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편집자]
송년회 시즌
2024년이 불과 열흘도 남지 않았습니다. 이상기온에 언제 추워지나 싶던 날씨도 눈 깜짝할 새 영하의 찬바람을 쏟아내고 있는데요. 며칠 전 아무 생각 없이 얇은 외투를 입고 나갔다가 거센 바람에 하루종일 오돌오돌 떨기도 했습니다. 이제 진짜 겨울이 시작된 거죠.
이맘때면 주류업계는 계산이 바빠집니다. 다른 업계는 올해를 슬슬 마무리하고 정리하는 시즌이지만 주류업계에겐 연중 최대 성수기인 '송년회 시즌'이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저녁 회식이 많이 줄어드는 추세지만 그래도 송년회만큼은 챙기는 회사들이 많죠. 자주 만나지 못하는 친구들도 '송년회'는 1년에 한 번 꼭 봐야 할 핑계가 되기도 하구요.
연말에 앞선 11월은 대표적인 주류 비수기이기 때문에 남은 마케팅 여력과 프로모션을 이 때 집중합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통상 연말연시 송년회·신년회 시즌에 주류 매출이 평소 대비 20% 늘어나는 것으로 봅니다. 올해 실적이 좋았던 곳들은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부진했던 곳들은 연말을 기점으로 내년 실적 반등을 위해 힘을 내는 시기입니다.
그런데 올해 연말엔 주류업계의 표정이 썩 좋지 않습니다. 이유는 모두 아실 겁니다. 지난 3일 전 국민, 아니 전 세계를 충격과 공포에 빠뜨린 비상계엄령 선포 때문입니다. 다행히 계엄 사태는 몇 시간 만에 종료됐지만 이후의 탄핵 시도와 부결, 재투표와 탄핵 가결로 이어지는 '탄핵 정국'은 연말 분위기를 얼어붙게 만들었습니다.
송년회를 재개하라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뒤 우원식 국회의장은 "취소했던 송년회를 재개하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막 대통령 탄핵을 결정한 상황에서 뜬금없는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그만큼 이번 계엄 사태가 서민 경제에 미친 악영향이 컸다는 걸 방증하는 발언입니다.
송년회 재개를 촉구한 건 우 의장뿐만이 아닙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15일 열린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 모두발언에서 "당초 계획했던 모임과 행사를 진행해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을 응원해달라"고 말했습니다. 고기동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도 "지자체 주관 축제·행사나 각종 송년 모임을 예정대로 추진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실제로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비상계엄 사태 이후 매출이 감소했다고 밝힌 소상공인 비율은 88.4%에 달했습니다. 36%에 달하는 소상공인은 매출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답했습니다. 사상 초유의 사태에 한가롭게 저녁자리에서 술잔을 기울이기 어려운 분위기가 이어졌기 때문일 겁니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으니 상황이 좀 나아졌을까요?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탄핵 찬성파와 탄핵 반대파가 격렬하게 다투는 형국이기 때문입니다. 이전 탄핵 사례를 보면 최소 2~3개월 이상은 탄핵 정국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술맛 떨어지는' 분위기인 건 확실합니다.
일어나, 일 해야지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 있나요. 탄핵 정국을 해소할 수는 없으니 지금 상황에서 팔 수 있는 걸 팔아야겠죠. 이럴 줄 모르고 준비했던 마케팅도 잔뜩일 겁니다. 그나마 상황이 조금이라도 나아졌을 때 열심히 판촉에 나서야 합니다.
오비맥주는 연말 분위기에 맞춰 '크리스마스 맥주' 스텔라 아르투아의 캠페인을 진행 중입니다. 성수동에 크리스마스 팝업스토어 '스텔라 하우스'를 열고 제스티살룬·제제·다반 등 성수동 맛집과 손잡고 미식 페어링 행사를 엽니다.
하이트진로도 손이 바쁩니다. 참이슬은 연말 공개되는 넷플릭스 최대 기대작 '오징어게임2'와 손잡았고요. 진로 소주는 크리스마스 에디션을 내놓는가 하면 뷰티 브랜드 미샤와 함께 한정판 화장품도 내놨습니다. 테라 라이트도 490㎖ 신제품을 선보였습니다.
특히 올해 송년회는 외식보다는 홈파티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면서 홈파티용 제품이나 편의점 등 가정 채널이 좀 더 바빠질 전망입니다. 오비맥주는 이에 맞춰 지난 여름 출시한 '한맥 거품기'를 리뉴얼해 '크리스마스 패키지'로 내놓기도 했습니다.
술은 감정을 증폭시키는 경향이 있는 음료입니다. 기분 좋을 때, 좋아하는 사람들과 마시면 기분이 더 좋아지고, 기분 나쁠 때 싫어하는 사람들과 마시면 기분이 더 불쾌해지죠. 그렇기에 술은 '좋을 때, 좋은 사람과' 마셔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좋은 사람은 제가 잘 챙길 테니, 좋을 때를 정부와 국회가 빠르게 만들어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주류업계와 외식업계, 소상공인을 비롯한 모든 국민이 바라는 바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