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웰푸드(구 롯데제과)가 '껌'에 힘을 주고 있다. 최근 엔데믹 등으로 껌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후레쉬민트 등 과거 제품을 재해석해 선보이고 있다. 사실상 롯데웰푸드의 독무대인 껌 시장을 되살려 성장동력으로 만들겠다는 포석이다. 무엇보다 껌은 롯데의 정체성과도 같다. 이 헤리티지(유산)를 살리겠다는 의지도 작용했다.
국민 간식 '껌' 돌아왔다
19일 롯데웰푸드에 따르면, 올해 3분기(1~9월까지) 누적 껌 매출 성장률은 지난해 동기 대비 30% 성장했다. 특히 젊은 세대가 즐겨먹는 풍선껌 상품 '왓따'가 같은 기간 50% 이상 성장했다. 이외에도 장거리 운전자를 위한 '졸음번쩍껌'도 60% 이상 늘었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야외 활동이 늘고 젊은 층의 인기를 끈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같은 기간 편의점 CU와 GS25에서도 껌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CU에서는 30.1% 뛰었고 GS25에서는 24.2% 늘었다. 2022년 엔데믹을 기점으로 판매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위드 코로나 이후 국내, 해외 여행객이 증가하면서 이동 간 자주 구매하는 껌 매출이 크게 신장하는 추세"라며 "껌 매출 향상과 함께 업계에서도 기존 대비 구색을 확대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껌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복고와 레트로 트렌드에 따른 영향이다. 롯데웰푸드는 올해 초 캐릭터 '산리오'와 협업해 '왓따' 신제품을 출시했다. 오리온 역시 씹기 전까지 맛을 알 수 없는 풍선껌 '수수께끼 와우'를 한정 출시하기도 했다. 이들 상품은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인기를 모았다.
위기의 연속인 껌 시장
사실 이전까지 껌 시장은 위기였다. 생활 수준 향상, 대체 먹거리 증가가 원인으로 작용했다. 과거 껌은 허기짐을 달래거나 식사 후 입가심용을 씹는 제품이었다. 하지만 사탕, 초콜릿, 젤리 등 껌을 대체할 간식거리가 늘어나고 유튜브 등 미디어의 발달로 구매율이 낮아지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시장 파이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시장 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껌 시장 규모는 2017년 2831억원 기록한 이후 하락세다. 2018년 2697억원, 2019년 2587억원, 2020년 1933억원, 2021년 1685억원으로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1585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사탕은 꾸준히 시장이 커지고 있다. 2017년 6784억원에서 2018년 6942억원으로 성장했다. 이후 코로나19 타격을 받았지만 지난해 6480억원으로 회복했다.
이 때문에 껌 브랜드도 점차 사라졌다. 롯데웰푸드의 간판 껌 상품인 후레쉬민트는 1972년 출시됐다가 2017년 단종됐다. 이후 2021년 재등장했지만 1년 만에 다시 단종수순을 밟았다. 현재 롯데웰푸드의 껌 종류는 현재 자일리톨, 쥬시후레쉬 등 11종이다. 오리온과 해태제과도 각각 후라보노와 아카시아 등 4종에 불과한 상황이다.
롯데의 헤리티지 담긴 '껌'
롯데웰푸드는 최근 기세를 몰아 껌 시장 부활에 나서고 있다. '부활 레트로껌' 프로젝트를 진행해 과거 껌 제품들을 대거 리뉴얼한다. 지난 18일 첫 번째로 '롯데 후레쉬민트'를 재출시했다. 민트향과 단맛이 보다 오래 지속되도록 배합을 개선해 제조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포장지도 과거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레트로 감성을 더했다.
무엇보다 껌은 롯데웰푸드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독점을 차지한 사실상 몇 안 되는 시장 중 하나라서다. 롯데웰푸드는 현재 국내 껌 시장에서 80%에 달하는 점유율을 갖고 있다. 해태제과(9%)와 오리온(6%)이 뒤를 잇고 있다. 시장 파이가 줄어드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도 충분하다. 입냄새 제거, 충치 예방, 운전 중 졸음 방지 등 트렌드에 맞는 재해석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껌은 롯데를 상징하는 대표 상품이다. 과거 롯데 창업주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이 일본으로 건너가 현지에서 껌을 통해 사업을 일으킨 일화는 유명하다. 이를 기반으로 1948년 껌 제조사 롯데가 탄생했다. 껌이 지금의 롯데그룹을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롯데웰푸드는 이 '헤리티지'를 유지해야 나가야 할 의무가 있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살아나는 껌 시장을 견인하기 위해 '부활 레트로껌'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며 "최근 자동차 브랜드 피치스와 껌 소비를 늘리기 위한 협업 마케팅을 진행하는 등 젊은 세대와의 접점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여러 껌 제품을 리뉴얼 해,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껌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