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촌치킨이 결국 백기를 들었습니다. 지난 9월 '맛과 품질 개선'을 명분으로 단행한 순살치킨 리뉴얼이 '소비자 기만'이라는 비판에 직면하자 한 달여 만에 원상복구를 선언한 건데요,
교촌에프앤비는 지난 23일 간장순살, 레드순살, 반반순살(간장+레드), 반반순살(레드+허니) 등 4개 메뉴의 중량과 원육 구성을 종전대로 되돌린다고 밝혔습니다. 변경했던 소스 도포 방식도 기존 붓질 방식으로 환원하고 신메뉴 10종은 단종하기로 했죠. 다만 적용 시기는 11월 20일부터입니다. 리뉴얼 발표(9월 11일)로부터 두 달여, 원상복구 발표로부터는 한 달가량 뒤입니다.
교촌에프앤비는 "이번 순살 메뉴 리뉴얼 출시 이후 중량과 원육 변경에 대한 고객들의 질책을 겸허히 수용한다"며 "고객들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음을 인정한다"고 밝혔습니다.
품질 개선이냐 가격 인상이냐
문제의 시작은 지난 9월 11일이었습니다. 교촌치킨은 이날 순살 신메뉴 10종을 출시하면서 기존 인기 순살 메뉴 4종을 리뉴얼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명분은 '맛과 품질 개선'이었죠.
하지만 실제 변화는 소비자들이 기대한 것과는 달랐습니다. 간장순살, 레드순살, 반반순살(간장+레드) 3종의 중량이 700g에서 500g으로 약 30% 감축됐고, 반반순살(레드+허니)도 600g에서 500g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반면 가격은 그대로였죠. 전형적인 '슈링크플레이션(가격은 유지하되 내용량을 줄이는 것)'이었습니다.
더욱 논란이 된 것은 원육 구성의 변경이었습니다. 기존에 국내산 닭다리살 100%로 구성했던 것을 안심살(가슴살)을 섞는 방식으로 바꾼 건데요. 일반적으로 닭다리살이 가슴살보다 부드럽고 맛이 좋아 선호되는 부위라는 점에서 품질 저하 논란이 불가피했습니다. 여기에 소스를 바르는 방식도 변경했습니다. 치킨 조각에 소스를 붓으로 일일이 바르던 전통 방식을 버리고, 텀블링(버무리는) 방식으로 바꾼 겁니다.
교촌은 이런 결정에 대해 '표준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조리법과 중량, 원육 구성 등이 제각각이었던 순살치킨의 레시피를 하나로 통일해 일관적인 품질, 효율적인 운영을 꾀한 겁니다.
교촌의 설명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이번 리뉴얼 대상이었던 간장순살과 레드순살은 중량 700g, 닭다리살 100%로 만들어져 왔습니다. 소스를 붓으로 바르는 조리 과정을 거쳤는데요. 두 제품은 튀김옷이 얇아 소스를 붓으로 바르는 중 튀김옷이 쉽게 부서지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교촌은 허니순살을 표준 모델로 삼아 간장순살과 레드순살의 조리법을 통일하고자 했습니다. 허니순살은 간장순살, 레드순살과 달리 500g의 혼합육으로 만들어집니다. 조리방식도 붓질이 아닌 텀블링 방식을 사용합니다. 이런 허니순살을 기준으로 간장순살, 레드순살의 레시피를 통일하게 된 거죠. 이것이 슈링크플레이션 논란으로 비화된 셈입니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는 운영의 효율화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효율화가 소비자에게는 '가격은 그대로인데 양도 줄고 정육 부위도 바뀌는 것'으로 느껴졌다는 점이 문제였습니다. 특히 사전 소통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도 논란의 대상이었습니다. 일부 배달앱에서는 이런 변화에 대해 고지되지 않았습니다. 교촌치킨 내부에서도 이같은 경영진의 결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고 합니다.
정치권 개입 하고서야
소비자들의 거센 비판이 이어졌지만 교촌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상황이 달라진 건 국회와 대통령실이 개입하면서부터였습니다.
지난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이 일제히 교촌치킨의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해 비판했습니다. 또 16일에는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일부 치킨업체의 가격 인상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대통령실은 "가격을 동결하는 척하며 음식 중량을 줄이거나 저렴한 부위로 원재료를 변경하는 행태"를 콕 집으며 교촌치킨을 저격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교촌치킨은 이후 약 일주일 여만인 지난 23일 순살 메뉴를 종전대로 되돌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중량과 사용 원육, 조리 방법을 모두 원래대로 되돌리기로 했죠. 리뉴얼이 이뤄진지 약 한달 반만입니다.
그런데 이 발표가 있었던 날 교촌치킨 내부에서 돌았던 공지가 또 논란이 됐습니다. 이상로 교촌 국내사업부문장은 이날 내부 공지를 통해 "최근 제품 개선 공지가 언론에 유출돼 브랜드 가치에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며 "대중매체가 '중량 축소'에 초점을 맞춰 소비자 기만으로 몰아붙였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그는 "맛과 품질을 끌어올리려는 노력이 원가절감으로 둔갑했다"면서 "극소수 가맹점 사장님의 유출 의도가 무엇인지 곱씹어보게 된다"고도 했죠. 언론과 내부 고발자를 탓하는 모습 때문에 또 거센 논란이 일었습니다.
배달비부터 슈링크플레이션까지
교촌치킨이 이런 소비자 기만 논란에 휩싸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7년간 교촌은 여러 차례 가격 관련 논란의 중심에 섰고, 그 과정에서 '나쁜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혔죠.
교촌치킨이 2018년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 최초로 배달비 2000원을 부과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이전까지 무료였던 배달이 유료화되는 시대를 연 것이죠. 교촌이 배달비를 받자 경쟁사들도 하나둘 배달비를 도입했습니다. 지금도 소비자들은 '배달비를 만든 건 교촌치킨'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 배달비는 꾸준히 올라 현재는 4000원에 달합니다.
메뉴 가격도 꾸준히 올랐습니다. 특히 2023년에는 최대 3000원이나 가격을 올리면서 뭇매를 맞기도 했죠. 인상폭도 업계 최대 수준이었고 그 시기도 경쟁사보다 빨라 교촌치킨 혼자 비판의 화살을 맞아야 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이 쌓이면서 교촌치킨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한때 '대체재가 없는 치킨'으로 불리던 교촌치킨은 점차 다른 이미지를 갖게 됐죠. 실제로 교촌의 시장 위치는 크게 변했습니다. 2014년부터 8년간 업계 1위를 지켰던 교촌치킨은 2022년 bhc에 밀려 2위로 내려섰고, 2023년에는 BBQ에게도 밀려 3위가 됐습니다.
한때 업계 1위였던 브랜드가 소비자 신뢰를 잃고 3위로 내려앉은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겁니다. 교촌치킨은 이번 순살치킨 원상복구 발표에서 "소비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제품 혁신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소비자들과 적극 소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교촌치킨이 다시 소비자들의 선택들 받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