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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리스는 피부와 맞닿은 채 하루 3분의 1의 시간을 쓰는 공간이다. 안심할 수 있는 제품을 고르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그래서 침대업체들은 기능성과 더불어 안전성 마케팅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일부 매트리스 업체들의 경우 호텔에 납품하는 특판용만 안전성 인증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난연 처리나 친환경 인증은 하이엔드 모델만 적용하는 경우가 다수였다.
국내 주요 침대업체인 시몬스침대, 에이스침대, 템퍼, 씰리침대의 300만원대 슈퍼싱글(SS) 사이즈 제품들의 안전 인증 여부를 비교했다. 비교 제품은 △시몬스침대 '뷰티레스트 지젤' △에이스침대 '로얄에이스 60th' △씰리침대 '베루스' △템퍼 '프로' 4가지다. 안전 조건은 △라돈·토론 인증 △불에 잘 타지 않는 난연 매트리스 생산 △국가 공인 친환경 인증 실천 여부 등 3가지다.
라돈·토론 안전 인증 4곳 중 한 곳만 충족
라돈은 1급 발암 물질로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폐암을 유발할 수 있다. 토론 역시 라돈과 유사한 발암 물질이다. 비교 대상 침대 중 국가공인인증기관인 한국표준협회(KSA)의 라돈 안전 '인증'을 받는 곳은 시몬스침대와 씰리침대 두 곳이었다. 국내에서 라돈·토론 안전 인증을 담당하는 국가 공인 인증기관은 한국표준협회가 유일하다.
라돈·토론 안전 인증을 매년 갱신하는 제품은 시몬스 '뷰티레스트 지젤'이었다. 지난 2019년 라돈이 검출돼 논란이 일었던 씰리침대는 하이엔드 럭셔리 모델 2종을 제외하고 전 제품 92종에 대해 한국표준협회 '라돈 안전제품 인증'을 받았다. 씰리침대는 출시되는 모든 완제품에 대해 RAD7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KSA 토론 인증은 받지 않았다.
에이스침대는 현재 에이스 침대공학연구소 내부 '라돈 측정실'에서 라돈 자체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21년까지 KSA의 라돈 인증을 받았지만 이후에는 자체 검사만 진행 중이다. 에이스침대 측은 "환경부 형식승인을 받은 전문 측정 기기를 통해 라돈·토론 등 매트리스 유해물질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이 가능하다"며 "라돈에 대해서는 한국표준협회가 제시한 라돈 안전 제품 인증 기준치보다 낮은 농도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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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퍼는 민간검사기관인 한일원자력에서 라돈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라돈테스트 주기는 신제품을 출시할 때 전체 모델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템퍼는 지난 2018년 연세대학교 라돈안전센터에서 템퍼코리아 매트리스 전 제품과 전용커버 제품들을 대상으로 라돈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수치에 문제없음이 입증됐다는 입장이다.
템퍼코리아 관계자는 "2023년 6월 자사 매트리스 모든 라인에서 신제품 30개를 출시할 당시 한일원자력으로부터 라돈테스트를 진행해 모두 문제없는 수치를 확인 받았다"며 "템퍼 매트리스와 매트리스 커버의 구성 성분에는 라돈 생성 성분이 사용되지 않지만, 지속적인 라돈 테스트를 통해 안전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 업체들은 안전성에 대한 신뢰도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증과 시험성적서를 받는 것엔 차이가 있다는 입장이다. 조승연 연세대 환경에너지공학부 교수는 "각 시험연구원과 일반 기업체, 대학 등 시험해주는 곳은 많지만 측정결과만 보내주는 것이지 인증을 해주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인증 제도는 가장 상위 개념이다. 인증은 제품 수치 측정뿐 아니라 현장 심사 등을 거치는 반면, 자체 측정이나 시험기관은 시험성적서를 내는 데 그친다"면서 "다만 한국표준협회의 인증을 받으려면 비용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난연 처리는 호텔용에만?
라돈, 토론 안전점사와 함께 난연과 비난연 여부도 중요하다. 생사를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어서다. 난연과 비난연의 차이는 화재 발생 시 극명히 드러난다. 난연 매트리스는 화재 발생 시 불길이 매트리스로 옮겨 붙어 실내 전체가 화염에 휩싸이는 '플래시 오버(Flash over)' 현상을 방지하는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난연 여부도 업체별로 차이가 있었다. 에이스침대와 씰리침대는 호텔에 납품하는 특판용 제품에만 방염처리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비교 대상인 SS사이즈 매트리스는 비난연 매트리스였다.
반면 시몬스침대는 화재안전 국제표준규격과 국내 표준시험방법(KS F ISO 12949)을 통해 16 CFR 1633 기준을 만족하는 난연 매트리스를 생산하고 있다. 16 CFR 1633는 미국 소비자 제품 안전 위원회(CPSC)에서 규정한 방염 매트리스 표준을 말한다. 지난 2020년에는 관련 특허를 취득해 지난해 1월엔 특허를 공개한 바 있다.
템퍼 매트리스는 담배테스트(EN 597-1)를 진행해 연소하는 담배에 의해 발화되지 않는 매트리스로 확인 받았지만, 국내 표준시험방법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국내 표준시험방법은 실제 화재 상황을 모사해 매트리스의 열방출률과 화재 확산 특성을 평가한다. 이와 달리 담배테스트는 작은 발화원인 담배에 대한 매트리스의 반응을 평가한다. 보다 엄격한 조건의 난연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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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최근에는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도 친환경 매트리스 인증 여부를 중요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이번 비교 제품 중 친환경 인증 여부를 확인한 결과, 에이스침대 '로얄에이스 60th'와 씰리침대 '베루스'는 친환경 인증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이스침대는 자사 다른 제품들은 모두 친환경 인증을 받았으나, 로얄에이스 60th 제품만 아직 친환경 인증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씰리침대는 '크라운 쥬얼'과 '헤인즈' 등 호주에서 제작 후 수입하는 최고급 모델에는 친환경 인증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시몬스 '뷰티레스트 지젤'은 환경부 국가 공인 친환경 인증을 받았다. 템퍼의 경우 국제 인증 기관인 오코텍스(OEKO-TEX®)의 '메이드 인 그린(MADE IN GREEN)' 라벨을 획득했다. 템퍼 폼 소재의 주요 제품들은 모두 덴마크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유럽의 품질·안전 기준을 따라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별로 안전성을 강조해 마케팅을 하지만 일부 제품에만 국한된 경우가 많다"며 "전 제품에 대한 안전성을 검증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주의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