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등호(<) 표시는 세슘이 불검출됐다는 뜻입니다. 현재 우리나라가 정하고 있는 세슘 검출 기준 100베크렐인데요. 아직 한 번도 이 수치를 넘은 적은 없습니다."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지난 24일. 서울 이마트 구로점 8층에 위치한 '이마트 상품안전센터'에서 만난 민정기 센터장은 이날 오전 방사능 검사를 진행했던 국산 새우의 검사 결과표를 보여주며 이같이 설명했다. 민 센터장은 "이곳에 있는 방사능 검사 기기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쓰는 것과 같은 기기"라며 "방사능 물질의 민감한 변화도 감지해 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3시간 걸리는 방사능 검사
이날 이마트는 올해 1월 도입한 방사능 안전관리 대응 단계를 '평시'에서 '주의'로 격상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수산물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높아졌다는 판단에서다. 이마트는 방사능 대응 단계를 △평시 △주의 △경계 △심각 4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평시엔 검사 대상 전체 어종의 최대 50%, 주의 단계에선 최대 75%, 경계 단계는 최대 100%를 샘플 검사한다. 심각 단계에서는 아예 판매를 중단한다.
검사 대상이 확대된 만큼 안전센터는 수산물 정밀 검사로 분주해 보였다. 평시 단계에선 주 1~2회 이뤄지던 검사가 이날부터는 최소 3회로 늘었다. 절차는 물류센터에서 온 수산물 샘플을 검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민 센터장은 "1차적으로 이마트 물류센터 3곳에서 방사능 간이검사기를 통해 무작위 선별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그 가운데 일부도 샘플로 안전센터에 들여와 정밀 검사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검사 대상은 고등어·새우·갈치 등 소비자가 주로 찾는 수산물이다. 검사실에는 이미 샘플인 고등어가 놓여 있었다. 민 센터장은 먼저 칼로 고등어의 살과 뼈를 분리했다. 이후 살점을 믹서기에 넣어 갈았다. 갈린 살점은 검사용 통에 옮겨졌다. 통은 최종적으로 방사능실의 방사능 검사 기기에 담긴다. 민 센터장은 "검사 시간은 1만초(3시간) 가량이 소요된다"며 "이후 세슘과 요오드 등 수치가 화면으로 나온다"고 했다.
검사에는 '게르마늄 감마 핵종 분석' 기기가 쓰인다. 감마선의 세기를 측정해 방사성 물질을 측정하는 원리다. 미국 오르텍(ORTEC)사에서 만들었다. 이마트는 이 기기를 지난 2021년 들여와 2년 전부터 방사능 검사에 활용하고 있다. 민 센터장은 "이외에도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방사능 '안전필증' 획득을 지원받기로 하는 등 소비자 신뢰를 높이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수산물 포비아…대형마트도 '긴장'
이마트가 검사를 강화하는 이유는 '수산물 공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만큼 수입·국산을 막론하고 오염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최근 제주연구원이 진행한 국민 1000명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3.4%가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되면 수산물 소비를 줄이겠다"고 답했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등 주요 대형마트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롯데마트는 연구소에서 분기별로 1회씩 진행하는 주요 포구 수산물 검사를 최근 주 4회로 늘렸다. 일별 확대도 검토 중이다. 홈플러스도 공급업체에서 자체 검사를 통해 안전이 확인된 상품만을 확보해 판매할 계획이다. 국내산 수산물을 공급하는 모든 업체에 상품 검사서를 함께 제출하도록 의무화했다.
아직까지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는 분위기다. 지난 6월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발표로 돼지고기나 닭고기 등 수산물 대체 수요가 늘 것이란 예상이 있었지만 가격이 급등하는 등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이날 삼겹살 100g의 가격은 2576원으로 전년 동기(2649원)와 비교할 때 큰 차이가 없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아직 수산물 수요 감소 현상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면서도 "본격적으로 방류가 시작된 후 조심스럽게 시장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산물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생기지 않도록 정부와도 긴밀히 협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참견(參見), 풀이하면 '어떤 자리에 직접 나아가서 보다'입니다. '전진적 참견 시점'은 직접 발로 뛰며 생활 속 유통 현장들을 '참견'하는 르포입니다. 한걸음 더 전진해 생생한 현장과 사람들, 뒷이야기를 취재합니다. 현상 속 숨겨진 '뷰'도 놓치지 않습니다. 한전진 기자의 '전진적 참견 시점', [전참시] 이제 시작합니다.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