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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의 변신은 무죄"…새로운 판 깔렸다

  • 2025.01.06(월) 06:50

지평주조, 위스키 섞은 막걸리 출시 예정
국순당, 지난해 데킬라 수입 시작
편의점 내 막걸리 브랜드 경쟁 가세 영향

막걸리 /사진=아이클릭아트

막걸리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기존 막걸리 업체들은 막걸리를 활용해 아이스크림, 위스키 블렌드 등 새로운 형태의 제품을 고안하고 있다. 편의점 등 유통채널들도 다양한 막걸리 신제품을 내세우며 시장에 가세했다. 팬데믹 기간에 비해 막걸리 인기는 시들해졌지만, 전통주에 현대적 재해석을 가미해 소비자층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힙하게 간다

업계 등에 따르면 지평주조는 이달 내 막걸리에 위스키를 섞은 제품인 '막앤스키(가칭)'를 출시할 예정이다. 유명 연예인이 지평막걸리와 위스키를 섞은 이른바 '막스키'를 마시는 것이 SNS상에서 확산하면서 젊은 층에게 소비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평주조는 아예 막스키를 제품화해 '막앤스키'로 출시, 해당 수요를 노리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또 지평주조는 지난달 지평생막걸리와 보늬달밤을 활용한 막걸리 아이스크림을 개발했다. 다만 막걸리 아이스크림은 시중 유통채널에서 판매하지 않고, 한식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먼저 선보이고 있다. 대신 지평주조는 가정에서도 막걸리 아이스크림을 즐길 수 있도록 레시피를 SNS에 공개했다. 지평주조 측은 "전통주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지평주조 막걸리 아이스크림 제품 /사진=지평주조

국순당의 경우 지난해 데킬라 수입 사업을 시작했다. 주류 트렌드 변화에 맞춰 다양한 주종을 선보이겠다는 의도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막걸리만으로는 매출 성장에 한계가 있어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노린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앞서 국순당은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선보이며 젊은 층의 이목 끌기에 나섰다. 대표적인 예로 국순당은 2021년 해태아이스크림과 협업해 '국순당 쌀 바밤바밤'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출시 후 3년간 누적 570만개 이상 판매됐다. 하지만 이같은 컬래버 제품이 꾸준한 매출 성장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국순당의 소매점 매출은 2022년까지 매출 성장세를 보이다가 2023년에 감소했다.

이처럼 막걸리 업체들이 새로운 시도에 나서는 것은 소비층을 늘리기 위해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전체 탁주업체 소매점 매출은 2022년 6047억원에서 2023년 5754억원으로 4.8% 감소했다.

막걸리 소매점 매출 추이 /그래픽=비즈워치

지평주조의 경우 2023년에 탁주 업체 중 유일하게 소매점 매출이 증가했지만, 수익성은 악화했다. 지평주조의 2023년 매출은 441억 원으로 전년 대비 13.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6억원으로 41.6%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막걸리 시장 성장세가 둔화된 상태에서 주류시장에 믹솔로지, 스핀오프 등의 트렌드가 2030세대를 중심으로 SNS상에 확산하고 있다"며 "기존의 전통 주류인 막걸리도 새로운 시도를 통해 고객 접근성을 높임과 동시에 매출 활성화를 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편의점의 막걸리 틈새공략

기존 막걸리 업체들이 새로운 시도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새로운 막걸리 브랜드들이 시장에 가세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편의점들은 유명 연예인이나 셰프가 만든 막걸리를 판매하는가 하면 자체 고급 막걸리를 출시하고 있다. 

막걸리의 최근 3년간 주요 유통채널의 매출 비중을 보면 독립슈퍼(32.46%), 편의점(28.47%), 일반식품점(19.76%) 순으로 높다. 중장년층을 넘어 젊은층으로 막걸리 소비층이 확대되자 수요를 잡기 위해 경쟁적으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존 막걸리 제품이 음식점이나 대형마트 등에서 소비된다면, 시장에 새로 등장한 막걸리 제품들은 편의점 같은 근거리 소매점이나 온라인 채널에서 주로 소비되고 있다. 온라인 판매가 가능한 이유는 지역 특산물을 활용해 전통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GS25는 인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에드워드 리의 '이균 참외미나리주' 3500개를 사전예약으로 판매했다. 가격은 4병(병당 650㎖)에 2만6800원으로 기성 막걸리 가격보다 높은 편이지만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완판됐다. 지난해 10월엔 성시경 막걸리 브랜드 '경탁주 12도'를 한정수량 판매했다. 경탁주도 2병에 3만1000원, 즉 한 병에 1만5500원 수준이지만 오픈과 동시에 품절됐다.

모델이 GS25에서 경탁주 12도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GS리테일

CU는 저가부터 프리미엄 막걸리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했다. 1500원짜리 저가 밤값 막걸리부터 콜라보(농심 꿀꽈배기 막걸리), 지역 상생(부산 감천 막걸리) 등을 선보였다. 이어 지난해 9월엔 쌀 함유량을 높인 7900원짜리 막걸리 '탁올'도 내놨다. 

편의점들의 막걸리 매출은 최근 3년간 꾸준히 증가세를 나타냈다. GS25의 막걸리 매출 신장률은 2022년 23.6%, 2023년 13.8%, 2024년 21.7%를 기록했다. CU는 2022년 16.7%, 2023년 12.4%, 2024년 18.3%로 해마다 신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맥주, 하이볼도 다양한 콘셉트의 상품이 출시됐을 때 시장이 커졌다는 점을 미뤄볼 때 신개념 제품에 따른 막걸리 시장의 확대가 기대된다"며 "특히 주된 주류 구매처로 편의점이 자리잡은 만큼 주류, 안주류 등의 매출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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