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견(參見), 풀이하면 '어떤 자리에 직접 나아가서 보다'입니다. '전진적 참견 시점'은 직접 발로 뛰며 생활 속 유통 현장들을 '참견'하는 르포입니다. 한걸음 더 전진해 생생한 현장과 사람들, 뒷이야기를 취재합니다. 현상 속 숨겨진 '뷰'도 놓치지 않습니다. 한전진 기자의 '전진적 참견 시점', [전참시] 이제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변에 마트도 많아서 딱히 이마트가 없어졌다고 불편하지는 않아요. 대신 식당가와 쇼핑 공간이 늘어나서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21일 7개월간의 리뉴얼을 마치고 개점한 경기도 일산의 '더 타운몰 킨텍스점'. 이곳 1층 리빙 소품 전문점 '부엌다옴' 매장에서 냄비 받침을 고르던 중년 주부 이경선(가명)씨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전 이마트가 있던 자리인데, 여러 소품샵들이 들어와서 놀랐다"며 "가격과 제품이 이전 마트 리빙 상품보다 나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마트가 '이마트타운'에서 이마트를 빼는 초강수를 뒀다. 이마트가 '이마트타운 킨텍스점'을 '더 타운몰 킨텍스점'으로 리뉴얼하면서다. 기존 1~2층에 있던 이마트를 모두 빼고 테넌트(tenant, 독립 임대매장)으로 구성했다. 쇼핑 랜드마크가 없는 일산을 공략하고, 온라인 시대 앞으로 '할인보다 체험을 팔겠다'는 신세계의 의지가 읽힌다.
홍철 없는 '홍철팀'
이날 방문한 '더 타운몰 킨텍스'점의 첫인상은 마치 '미니 스타필드'를 보는 것 같았다. 이곳에 더 이상 이마트는 없다. 대신 1층에 들어서면 이마트가 아니라 리빙 편집숍과 스타벅스, 만화카페, 컬처클럽, 펫샵 등이 눈 앞에 펼쳐진다. 여기에 노브랜드 등 전문점, 트레이더스를 결합해 '몰 타입 이마트'를 만들었다는 게 신세계 측 설명이다.
눈에 띄는 것은 총 330㎡(100평)가량의 문화 휴게 공간이다. 1층 가운데로 발걸음을 옮기면 광장 형태의 쉼터 '아트리움'을 만날 수 있다. 고객이 앉을 수 있는 공간과 여러 팝업 행사가 열리는 곳이다. 이날은 리뉴얼 개점을 맞아 '이마트랑 노랑'이라는 행사가 한창이었다. 골프, 농구, 테이블축구 등을 활용해 이마트 브랜드 스토리를 체험해볼 수 있도록 했다. 경품도 걸려 아이와 참여하는 가족 고객들이 적잖았다.
백미는 체류형 콘텐츠다. 만화카페, 콜프아카데미, 필라테스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이마트 '더 타운몰'에서 처음 진행하는 시도다. 실제로 이날 만화카페 '책으로 가는 문'에 들어서자 쇼파에 누워 만화책을 보는 고객들이 가득했다. 5000원이면 1시간을 이용할 수 있다. 2층의 'GDR 골프아카데미'에서는 오픈을 맞아 30~40% 패키지 할인이 진행 중이었다. '모던 필라테스' 매장에서는 상담을 받는 주부 고객들이 줄을 이었다.
일산에서 보기 힘든 F&B(food and beverage)입점에도 힘을 줬다. 총 32곳으로 이마트 리뉴얼 점포 중 최다 브랜드가 들어섰다. 아메리칸 스타일 브런치 브랜드가 '엉클피터스', 호텔식 디저트 카페로 유명한 카페 '브릴' 등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2층에 한식 맛집과 해외미식을 맛볼 수 있는 전문 식당가 '고멜리'가 생겼다. 이곳에는 18개의 맛집과 카페는 물론 계속 변화하는 디저트 팝업 스토어 공간도 있다.
할인 대신 체험을 파는 법
지하 1층 트레이더스도 변화를 줬다. 푸드카페 'T카페'가 새로 생겼다. 이곳에서는 1만9800원 가격의 대형 피자, 6500원 닭고기 쌀국수, 무한리필이 가능한 500원 탄산음료 등을 판매했다. 피자 만원을 할인 받을 수 있는 월 9900원 피자 정기 구독권 구매를 문의하는 손님도 많았다. 활기가 코스트코 백석점 못지 않았다.
쇼핑 매장 간의 시너지가 이마트의 노림수다. 이마트는 이번 리뉴얼에서 대형마트 대신 노브랜드 매장과 여러 전문점을 입점시켰다. 이들로 트레이더스의 부족한 부분을 메꾸려는 전략이다. 실제로 효과는 상당했다. 이날 트레이더스에서는 대용량 상품과 신선식품을, 노브랜드에서는 일반 가공식품·생필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았다. 패션은 스파오, 탑텐, 원더플레이스 등 소위 '실속있는' SPA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켰다.
이마트에게 이번 리뉴얼의 의미는 깊다. 이번 더 타운몰 킨텍스점은 매장 면적만 2만6446㎡(8000평)으로 이마트 최대 규모 점포다. 매출을 책임질 핵심 상권이기도 하다. 더 타운몰 킨텍스점의 사정권은 일산부터 파주, 김포까지다. 이곳 인구만 더해도 110만 명에 달한다. 특히 쇼핑에 관심이 많은 3040대 가족 고객이 많은 곳이다.
이마트가 없어도 '더 타운몰 킨텍스점'을 찾을 이유는 충분해 보였다. 인근 백석동에서 뉴스를 보고 이곳을 찾았다는 60대 주부 장모 씨는 "일산에 살고 있지만 근처에 홈플러스, 롯데마트도 많아서 그동안 이곳을 찾았던 적은 없었다"며 "날이 더워서 친구들과 겸사겸사 방문했는데 둘러보는 재미가 있어서 자주 올 것 같다"고 말했다.
첫날, 아쉬운 점도
물론 첫날인 만큼 개선해야 할 점도 눈에 띄었다. 더 타운몰 킨텍스점은 테넌트 매장을 부각하고 유모차 등 가족 고객의 이동을 위해 매장 간 거리가 넓다. 시원시원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F&B 매장의 테이블 수가 적다는 문제가 있다. 단시간 많은 사람을 소화하기가 힘들다는 얘기다. 인파가 몰리는 주말 웨이팅 시간이 상당할 것으로 보였다. 실제로 이날 점심을 먹기 위해 한 시간을 기다린 손님도 있었다.
카트 보관대가 사라진 것에 대한 고객 불만도 컸다. 쇼핑 카트는 오직 지하 1층 트레이더스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트레이더스에서 장을 보고 2층 3층으로 올라가려면 주차장에 들러 상품을 내려놓고 와야 한다. 50대 주부 서모 씨는 "이날 중간중간 장을 보고 주차장을 두 번이나 다녀와야 했다"며 "카트를 끌고 2층으로 올라갈 수 없어서 1층 에스컬레이터 근처에 그냥 카트를 대놓고 올라가는 사람도 있더라"고 했다.
아직 브랜드 구성이 아쉽다는 반응도 있었다. 지금은 백화점도 아니고 대형마트도 아닌 어정쩡한 구성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더 타운몰 킨텍스점 리뉴얼 뉴스를 보고 방문했다는 50대 중년 여성 김기선(가명) 씨는 "옷을 사려고 해도 딱히 끌리는 브랜드도 없고 그렇다고 장을 보자니 이마트가 없어져서 더 불편해졌다"고 토로했다.
"시간 공간을 점유하라"
그럼에도 이마트의 이번 리뉴얼 전략은 영리해 보였다. 그동안 일산 지역은 특별한 쇼핑 랜드마크가 없던 무주공산이었다. 기존 일산 지역 사람들은 쇼핑을 위해 멀리 서울 롯데몰 은평점을 가거나 파주 등 아울렛으로 향했다. '더 타운몰 킨텍스점'은 장기적으로 이 수요를 잡을 수 있다. 이마트를 빼고 몰 타입 이마트를 구성한 이유다.
기존 일산에서 유명했던 '라페스타' 등 쇼핑시설은 현재 노후화에 시달리고 있다. 라페스타는 분양형 쇼핑시설이다. 매장과 시설 간 계약 기간이 없다. 이 때문에 변화하는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 현재 공실률이 매우 높다. 인근의 웨스턴돔, 원마운트 등 쇼핑시설도 비슷한 상황이다. 특히 개방형 매장이기 때문에 날씨가 덥고 추운날에는 손님이 더 적었다. 밀폐형인 더 타운몰 킨텍스점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더 타운몰 킨텍스점은 이마트의 미래 전략이 엿보이는 공간이기도 하다. 할인점의 힘을 빼더라도 부동산 자산을 이용해 오프라인 플랫폼으로 거듭난다는 구상이다. 온라인 쇼핑의 공세 속에서 앞으로 '할인을 팔기보다 체험을 팔겠다'는 전략이다. 그동안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은 "고객의 시간과 공간을 점유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강조해왔다.
이마트 관계자는 "더 타운몰 킨텍스점은 고객의 가장 가까이에서 재미있는 쇼핑 경험을 전하기 위해 리뉴얼 된 매장"이라며 "만화카페, 골프아카테미 등 34개에 달하는 테넌트 매장을 유치해 다채로운 콘텐츠를 채우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산 지역의 대표적인 쇼핑 랜드마크로 자리 잡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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