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전문기업으로 도약을 노리고 있는 hy(옛 한국야쿠르트)가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온라인몰 '프레딧'의 경쟁력을 올리기 위한 일환이다. 자체 발효 기술을 강조한 화장품 사업을 '프레시매니저'를 활용한 물류 강점과 결합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50년' 발효 노하우, 화장품에도 통할까
14일 업계에 따르면 hy는 최근 크림형 화장품 ‘LETI7714 트리플 리프트-업 안티에이징 크림’을 출시했다. 새로 개발한 화장품 원료 '피부유산균7714'를 활용했다. 지난 5월에 출시한 앰플형 화장품 'NK7714 하이퍼 부스팅 앰플'에 이은 두 번째 자체브랜드(PB) 화장품이다.
hy의 화장품 사업 확장에는 원료 확보에 대한 자신감이 바탕에 있었다. hy는 50년 이상 프로바이오틱스를 연구해 온 기업이다. 자체 개발한 유산균 원료도 많다. 유산균 카테고리는 식품 외에도 화장품, 건기식과 밀접하게 닿아있다. hy가 화장품까지 팔을 뻗을 수 있었던 이유다.
hy의 PB 화장품 제조업자는 한국코스모다. hy는 한국코스모와 ODM(제조업체 개발 생산 방식)으로 화장품을 생산하고 있다.
hy는 직접 화장품 설계 후 하청업체에 생산을 맡기는 '주문자 상표부착 생산(OEM)'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소재는 hy가 개발했지만 자체적으로 화장품을 연구개발하기엔 노하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화장품 시장의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ODM이 적합했다는 설명이다.
진짜 목적은 프레딧
hy가 화장품을 론칭한 궁극적인 목적은 '프레딧'의 성장이다. hy의 매출은 2017년 1조원 돌파 후 정체에 빠졌다. 2020년엔 역성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때 실적 정체를 타개하기 위해 등장한 카드가 '프레딧'이다. 프레딧은 지난해 117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엔 17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hy는 전망하고 있다. 전체 매출의 10% 이상을 프레딧에서 내고 있는 셈이다.
화장품 강화 역시 프레딧의 외형을 확장하기 위한 수단이다. 기존 회원들을 붙잡거나 신규회원을 유입하기 위해선 취급 상품의 다양성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 방안 중 하나로 '화장품'이 꼽혔다. 이런 이유 때문에 프레딧은 기존에도 타사 화장품을 위탁 판매 방식으로 취급하고 있었다.
최근 들어 PB 화장품을 내세운 것도 외형 확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타사 화장품을 위탁판매하면 판매수수료만 기타매출액으로 잡히지만, PB 화장품은 전체 판매액이 상품 매출에 반영된다. 상대적으로 프레딧의 매출을 더 많이 늘릴 수 있다. hy는 현재 진행 중인 스킨케어 사업 이외에도 헤어, 바디 등 생활뷰티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예정이다. 빠르면 연내 추가적인 제품 출시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hy는 화장품 사업 기획단계에서 프레시매니저를 통해 고객 맞춤형 화장품을 추천해주는 방안도 고려했다.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등 화장품 기업들이 방문판매원을 고용해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는 것과 비슷하다. 전국에 1만명이 넘는 프레시매니저가 피부 상태 측정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해, 고객별 피부 진단 후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식을 구상했다.
하지만 현재 이 방안은 실행 보류 상태다. 프레시매니저들의 연령대가 다양한데다, 정확한 고객 진단과 제품을 추천해줄 만한 컨설팅 역량을 키우려면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향후 인프라가 갖춰지면 시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hy 관계자는 "전국 각지에 퍼져 있는 1만1000명의 프레시매니저와 PB 화장품의 시너지는 상당할 것"이라며 "향후 인프라를 갖춘 뒤 맞춤형 화장품 추천 서비스 시행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