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유통]은 비즈니스워치 생활경제부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주간유통]을 보시면 한주간 국내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벌어진 핵심 내용들을 한눈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편집자]
승부수를 던졌다
온라인 시장에서 유독 맥을 못 췄던 롯데가 결국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롯데는 그동안 온라인 시장 공략을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써왔습니다. 하지만 경쟁업체들에게 밀려 빛을 보지 못한 것이 사살입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온라인 시장 공략을 여러 차례 주문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룹 차원에서도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시도했지만 신통치 않았습니다.
그 사이 국내 온라인 시장은 쿠팡을 필두로 한 이커머스 업체들의 전유물이 됐습니다. 여기에 신세계도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보폭을 넓히기 시작했습니다. 롯데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고 온라인 시장에서 롯데의 이름은 점차 희석되고 있었습니다. 온라인 시장에서 롯데는 늘 트렌드에 뒤처졌고 남들도 다 하는 서비스를 뒤늦게 선보이면서 경쟁력 확보에 실패했습니다.
그랬던 롯데가 최근 칼을 빼들었습니다. 내부의 역량만으로 판을 바꾸기 어렵다면 외부의 힘을 빌려서라도 전세를 역전시키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롯데는 지난 2일 영국의 오카도(Ocado)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파트너십의 주요 골자는 오카도의 시스템을 도입하는 겁니다. 이를 통해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을 잡겠다는 복안입니다. 여기에 오는 2030년까지 약 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내놨습니다.
사실 그동안도 롯데는 여러 번 '야심찬' 계획을 내놨습니다. 반면 결과는 늘 아쉬웠습니다. 특히 온라인 부문에서 유독 이런 현상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오카도 시스템 도입에 대해서는 업계에서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파트너십을 맺은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어서입니다. 여기에 롯데그룹의 의지가 종전과 달리 상당합니다. 어쩌면 판을 흔들 수도 있을 아이템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왜 '오카도'인가
그렇다면 롯데는 왜 오카도의 손을 잡았을까요. 이것을 알기 위해서는 오카도가 어떤 곳인지를 먼저 알 필요가 있습니다. 오카도는 지난 2000년 설립된 영국의 리테일 테크 기업입니다. 온라인 식료품 배송 솔루션의 선두주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에는 아마존의 '유일한 대항마'로 불릴 정도입니다. 오카도는 이런 솔루션을 글로벌 유통 업체들에게 제공합니다. 롯데도 이 솔루션을 공급받는 겁니다.
현재 오카도가 보유하고 있는 온라인 식료품 배송 솔루션은 정확도나 소비자 만족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현재 영국의 오카도 리테일은 물론 모리슨, 미국 크로거, 캐나다 소베이, 호주 콜스, 일본 이온, 프랑스 카지노, 스페인 봉프레와 알캄포, 스웨덴 ICA, 폴란드 오숑 등 9개국 11개 업체가 오카도의 온라인 식료품 배송 솔루션인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SP)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은 데이터 및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철저한 수요 예측과 재고 관리가 핵심입니다. 이를 통해 온라인 식품 배송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히는 폐기율을 낮췄습니다. 실제로 오카도의 식품 폐기율은 0.4% 수준입니다. 국내 대형마트의 식품 폐기율이 3%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현저하게 낮습니다. 높은 배송 정확도도 강점입니다. 오카도의 적시 배송률은 98%에 달합니다.
OSP의 핵심은 '로봇'입니다. 오카도의 자동화 물류센터(CFC)에서는 이 로봇들이 제품을 보관하고 있는 바둑판 모양의 격자형 레일 위를 자유롭게 오가며 소비자가 주문한 제품을 피킹(picking)·패킹(packing) 합니다. CFC의 바둑판형 격자에는 4만5000개 이상의 품목을 저장할 수 있습니다. 로봇들은 5분 안에 50개 이상의 품목을 피킹 할 수 있습니다. 배송 준비까지 걸리는 시간은 15분에 불과합니다.
전면에 나선 '김상현 리더십'
롯데와 오카도의 파트너십 체결은 롯데그룹 유통HQ의 수장인 김상현 부회장이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 부회장은 지난 6월 오카도 본사를 방문하고 오카도의 각종 시스템 등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후 오카도 시스템을 바탕으로 이를 롯데에 접목시켜 열세인 온라인 시장에서 롯데의 경쟁력을 단번에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김 부회장은 올해 초 롯데그룹에 합류한 대표적인 외부 수혈 인사입니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의 성장 속도가 더딘 이유가 내부에 있다고 봤습니다. 관성화되고 보수적인 기업문화와 변화에 능동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이 롯데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본 겁니다. 이에 따라 작년 말 그룹 인사에서 대대적으로 외부 인사들을 수혈했습니다. 김 부회장은 그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김 부회장은 P&G 아세안 총괄사장, 홈플러스 대표이사, DFI 홍콩 싱가포르 법인 대표 등을 역임했습니다. 글로벌 유통업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데다 다양한 분야에서 역량을 쌓은 인물입니다. 롯데는 김 부회장이 그룹의 핵심인 유통사업군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김 부회장은 대외적으로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대신 조직 개편 등 내부 역량 강화에 집중했습니다.
그랬던 김 부회장이 이번 오카도와의 파트너십 체결을 계기로 전면에 나섰습니다. 김 부회장이 사업의 전면에 나섰다는 것은 그룹 차원에서 힘을 싣겠다는 방증입니다. 롯데 유통사업 부문의 내부 정리가 어느 정도 된 만큼 이제 외부적으로 성과를 내겠다는 생각입니다. 이는 곧 김 부회장의 리더십과 사업 역량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롯데 내부에서도 김 부회장의 리더십에 대해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번엔 진짜 다를까
사실 오카도 시스템은 국내 유통 업체들이 대부분 벤치마킹을 하고 있는 시스템입니다. 다만 오카도처럼 거의 100%에 가까운 자동화는 이뤄내지 못한 상황입니다. 업체마다 차이가 분명합니다. 온라인 시장이 커지면서 모든 유통 업체들의 고민은 '물류의 효율화'입니다. 용어와 표현은 다르지만 국내 대형 유통 업체들의 궁극적인 물류 지향점은 오카도 시스템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롯데도 마찬가지입니다. 롯데는 이미 수년 전 국내 몇몇 매장을 통해 오카도 시스템을 테스트했습니다. 여기서 도출된 결과를 토대로 어느 정도 가능성을 엿본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전면적인 도입을 결정한 겁니다. 롯데 입장에서는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에 비용과 시간을 투입하는 것보다 롯데가 CFC 건설을 위한 부지와 비용을 대고 오카도로부터 기술력을 지원받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겁니다.
롯데는 오는 2030년까지 전국에 6곳의 CFC를 건설하고 총 1조원을 투입키로 했습니다. 아마 자체 개발했다면 시간과 비용은 훨씬 더 들어갔을 겁니다. 그런 측면에서 롯데의 이번 선택은 꽤 괜찮은 선택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다른 유통 업체들이 오카도 시스템을 벤치마킹하는 데에 집중하는 동안 롯데는 오카도 시스템을 통째로 훨씬 수월하게 들여올 수 있으니까요.
우려도 있습니다. 롯데의 오카도 시스템은 3년 후에 본격화합니다. 문제는 그동안 여타 업체들도 물류 효율화와 고도화에 나설 것이란 점입니다. 따라서 3년 후에는 다른 유통 업체들이 롯데의 오카도 시스템을 이미 앞질렀을 수도 있습니다. 롯데로서는 최대한 빨리 오카도 시스템 적용해야 하는 부담이 생깁니다. 아무튼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온라인에서 늘 고전하던 롯데가 이번에는 제대로 무언가 보여줄지 한번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