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유통]은 비즈니스워치 생활경제부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주간유통]을 보시면 한주간 국내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벌어진 핵심 내용들을 한눈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편집자]
예정된 수순
에이, 아닙니다. 창업주님은 경영에 참여하지 않으세요. 이미 전문 경영인 체제를 갖췄고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만 보고받고 지원하는 정도지 경영 복귀는 안 하십니다.
몇달 전 사석에서 만난 교촌 고위 관계자의 말입니다. 권원강 교촌 창업주가 이사회 의장이 된 것을 두고 경영에 복귀하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절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전 그 말을 믿지는 않았습니다. 누가 봐도 경영 복귀를 위한 수순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업계에서도 권 회장의 경영 복귀는 예정된 수순이라고 예상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예상은 그대로 맞아떨어졌습니다.
권원강 교촌 창업주가 경영 일선에 복귀했습니다. 회장 사퇴 3년 9개월 만입니다. 이제 교촌은 다시 권 회장 체제로 재편됩니다. 권 회장은 지난 2019년 친인척의 직원들에 대한 갑질 논란으로 책임을 지고 회장 및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습니다. 약 29년간 교촌을 진두지휘해왔던 그는 곁에 사람을 잘못 둔 탓에 그 자리에서 내려왔습니다.
교촌은 1991년 경북 구미의 작은 치킨 가게에서 출발했습니다. 당시 상호는 '교촌 통닭'이었습니다. 권 회장은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일찍부터 생업 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노점상에 택시 운전까지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뛰었습니다. 그러다 어렵사리 마련한 택시 면허를 팔아 그 돈을 밑천으로 시작한 것이 바로 교촌 통닭입니다.
당시만 해도 치킨은 프라이드 치킨과 양념 치킨 두 가지 밖에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권 회장은 치킨을 180도의 기름에서 두 번 튀기는 방식을 개발했고 여기에 숙성 간장을 활용한 소스를 첨가해 간장 치킨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습니다. 교촌 통닭의 간장 치킨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 덕분에 교촌은 매출액 기준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1위 기업으로 올라섰습니다.
퍼즐 맞출 사람이 필요했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그도 시련을 맞습니다. 2019년 교촌에 근무하던 친인척이 직원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권 회장과 교촌은 여론의 질타를 받았습니다. 결국 그는 회장직에서 물러났고 교촌은 전문 경영인 체제를 맞게 됩니다. 당시 권 회장은 경영 혁신을 강조하 "본사 직원과 가맹점의 변화와 혁신에는 투명하고 전문화된 경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퇴임 배경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영입된 인물이 바로 소진세 전 회장입니다. 소 전 회장은 권 회장과 중학교 동창입니다. 소 전 회장은 롯데그룹에서 잔뼈가 굵은 경영인입니다. 롯데미도파 대표이사, 롯데쇼핑 총괄 사장을 거쳐 사회공헌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43년간 롯데에서만 근무했던 정통 '롯데맨'입니다. 권 회장은 위기에 빠진 교촌을 친구인 소 전 회장에게 맡겼습니다.
마침 교촌은 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상장을 위해서는 기업 이미지도 중요합니다. 실적은 좋았습니다. 교촌은 권 회장 체제하에서 보수적인 사업 전략을 이어갔습니다. 여타 프랜차이즈와 달리 점포 수 공격적으로 확대하지 않고 각 점포의 수익성 확보에 주력했습니다. 그 덕에 교촌 치킨의 점포 당 수익률은 업계 최고였습니다. 다만 지나치게 보수적이다 보니 사업 확장 속도가 늘 더뎠습니다.
소 전 회장은 교촌 회장으로 부임한 이후 대대적인 혁신을 단행합니다. 인프라 확대로 구조적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품질 강화, 해외 사업 확대, 수제 맥주·가정간편식(HMR) 등을 신성장 동력 사업을 확보했습니다. 물류 센터 설립과 조직 개편도 단행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숙제였던 상장을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교촌은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 최초로 '직상장'에 성공했습니다.
친구야, 안녕
소 전 회장의 추진력이 빛을 발하면서 교촌은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업계에서도 '소진세 효과'를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교촌 내부에서 조금씩 파열음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단기간 내에 교촌의 성장을 이끌었던 임원들이 하나둘씩 회사를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상장의 주역인 송민규 CFO와 물류·전략 담당 임원 등이 연이어 사표를 냈습니다. 조은기 총괄사장도 취임 1년 만에 해임됐습니다.
당시 업계에서는 소 전 회장의 업무 추진 방식에 조직 내부적으로 많은 피로감을 느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소 전 회장의 별명은 '불도저'입니다. 과감한 결단을 통한 강력한 추진력을 갖춘 인물로 통합니다. 그의 이런 업무 방식은 교촌이 단기간 내에 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습니다. 하지만 실무진들에게는 업무량이 늘고 소통 부족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내부적으로 무척 힘들어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무래도 수장이 바뀌면서 종전과 달리 조직에 업무 로드가 많이 걸렸던 것이 내부의 불만을 샀고 이런 점들을 권 회장도 알고 있었을 겁니다. 권 회장 입장에서는 대외적으로 친인척 갑질 논란이 사그라진데다, 상장까지 성공적으로 마쳤으니 소 전 회장이 역할을 다 했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단번에 소 전 회장을 밀어낼 수는 없었을 겁니다. 대신 차근히 복귀 수순을 밟을 준비를 했습니다.
권 회장은 지난 3월 교촌에프앤비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했습니다. 더불어 대표 이사로 윤진호 사장을 선임했습니다. 소 전 회장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고 회장직만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습니다. 사실 이때부터 소 전 회장은 교촌에서 설자리를 잃은 것으로 보입니다. 대신 그 자리를 권 회장이 다시 차지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미 끝났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었습니다.
'창업주 체제'로 회귀
역할이 끝난 소 전 회장은 결국 교촌을 떠나게 됐습니다. 권 회장이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전문 경영인 체제가 필요하다며 소 전 회장을 영입한지 3년 9개월 만입니다. 이제 어느 정도 위기 극복이 됐다고 판단한 듯합니다. 권 회장은 교촌을 다시 창업주 체제로 되돌렸습니다. 본인의 지배력을 다시 공고히 하고 이를 바탕으로 또 다른 도약을 다짐했습니다.
권 회장은 회장 취임사를 통해 “현재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묘수는 결국 상생경영, 정도경영. 책임 경영에 있다”며 “이 가치들 위에 세워질 새로운 비전과 성장 동력으로 교촌을 인재들이 오고 싶어 하는 글로벌 식품 라이프스타일 100년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비전 달성을 위해 G(Global, 글로벌), S(Sauce, 소스), E(Eco, 친환경), P(Platform, 플랫폼) 등 4가지 핵심 키워드도 제시했습니다.
권 회장은 소 전 회장이 만들어 둔 토대 위에 '권원강의 색'을 입힌 교촌으로 만들겠다는 선언을 한 셈입니다. 특히 소 전 회장 체제에서 크게 성과를 내지 못했던 글로벌화에 힘을 쏟을 계획입니다. 그 핵심 아이템은 교촌의 장점인 '소스'입니다. 여기에 국내 우수 기술 기업과의 협업 강화와 사내 벤처 활성화 등 과거의 권원강 체제 때와는 다른 새로운 권원강 체제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이제 교촌은 다시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위기를 맞았고 그 위기를 전문 경영인을 통해 해결했습니다. 위기가 끝나고 시스템이 안정되자 그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현재 국내 치킨 업계는 경쟁 심화로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돌아온 권 회장이 이번에는 어떤 교촌을 만들어낼지 무척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