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마비앤에이치 경영권을 둘러싼 콜마그룹 오너가의 분쟁이 일단락됐다.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이 콜마비앤에이치 대표직을 맡으면서 사실상 콜마비앤에이치를 장악하는 구조로 재편, '윤상현 체제'를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 개편이 단순한 인적 조정을 넘어 그룹 내 지배구조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변화의 시작
콜마비앤에이치는 지난 14일 이사회를 통해 윤 부회장과 이승화 사내이사를 각각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기존 윤여원 대표 단독 체제에서 3인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윤 부회장이 콜마비앤에이치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 자리에 오른 지 불과 2주 만의 재정비다.
주목되는 건 윤 대표의 역할이 대폭 축소됐다는 점이다. 콜마홀딩스에 따르면 윤 대표는 이사회에서 사회 공헌·지속가능 경영 등 대외 활동에 주력하되, 경영 의사결정 등 회사 경영 전반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명목상 대표라는 직함은 유지하지만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사라진 셈이다.
이번 각자대표 선임은 경영 효율화와 회사 이미지 회복을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많다. 콜마비앤에이치가 윤 부회장 중심의 단일 의사결정 체제를 확립함으로써 책임성을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윤 부회장 입장에서도 이미 자신이 원하는 구도로 조정된 만큼 창업주 윤동한 콜마그룹 회장의 뜻을 일정 부분 반영해 윤 대표의 대표직을 유지시킨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콜마홀딩스는 이번 결정을 통해 전문 경영인 중심으로의 경영 체제를 확립하겠다는 명분을 제시했고 윤 부회장이 콜마비앤에이치의 전략·기조를 좌우하는 구조도 만들었다"며 "콜마비앤에이치의 경영 쇄신에 대한 요구가 계속해서 있었음에도 불구, 내부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선 윤 대표를 매몰차게 배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탄탄한 포트폴리오
업계는 윤 부회장이 경영 안정성을 확보한 만큼 이제부터 콜마비앤에이치의 사업 체질 개선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내다본다. 실제로 콜마홀딩스는 콜마비앤에이치를 기존 건강기능식품 제조자개발생산(ODM)에서 생명과학 전문 기업으로 전환시키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건기식을 포괄한 고부가가치 사업으로의 확장을 통해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이다.
콜마홀딩스는 이에 대해 주력하고 있는 분야를 융합해 시장 확장성을 높이는 데 집중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동안 콜마비앤에이치의 미래 성장 전략이 부재하다는 지적이 나왔던 만큼 이번 개편을 전환점으로 삼아 그룹 내 '연구개발(R&D)-생산-유통'의 가치사슬을 유기적으로 연결, 그룹 밸류를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콜마홀딩스는 한국콜마 산하에 화장품과 의약품, 건기식 연구소를 통합한 종합기술원을 두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콜마비앤에이치의 사업 전환이 핵심 계열사인 HK이노엔과의 합병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HK이노엔이 보유한 신약개발 인프라, 임상 역량, 제약 유통망에 콜마비앤에이치의 건기식·기능성 원료 생산력, 글로벌 네트워크를 결합하면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계열사 간 통합을 노릴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다만 윤 부회장이 장기적인 안정 구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이 남아있다. 우선 윤 회장이 제기한 주식반환청구소송이 여전히 진행형이다. 앞서 윤 회장은 윤 부회장에게 2019년 물려준 230만주(무상증자 후 460만주)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두 차례 제기한 바 있다. 이는 윤 부회장이 보유한 콜마홀딩스 지분 중 약 14%에 해당하는 규모다. 관련 소송의 첫 변론기일은 오는 23일 열릴 예정이다.
콜마홀딩스의 임시주총도 다가오고 있다. 윤 회장은 이달 29일 열리는 콜마홀딩스 임시주총에서 자신과 윤 대표를 포함한 10명을 콜마홀딩스 사내·사외이사로 선임해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윤 회장이 콜마홀딩스 이사회 진입에 성공함과 동시에 반환 소송에서까지 승소할 경우 그룹 내 권력 중심 축은 다시 윤 회장 측으로 기울 가능성이 크다.
콜마홀딩스 관계자는 "콜마비앤에이치는 한국콜마, HK이노엔의 핵심 분야와 연결할 수 있는 확장성을 갖추고 있다"며 "이번 인사 개편의 변화는 각 사업 부문이 가진 기술력을 융합해 새로운 성장 모델을 만들어가기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