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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 만으론 답 없다…'자체 브랜드' 키우기 사활

  • 2024.10.25(금) 07:00

TV 시청인구 줄면서 사업 다각화
패션·리빙 등 단독 브랜드 개발·발굴
이커머스·오프라인으로 판매처 확대

CJ ENM 커머스부문의 자체 언더웨어 브랜드 '나른'. / 사진=CJ ENM 커머스부문

홈쇼핑업체들이 본업인 홈쇼핑을 넘어 자체 브랜드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자사 홈쇼핑 채널에서만 판매하는 단독 브랜드 사업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자체 브랜드와 상품을 개발해 커머스, 오프라인 등 여러 판매처에서 선보이는 데에 몰두하고 있다. 이는 최근 TV 시청인구 감소로 홈쇼핑 업황이 둔화하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사업을 다각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향부터 옷까지

자체 브랜드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홈쇼핑 업체는 CJ온스타일을 운영하는 CJ ENM 커머스부문이다. CJ ENM 커머스부문은 일찌감치 미래 성장 동력으로 자체 브랜드 사업을 낙점하고 라이프스타일, 패션 등 여러 자체 사업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라이프스타일 프래그런스 브랜드 '테일러센츠'가 있다. 테일러센츠는 2019년 론칭 후 현재까지 누적 주문액 400억원을 넘어서며 5년 만에 3배 이상 성장했다. 온라인사업을 먼저 시작한 테일러센츠는 최근 직접 향을 체험하기를 원하는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백화점, 편집샵, 프리미엄 호텔 등 오프라인 채널로 진출하고 있다.

테일러센츠는 국내외 브랜드의 시그니처 향을 개발하는 향 커스터마이징 컨설팅 서비스 '테일러링랩'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테스트베드 형태로 시작한 테일러링랩은 여러 기업들의 시그니처 향과 향 마케팅을 돕기 위한 제품을 개발한다.

CJ온스타일 테일러링랩. / 사진=CJ ENM 커머스부문

실제로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테일러링랩이 만든 시그니처 향 '신한브리즈'로 증권사 최초의 향기 마케팅을 진행했다. 또 CJ CGV도 최근 리브랜딩 캠페인 '딥 다이브'를 진행하면서 테일러링랩과 CGV 전용 향을 공동 개발했다.

이와 함께 CJ ENM 커머스부문은 2020년부터 여성 홈웨어 브랜드 '나른'도 운영하고 있다. 남성이 주로 착용하던 트렁크를 여성용으로 개발한 것을 시작으로, 오래 입어도 불편하지 않은 이너웨어를 선보이는 브랜드다. CJ ENM 커머스부문은 나른의 별도 온라인몰을 운영하며 지그재그, LF몰 등의 사이트에서도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앞서 CJ ENM은 지난해 1월 브랜드 사업 전문 자회사 '브랜드웍스 코리아'도 설립했다. 브랜드웍스 코리아는 독립 브랜드로 완전히 자리매김한 테이블웨어 브랜드 '오덴세'와 CJ ENM이 국내 사업권을 갖고 있는 남성 패션복 브랜드 '브룩스브라더스' 등을 운영한다. 지난해 말에는 미국 컴포트 슈즈 브랜드 '락포트'의 국내 사업권을 획득하기도 했다. 락포트는 국내 백화점, 프리미엄 아울렛 등에서 100개 이상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CJ ENM 관계자는 "최저가, 물량, 배송 경쟁에 매몰돼 있는 유통 경쟁에서 벗어나 고객 취향 맞춤형 브랜드를 기획, 발굴해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판매처 확대

롯데홈쇼핑도 최근 자체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이 가장 집중하는 사업 중 하나는 해외 패션 브랜드 수입 유통 사업이다. 기존에는 홈쇼핑 판매를 목적으로 수입 또는 판권을 계약했다면 최근에는 국내외에서 인기 있는 브랜드를 발굴해 판권을 획득하고 국내에서 유통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전담조직 '글로벌소싱팀'도 만들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6월 프랑스 패션 시계 브랜드 '랩스'와 프랑스 레인웨어 브랜드 '플로트'의 국내 독점 판권을 획득했다. 지난 9월에는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프랑스 캐주얼 브랜드 '에이글'의 판권도 확보했다.

에이글 잠실 롯데 에비뉴엘 월드타워점 팝업스토어. / 사진=롯데홈쇼핑

롯데홈쇼핑은 공식 온라인몰과 패션 전문몰 등 온라인 쇼핑 플랫폼을 중심으로 이들 브랜드를 판매해왔다. 최근에는 더현대서울, 갤러리아 광교점, 잠실 롯데 에비뉴엘 월드타워점 등에 팝업스토어를 열고 오프라인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최근에는 건강기능식품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지난 6월 건강기능식품 전문기업 '에이치피오'와 합작법인 '디에디션 헬스'를 설립했다. 지난달에는 일본 아하시그룹과 건강기능식품 원료 수입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사내 전담조직 '건강식품개발셀'도 신설했다. 롯데홈쇼핑의 건기식 합작법인 디에디션 헬스는 지난 12일 첫 상품도 내놨다. 롯데홈쇼핑은 디에디션 헬스의 상품군을 다각화 하고 롯데그룹 계열사 채널 등 홈쇼핑 외로 판매처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홈쇼핑의 위기

홈쇼핑업체들은 그간 자사 채널에서만 단독으로 선보이는 자체 브랜드나 라이선스 브랜드 사업에 집중해왔다. 단독 브랜드를 통해 경쟁사와 차별화하는 한편 충성고객을 만들 수 있어서다. 

문제는 최근 홈쇼핑 시장 자체가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TV 시청 인구가 감소하면서 홈쇼핑 시장은 다시 침체기에 들어선 상황이다.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계포털에 따르면 하루 평균 TV 시청시간(TV를 이용해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한 시간)은 2020년 171.1분, 2021년 158.3분, 2022년 156.0분에 이어 지난해 149.3분까지 줄었다.

TV홈쇼핑업체들의 매출액도 감소하는 추세다. 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TV홈쇼핑 7개 법인(TV홈쇼핑 7개 채널과 겸영 데이터 홈쇼핑 5개 채널)의 합산 매출액은 2020년 5조8984억원에서 지난해 5조5577억원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홈쇼핑업체들은 자사 단독 브랜드를 홈쇼핑이 아닌, 아예 홈쇼핑 밖의 판매채널로 들고 나가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자사 채널을 위한 단독 브랜드를 개발, 발굴한 경험이 충분한 만큼 판매처를 확대하는 것만으로도 수익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최근 성장하는 이커머스 등에서 매출을 키울 수 있어 홈쇼핑업체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홈쇼핑업체 관계자는 "TV홈쇼핑 시장 둔화에 대응해 모바일 커머스 등 다양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며 "자체 브랜드 사업을 통해 외부 채널에 상품을 공급하는 것 역시 사업 다각화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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