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의 남성복 브랜드 '지이크(SIEG)'가 올해 론칭 30주년을 맞아 브랜드 확장에 나섰다. 3년간 공들인 첫 단독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30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라인까지 선보였다. '정장 브랜드'에서 '컨템포러리 브랜드'로의 변신을 본격화하면서 장기적으로 해외 진출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30년 만의 플래그십
신원은 지이크 론칭 30주년을 맞아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통인동에 '지이크 서촌 하우스'를 열었다. 지이크가 브랜드 단독 플래그십 스토어를 선보이는 것은 30년 만에 처음이다.
신원은 3년 전부터 이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서촌은 고도 제한과 보존 규제로 인해 신축이 어려워 기존 다가구 주택을 매입해 현대적으로 개조했다. 외관은 한옥 지붕 선에서 착안해 금속 구조물로 전통 기와 형태를 구현했다.
김규성 신원 내수부문 지이크 사업부장은 "3년 전 성수동, 한남동 등 이미 주목받던 지역도 많았지만 서촌이 더욱 떠오르는 상권이 될 것이라고 판단해 먼저 선점하기로 했다"며 "현재 서촌에 내외국인 관광객이 많기 때문에 남성·여성·슈즈·액세서리, 그리고 K콘텐츠 요소도 담았다"고 설명했다.
지이크 서촌 하우스는 총 5개 층으로 지이크를 단계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1층은 미디어 아트와 한국 전통 오브제로 브랜드의 첫 인상을 전달한다. 2층은 지이크 수트의 원단을 활용한 포토존이 마련됐다. 4층에는 '파티세리 후르츠'와 '애쉬 애쉬 웍스'가 협업한 카페 '피엔에이(PnA)'가 입점했다. 서촌에 방문한 관광객은 카페를 찾아 올라가며 지이크의 브랜드를 체험한 후 루프탑에서 서촌 일대를 조망할 수 있다.
특히 지이크 서촌 하우스 3층에서는 플래그십 스토어 단독 컬렉션 '서촌 라인'을 전시한다. 서촌 라인에는 지이크가 30년 만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여성복이 포함된다. 서촌 라인은 젠더리스 콘셉트로 기획됐다. 남녀 구분 없이 입을 수 있는 디자인으로 정제된 실루엣과 뉴트럴 톤의 캐주얼 의류로 구성됐다.
김 사업부장은 "서촌 라인은 지나치게 남성적이거나 여성적이지 않은 젠더리스한 의류로 구성했다"며 "지이크만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여성복을 서촌 하우스에서 테스트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투 정장'서 '캐주얼'로
지이크가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여성복까지 선보인 것은 '정장 브랜드'에서 '컨템포러리 브랜드'로의 변화를 대외적으로 알리기 위해서다.
지이크는 1995년 론칭 이후 국내 남성 정장 시장을 이끌어온 대표 장수 브랜드다. 고품질 해외 원단을 사용하고 핸드메이드 생산 등 기술력을 내세운 프리미엄 수트로 인기를 끌었다. 특히 2010년대 중반까지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중저가 라인이 사회초년생들 사이에서 각광받으며 '5대 전투 정장' 브랜드로도 불렸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남성 패션 시장은 급격히 변화했다. 직장 내 복장 규정이 완화된 데다 2020년 코로나19를 거치며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정장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지오지아', '앤드지' 등 다른 남성복 브랜드들도 정장 비중을 줄이고 캐주얼 라인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지이크도 2019년 리뉴얼을 통해 캐주얼 제품군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며 브랜드 전환에 나섰다. 2023년에는 본격적인 리브랜딩을 통해 '59', '스테인가르텐' 등 신규 캐주얼 라인을 선보이고 캐주얼 제품 비중을 대폭 확대했다. 기존 지이크의 강점이었던 수트는 더욱 고급화하면서도 편안한 셋업 위주로 변화시켰다. 코로나19 이전 9대 1이었던 정장과 캐주얼 매출 비중은 리브랜딩을 거친 현재는 3대 7로 역전됐다.
새로운 도전
지이크는 현재 신원 내수부문에서 가장 큰 매출을 내는 브랜드다. 다만 '포터리', '어나더오피스' 같은 신생 브랜드가 대거 등장하면서 시장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내수 시장 침체가 길어지며 급격한 매출 성장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지이크는 '리파인드 컨템포러리 브랜드'로의 정체성을 강화하며 돌파구를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김 사업부장은 "전통적으로 남성복은 '포멀', '캐릭터' 등으로 분류됐지만 지이크는 이런 틀에서 벗어나 현대적인 감성과 문화를 전달하는 브랜드로 변화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지이크 서촌 하우스는 내외국인에게 지이크의 새 브랜드 정체성을 전달하는 거점 역할을 맡는다. 이곳은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닌 문화·예술 기반의 크리에이티브 플랫폼으로 운영된다. 전시, 브랜드 팝업, DJ 파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매달 다른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지이크는 플래그십 외에도 다양한 유통 채널로 고객 접점을 확대할 예정이다.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상권을 중심으로 복합 매장 등 다양한 형태의 신규 매장을 단계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향후 플래그십형 매장을 추가로 오픈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지이크는 장기적으로 해외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김 사업부장은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며 "서촌 하우스는 지이크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여성복, 더 나아가 글로벌로 확장하기 위한 초석이자 발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