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버십 할인가인데 마치 일반 할인처럼 눈속임하는 것 같아요"
지난 19일 오전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홈플러스 영등포점. 이곳 지하 1층 리빙 매대에서 위생용품의 가격표를 살피던 주부 A씨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7000원 할인한 9900원이라고 크게 적혀있는데, 자세히 보면 작게 '멤버십 회원 대상'이라고 적혀 있다"며 "대부분 상품 할인 가격이 멤버십 기준가로 적혀있어 혼동스럽다"고 토로했다.
자세히 봐야 알 수 있다
인근 롯데마트, 이마트도 멤버십 할인을 내세우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날 롯데마트 양평점은 추석 선물세트 판매가 한창이었다. 육류 과일 등을 최대 50%가량 할인해 판매했다. 단 계산 시 멤버십 회원임을 제시해야 한다. 앱·포인트에 익숙하지 않은 중년 고객들은 계산할 때 이를 뒤늦게 깨닫고 물건을 돌려놓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의 불만도 적잖다. 멤버십 할인가를 미끼로 멤버십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육 등 매대에서는 '처음 가격과 다르다'며 고객과 오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마트 영등포점에서 만난 소비자 B씨는 "매대에서는 일반 할인이라고 해서 집었는데 계산할 때 멤버십 등 포인트 가입 회원 대상 할인 제품이라고 하더라"며 "할인 기준이 이것저것 많다 보니 직원들도 헷갈리는 같다"고 털어놨다.
이제 상품 할인이 멤버십 대상으로 이뤄지다 보니 결국 멤버십에 가입하는 사람들도 많다. 특히 고물가가 이어지며 한 푼이라도 돈을 아끼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최근 이마트로 신세계유니버스 멤버십에 가입했다는 주부 서모 씨는 "한우 등 반값 행사를 위해 가입했다”며 “캐시백을 해주니 아깝지는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최근 멤버십 할인 제품군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고물가 시대 고객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멤버십을 이용해 장을 보는 것이 더 보편적인 선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형마트의 속사정은
대형마트가 이처럼 눈속임 비판까지 받아가며 멤버십을 강조하는 이유는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로켓배송 등 온라인 쇼핑의 보편화로 손님을 빼앗기고 있다. 이 때문에 대형마트에서도 '록인(Lock-in) 효과'가 중요해졌다. 멤버십의 원리는 간단하다. 구매가 이어질수록 더 큰 혜택을 줘 고객을 '일편단심'으로 만드는 게 목적이다.
특히 대형마트는 여전히 강력한 정부 규제를 받고 있다. 의무 휴업으로 매월 공휴일 중 2회를 쉬어야 한다. 출점 제한으로 신규 점포를 내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여기서 대형마트가 취할 수 있는 전략은 많지 않다. 가장 효과적인 게 객단가를 올리는 방법이다. 최근 대형마트가 매장 리뉴얼에 골몰하고 멤버십을 강화하는 배경이다.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멤버십 가입자의 재구매율은 30~70%에 달한다.
실제로 대형마트 3사는 멤버십 제도를 주요 집객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 6월 온·오프라인 통합 멤버십 '신세계유니버스 클럽'을 내놨다. 이마트는 물론 쓱닷컴, 지마켓 등 계열사 통합 혜택이 제공되는 것이 특징이다. 롯데마트도 올해부터 등급별 단골 고객 혜택을 강화한 멤버십 서비스 '스노우포인트'를 도입했다. 홈플러스도 지난 6월 온·오프라인 혜택을 통합해 기존 마이홈플러스 멤버십을 개편했다.
물론 이 같은 단골 몰아주기에 대한 시선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단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현재 대부분 할인·혜택 행사는 멤버십 회원에 집중되는 추세다. 이 때문에 오히려 일반 고객들의 매장 유입이 감소할 수 있다. 앞서 가격 눈속임과 같은 소비자 반응이 대표적이다. 대형마트가 '그들만의 리그'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마트 입장에서 객단가가 높은 기존 손님들의 소비를 늘리는 것은 당연한 선택일 것"이라며 "이커머스 성장과 출점 규제로 외형 확장보다 질적 성장을 노리는 분위기"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도 "아직 그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해 보인다"며 "과도한 멤버십 올인은 부메랑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