZ세대라도 서로를 알기는 힘들다. 공감이 되는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는데 이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최 팀장은 "준거집단에 대한 경계가 없어지고 자신이 속하려는 하는 집단이 엄청 많다"고 정의했다. 

​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현재 롯데홈쇼핑 MZ PB개발 TF팀은 다음 스텝을 준비 중이다. 인원도 충원할 계획이다. ‘친환경 고체 키트’ 등 다양한 후속 아이템을 연구 중이다. 이미 판매 경로 등도 구체화하고 있다. 그들의 향후 사업 아이템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몸이 앞으로 쏠렸다. 눈을 반짝이며 자신 있게 자신들의 브랜드와 제품 이야기를 풀어놓는 그들에게는 꼰대의 마음을 흔드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했다. MZ세대만의 거침없는 '일갈'이 듣고 싶었다. 최 팀장은 "새 사업을 하는 팀이다 보니 회사에 실패든 성공이든 그 결과가 무형자산으로 남는다"며 "우리 팀의 결과물에 대해 가치가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더불어 "다른 팀에도 회사가 우리 팀에게 보여줬던 것과 같은 'cheer up' 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역시 팀장이다.

롯데홈쇼핑 MZ PB개발 TF팀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배 사원은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현실과 타협하지 말고 도전했으면 좋겠다"면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으면 기회가 온다. 그 기회를 꼭 잡아라"라고 밝혔다. 김 대리는 "본인이 이 일을 왜 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며 "본인의 업무에서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밀어붙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 사원은 "모든 세대가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상품을 만들고 싶다. 우리 팀이 향후 하나의 사업부문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내내 입가에는 왠지 모를 웃음이 번졌다. 직접 만난 MZ세대들은 호환마마보다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에게는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가득했다. 꼰대를 무시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인정'했다. 어쩌면 꼰대들보다 이해의 폭이 더 넓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MZ세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조금은 사라진 것일까. 조만간 후배들에게 슬며시 던져봐야겠다. "언제 밥 한 번 먹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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