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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참시]"점주도 숨긴다" 아사히 생맥주캔 '롱런'과 '거품' 사이

  • 2023.07.13(목) 10:30

아사히 생맥주캔 국내 공식 출시
편의점마다 텅텅…'하늘의 별' 따기
'반일 감정' 넘어서는 인기 요인은 

지난 11일 오후 돌고 돌아 아사히 생맥주캔 구입에 성공했다.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참견(參見), 풀이하면 '어떤 자리에 직접 나아가서 보다'입니다. '전진적 참견 시점'은 직접 발로 뛰며 생활 속 유통 현장들을 '참견'하는 르포입니다. 한걸음 더 전진해 생생한 현장과 사람들, 뒷이야기를 취재합니다. 현상 속 숨겨진 '뷰'도 놓치지 않습니다. 한전진 기자의 '전진적 참견 시점', [전참시] 이제 시작합니다. [편집자]

캔을 두 손으로 감싸자 거품이 서서히 부풀어 오른다. 푹푹 찌는 더위 속에서 손바닥에 시원함이 전해졌다. 통조림처럼 위로 뚜껑을 따는 방식도 흥미롭다. '딱!'하고 열리는 소리가 꽤 찰지다. 기존 캔맥주보다 입에 닿는 면적이 넓어 마치 맥주잔으로 마시는 느낌이다. 기대만큼 깊은 맛은 없었지만 '크리미'함과 어우러지는 '청량감'이 매력적이었다. 

지난 11일 롯데아사히주류는 '아사히 수퍼드라이 생맥주캔'(아사히 생맥주캔)을 국내에 공식 출시했다. 아사히 생맥주캔은 지난 5월 시범판매 당시 오픈런까지 일으키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제품이다. 롯데아사히주류는 이번 정식 출시에 한국 전용 디자인을 입히는 등 상당한 공을 들였다. 젊은 층을 겨냥한 팝업스토어도 열었다. 아사히 생맥주캔의 인기는 '롱런'할까 거품에 그칠까. 직접 구매해 마셔본 후 가늠해봤다.

점주도 '숨기는' 제품

공식 출시됐지만 여전히 아사히 생맥주캔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영등포구의 대형마트·편의점을 두루 들러봤지만 허탕이었다. 이후 점포 재고 조회를 할 수 있는 GS25앱(우리동네GS)을 이용해 매장을 부단히 물색했다. CU와 세븐일레븐에서는 아사히 맥주캔이 모바일 상품으로 등록되어 있지 않거나 관련 기능이 없었다. 문제는 GS25 앱상에 재고가 있다고 떠도 매장엔 없는 경우가 열에 아홉이었다. 

GS25 픽업 주문도 재고가 부족한지 주문 후 바로 취소됐다.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재고 관리가 되지 않거나 인기 상품인 탓에 점주가 알음알음 숨기는 듯했다. 한 GS25점포에서 만난 아르바이트생은 "냉동고에 제품이 있는데 점주가 '문의 들어오면 다 팔렸다'고 하라고 시켰다"고 귀띔했다. 단골·지인에게 먼저 팔기 위해서다. 이렇듯 재고가 남았다는 매장 6곳을 방문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따릉이 자전거와 택시까지 이용해 이동했던 터라 허탈감이 컸다. 아사히 생맥주캔의 인기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8번째 매장에서 드디어 아사히 생맥주 캔을 만날 수 있었다. 16개의 재고 표시가 있었지만 7개가 다였다. 점주는 "이날 오후 제품이 들어왔다"며 "미리 돈을 주고 사가겠다는 사람도 있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실제로 아사히 생맥주캔은 지난 5월 판매 당시 대형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등에서 수입맥주 판매량 1위를 달성했다. 

직접 마셔봤더니

외관상 가장 큰 특징은 뚜껑을 따는 방식이다. '황도'와 같은 통조림을 따듯 레버를 눌러 위로 뜯어낸다. 이 때 온도가 적당하면 "딱!" 소리가 크게 난다. 생각만큼 힘이 들거나 복잡하지 않았다. 아사히 생맥주캔은 온도에 따라 거품의 양이 달라지는데 캔을 두 손으로 쥐고 있으면 거품이 서서히 차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캔맥주에서 거품이 나는 게 신선했다. 아사히는 이를 개발하기 위해 4년간 연구했다고 한다. 

크리미한 거품이 아사히 생맥주캔의 강점이다.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맛은 일반 라거 맥주와 큰 차이가 없다. 거품을 제외하면 아사히 슈퍼드라이와 비슷하다. 깊은맛 보다 개운한 맛이 강하다. 단맛이 강하지 않은 것도 특징이다. 다만 이름처럼 생맥주의 맛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다. 대신 거품으로 목넘김이 부드럽고 청량한 것이 강점이다. 호프집에서나 맛 볼 수 있는 크리미함을 느낄 수 있다. 가격은 1캔(340㎖)에 4500원, 4캔에 1만2000원으로 다른 수입 맥주 대비 비싼 편이다. 

'거품'이냐 '롱런'이냐 

여러 요소를 고려하면 충분히 인기가 이어질 것 같았다. 특히 새로운 경험을 좋아하는 MZ세대의 관심을 끌 매력 포인트가 많았다. 아사히 생맥주캔의 가진 '톡특함'과 '희귀성'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현재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사히 캔맥주 후기가 공유되고 있다. 수입 맥주가 이처럼 젊은 층의 관심을 받았던 적은 없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국내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물론 반일 감정은 잠재적인 변수다. 아사히는 지난 2019년 일본 불매운동이 일던 당시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롯데아사히주류는 그 영향으로 8년 만에 적자 전환하는 등 치명타를 입었다. 현재 일본 불매운동은 사그라드는 추세다. 하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뤄진다면 일본에 대한 국민적 원성이 생각보다 클 수 있다. 

이 점을 인식한 듯 최근 롯데아사히주류는 현지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 공식 출시에 맞춰 제품 포장지도 한국 버전으로 리뉴얼했다. 전체적인 일본어 디자인이 한국어로 바뀌었다. 동시에 신촌 현대백화점에서 출시 기념 팝업스토어도 열었다. 일본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동시에 한국의 젊은 층에 스며들기 위한 전략으로 읽힌다.

추후 아사히 생맥주캔 신제품이 상륙할지도 관심이다. 최근 아사히는 일본에서 생맥주캔의 두 번째 제품 '아사히 쇼쿠사이'를 선보였다. 쇼쿠사이는 아사히 생맥주캔에 깊이감과 깔끔한 뒷맛을 더한 제품으로 꼽힌다. 롯데아사히주류 관계자는 "현재 아사히쇼쿠사이의 국내 출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아사히 생맥주캔 340㎖ 판매 추이를 살펴 향후 아사히 생맥주 대형캔 485㎖ 출시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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