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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메리츠의 극적 타협…다시 산소 마스크 쓴 홈플러스

  • 2026.07.16(목) 16:07

2000억원 DIP 승인…MBK·김병주 전액 보증
파산 신청 목전서 정치권 개입에 급선회
20일 즉시항고 후 9월 4일 회생계획 인가 필요

그래픽=비즈워치

파산 위기에 몰렸던 홈플러스가 극적으로 회생할 기회를 마련했다. 파산 신청을 앞두고 막판에 2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 조달에 성공하면서다. 홈플러스가 이를 발판 삼아 살아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막판 대출 승인

메리츠화재·메리츠증권·메리츠캐피탈 등 메리츠금융그룹 3사는 16일 각각 이사회를 소집해 홈플러스에 2000억원의 DIP를 대출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상환 책임은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전액 연대보증으로 지기로 했다.

이로써 홈플러스는 회생절차를 재개할 2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게 됐다. 앞서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3일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하면서 '2주 안에 2000억원을 조달해 항고하면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조건을 남겼다. 홈플러스가 이 자금 조달에 극적으로 성공하면서 다시 살아날 기회를 잡은 셈이다. 

회생절차가 폐지된 홈플러스가 결국 운영자금 고갈로 전국 대형마트의 문을 닫으며 파산을 향한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14일 임시 휴업에 돌입한 경기도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의정부점 모습./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홈플러스는 당초 회생계획 수행을 위해 총 6000억원 규모 자금 조달을 추진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등을 포함하고도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자 최종적으로 2000억원 추가 조달로 계획을 수정했다. 홈플러스는 이 자금을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에 대출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메리츠금융그룹은 그간 1000억원의 DIP만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나머지 1000억원은 김병주 회장의 개인 보증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양측이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법원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으로 이어졌고 홈플러스는 파산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누구의 책임인가

보증 제공이 어렵다던 MBK파트너스가 갑자기 태도를 바꾼 데는 최근 거세진 정치권의 압박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홈플러스가 갑작스럽게 전 점포 휴점을 결정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11일 재고를 소진하기 위한 대규모 할인전을 진행했다. 이어 지난 13일에는 전국 매장에 대해 갑작스럽게 임시 휴업에 들어가면서 사실상 사업 정리 수순에 들어갔다.

특히 홈플러스는 당초 16일 파산 신청서 제출도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즉시항고 기간은 20일까지였지만 항고 기간이 끝난 뒤 일반 파산 절차를 밟으면 공익채권의 법적 지위와 변제 절차가 달라져 협력업체 등과의 혼선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회생절차와 연계해 공익채권 우선순위를 그대로 인정받는 '견련파산'으로 처리되려면 폐지 결정이 확정되기 전에 별도로 파산을 신청해야 한다.

회생절차가 폐지된 홈플러스가 결국 운영자금 고갈로 전국 대형마트의 문을 닫으며 파산을 향한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14일 임시 휴업에 돌입한 경기도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의정부점 모습./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2주의 항고 기간이 끝나가고 홈플러스의 파산 신청까지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근로자와 납품업체, 입점업체까지 10만명의 생계가 걸린 사안인 만큼 정치권도 직접 개입에 나섰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지난 9일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겸 홈플러스 대표이사와 김종민 메리츠증권 대표를 비공개로 불러 자금 마련을 촉구했다. 국회도 정무위원회 청문회 개최를 결정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홈플러스 파산에는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채권단인 메리츠금융그룹 양측 모두 책임이 있다는 책임론이 동시에 불거졌다.

결국 MBK파트너스와 메리츠금융그룹은 DIP 대출에 의견을 모았다. MBK파트너스가 보증을 서기로 하면서 메리츠금융그룹도 조건을 받아들였다.

첩첩산중

홈플러스가 2000억원의 추가 자금 조달에 성공하면서 현재 휴업 중인 점포의 영업 재개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실제 자금 집행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홈플러스가 오는 20일 서울회생법원에 즉시항고를 제기한 후 회생법원의 회생절차 개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후 DIP 실행에 필요한 계약 등의 절차, 주요 채권자들의 회생계획 동의 등이 마무리돼야 비로소 긴급운영자금이 실제로 집행된다. 영업 재개도 자금 집행 이후 가능할 전망이다.

회생절차가 다시 개시된다 하더라도 일정이 매우 촉박한 상황이다. 채무자회생법상 회생계획안 인가를 최대 1년 6개월 안에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4일 회생을 신청한 홈플러스는 오는 9월 4일까지 회생계획안을 인가받아야만 한다.

지난 13일 임시 휴업에 돌입한 홈플러스 본사 강서점의 모습. / 사진=정혜인 기자 hij@

또 회생계획안을 제출하기 위해서는 채권자 동의도 구해야 한다. 계획안을 수정하고 채권자들과 의견을 조율하는 데만 통상 수개월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일정은 매우 빠듯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회생계획안을 법원에서 인가받은 후에도 파산의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인가 이후 법원은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 이행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한다. 회생계획안 이행에 차질이 생기면 회생절차 폐지 또는 파산으로 갈 가능성도 남아 있다.

홈플러스는 "회생의 마중물이 될 2000억원의 운영자금이 확보되면 홈플러스는 즉시항고를 통해 회생절차를 이어갈 것"이라며 "마지막 단계에 있는 구조혁신 작업을 마무리하고 잔존 사업부문(본사·대형마트·온라인)의 매각을 추진해 회생절차를 성공적으로 완료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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